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5, No. 4, pp.136-153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ug 2025
Received 21 Jul 2025 Revised 03 Aug 2025 Accepted 22 Aug 2025
DOI: https://doi.org/10.7233/jksc.2025.75.4.0136

포스트휴먼 패션 디자인의 이론과 실천 : H.R. Giger의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과 N. Katherine Hayles의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을 중심으로

어경진
연성대학교 패션디자인비즈니스과 산학전임교수
Theories and Practices of Posthuman Fashion Design : Focusing on H.R. Giger’s Biomechanoid Aesthetics and N. Katherine Hayles’s Posthumanism
Kyungjin Uh
Assistant Professor of Practice, Dept. of Fashion Design Business, Yeonsung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Kyungjin Uh, e-mail: kj30180@naver.com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how the concept of the posthuman body is represented in contemporary fashion design, drawing on H. R. Giger’s biomechanoid aesthetics and N. Katherine Hayles’s posthumanism theory. Although emerging from different media and disciplines, both discourses share a critical stance toward dismantling anthropocentrism, reconstructing the boundaries between technology and the body, and exploring the potential of fluid identities. Based on this framework, contemporary fashion cases were classified into four categories: (1) dismantling the body and decentering the subject, (2) human–machine coevolution, (3) reconfiguring gender and materiality, and (4) dystopia and ethical transformation. The analysis demonstrated that the posthuman body is not merely a technological fantasy but a site where philosophical reflection intersects with visual practice, revealing the capacity of contemporary fashion design to propose ontological and ethical experiments. This study argues that posthuman fashion design functions as a practical discourse contributing to new subject formation at the intersection of technology, gender, and ethics, and suggests its potential extension into the domains of digital fashion, post-gender, and sustainability.

Keywords:

biomechanoid, H.R. Giger, N. Katherine Hayles, posthuman fashion

키워드:

바이오메카노이드, H.R. 기거, N. 캐서린 헤일스, 포스트휴먼 패션

Ⅰ. 서론

21세기 패션 디자인은 인간 신체에 대한 전통적 인식에서 벗어나, 신체를 고정된 형태가 아닌 기계·디지털 기술과 결합된 유동적이고 확장 가능한 존재로 재해석하고 있다. 인공지능, 3D 프린팅, 디지털 시뮬레이션 등 첨단 기술의 도입은 신체의 해체와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패션 디자인의 형태, 재료, 표현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이와 관련하여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인간-비인간, 유기체-기계, 자연-인공 사이의 경계를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신체성과 존재론을 제시한다. 특히 N. Katherine Hayles(N. 캐서린 헤일스)는 『How We Became Posthuman』에서 인간 주체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실체로 보는 근대적 관점을 해체하고, 정보와 물질, 기계와 유기체, 물리적 신체와 가상 신체가 상호매개하며 재귀적으로 진화하는 존재론을 제시한다. 그녀의 관점에서 신체는 단순히 기술 보조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정보–물질–체현이 연속적으로 작용하는 능동적이고 유동적인 주체이다. 이러한 이론은 패션 디자인 속 인간–기계 결합 신체를 조형 실험의 차원을 넘어 주체성과 물질성의 재구성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헤일스의 관점은 스위스 출신의 예술가 H.R. Giger(H.R.기거)가 구축한 ‘바이오메카노이드(biomechanoid) 미학’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철학적 틀을 제공한다. 기거는 유기체적 형태와 기계 구조가 결합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기계화된 신체, 성적 해부학, 외골격적 형태 등을 시각화하였다. 특히 『Necronomicon』에 수록된 작품들은 신체의 파편화와 기계 삽입, 유기-기계 구조물 간의 결합을 통해 탈인간적 신체 이미지를 구현한다. Sowiński(2023)는 그의 미학이 두려움, 분리감, 인간 본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삶의 측면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한 시도이며, 그의 시각 언어가 인간 존재의 경계성과 불완전성을 표현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은 영화, 산업디자인,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동시대 패션 디자인에서도 조형적·개념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골격 기반의 구조적 실루엣, 금속성 질감, 해부학적 분절, 에로티시즘이 결합된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는 현대 디자이너들의 시각 언어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특히 인간-기계 융합 신체의 표현은 포스트휴먼 신체 개념 및 조형 미학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러나 선행연구는 주로 기거의 미학을 주로 그의 작품 분석(Grof, 2010; Hwang, 2008; Park, 2015; Park, 2001) 맥락에서 조명하였으며, 초현실주의나 언캐니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Choi, 2006; Jin, 2011).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을 토대로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이 동시대 패션 디자인에서 어떻게 해석·실천되는지를 심층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여전히 미비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과 헤일스의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을 상호보완적 이론 틀로 설정하여, 기술–신체–정보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신체 개념이 패션 디자인에서 어떻게 시각화되고 재구성되는지를 규명한다. 이를 통해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인간–기계 융합 신체가 패션에서 구현되는 방식과 그 미학적·윤리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H.R.Giger의 예술 세계

기거의 독특하고 기괴한 스타일은 ‘바이오메카노이드’ 또는 흔히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불린다. 그는 인간과 유기체 형태를 기계 장치나 금속성 구조물과 융합·변형하여 표현하며, 죽음, 성, 바디 호러를 주요 모티프로 삼아 기술 진보로 인해 붕괴된 인간성의 미래상을 섬뜩하고 에로틱한 이미지로 구현한다(The Book of Man, n.d.). 그의 작품은 성교, 죽음, 폭력 등 사회적 금기를 직설적으로 묘사하여 시각적 불쾌감과 공포를 유발하는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미학의 정체성을 확립한다(Park, 2015).

기거는 초기에는 잉크와 유화를 사용했으나, 이후 에어브러시 기법으로 전환하면서 극도로 부드러운 색상 블렌딩과 흑백 대비를 통해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강화하였다. 특히 흑백 컬러는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의 시각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그는 기계 부속과 해부학적 신체를 혼합하여 해골, 성기, 튜브, 뼈대, 내장 등을 반복적이면서도 해체적인 방식으로 배열하며 생명과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하였다.

그의 미학적 상상력은 유년기의 어두운 경험과 밀접히 연관된다. 약사였던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해골, 거머리, 약병 등에 노출되며 자란 경험은 죽음과 해부학적 형상에 일찍이 매혹되었으며, 이는 그의 예술 세계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Tuzio, 2021). 또한 냉전 시대의 핵전쟁 공포, 세계적 인구 과잉, 삶에 침투하는 기계화 및 자동화에 대한 집단적 불안은 그의 작업에 투영되었다(Hirsch, 2016). 그는 핵전쟁 이후의 폐허와 포스트아포칼립스적 세계를 상상하며, 기계가 결합된 이미지를 통해 인간성과 문명의 붕괴를 조형화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공포의 시각화를 넘어, 인간 존재와 문명의 종말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확장되며,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의 출발점이 되었다(Hirsch, 2016).

대표작인 『Necronomicon』과 『Biomechanical Nightmares』는 기계화된 신체, 성적 해부학, 외골격적 장치가 혼합된 파편화된 인간 형상을 통해 기술 시대의 불안과 욕망, 삶과 죽음의 경계를 시각화한다. 그의 상상력은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의 우주 공포(Cosmic horror), 알리스터 크로울리(Aleister Crowley)의 오컬티즘, 기독교 신화 속 구속과 구원의 이미지까지 아우르며, 종교·오컬트·심연적 무의식이 결합된 다층적 해석 가능성을 제공한다(Sowiński, 2023).

영화 『에이리언(Alien)』(1979)에서 기거는 유기적 해부학과 기계 삽입이 결합된 생명체 ‘제노모프(xenomorph)’디자인으로 1980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며, 대중문화 속에서 자신의 미학이 본격적으로 전유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노모프는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연상시키며, 비인간적 형상을 통해 공포와 아름다움의 경계를 교란하는 심미적 충격을 제공한다(Domino, 2019). 이후 그의 조형 언어는 회화, 영화, 앨범 커버, 타투, SF와 판타지 장르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기거의 창작물은 연금술, 점성술, 마법 등 오컬트 전통의 상징과 주제를 결합하여, 인간의 통념을 넘어선 포스트휴먼적 원형(archetype)을 구축하였으며, 기괴하고 몽환적인 ‘에어리언 비전’은 독보적 아이콘으로서 동시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다(Hirsch, 2016; Tuzio, 2021). 이처럼 그의 예술 세계는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20세기 산업 문명과 기술 사회의 어두운 무의식을 조형적으로 반영하는 복합적 상징체계로 기능한다.

2.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의 개념과 특성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은 유기체와 기계의 경계를 해체하며, 생물학적 형상과 기계적 구조가 혼종적으로 융합된 새로운 존재 양식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인간 정체성과 신체성의 해체 및 재구성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하며, 인간과 기계가 점점 더 공생적인 관계를 맺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Grof, 2010).

그는 영화 『에이리언』 제작과정에서 유기적 튜브, 파이프, 뼈, 작은 모터, 아르누보 스타일을 결합한 형상을 ‘기술, 기계, 생명체 간의 조화로운 융합’으로 정의하며, 이를 ‘바이오메카닉스(biomechanics)’라는 개념으로 명명하였다(Hirsch, 2016; Stringer, 1979). 기거는 생물학적 요소와 기계적 구조를 사실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구현하며, 사이보그를 단순히 인간의 결핍을 보완하는 존재가 아닌 새로운 존재 양식으로 제안하였다(Hirsch, 2016).

본 연구는 기거의 방대한 작업 세계 중 다음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한다. 그의 공식 웹사이트(www.LittleGiger.com)에 공개된 한정판 아트워크 93점, 11개의 포트폴리오, 17점의 조각, Another Man 매거진의 HR 기거 아카이브 19점, 1991년부터 2018년까지의 영문 인터뷰 및 아티클이 이에 해당한다.

1) 혼종성과 해체성: 유기체와 무기체의 공존

기거의 작품에는 해골·성기·튜브·내장·외골격 장치 등 기계적 부속과 해부학적 요소가 혼종적으로 결합된 형상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Necronom IV』에서는 극도로 길게 늘어난 두개골, 벌레 같은 거대한 눈, 노출된 이빨, 뱀처럼 뻗은 튜브, 파충류 꼬리가 결합된 탈인간적 형상이 구현되며, 이는 신체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정체성의 탈중심화를 시각화한다<Fig. 1>.

<Fig. 1>

Necronom IV, 1976 (Anothermanmag, n.d.-a)

회화 속 리 토블러(Li Tobler)는 그의 뮤즈이자 신비롭고 그로테스크한 여성 형상으로 표현된다. 신체는 해골·촉수·수포 등 비인간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통과 죽음, 질병의 부정적 감정을 환기한다(Park, 2015)<Fig. 2>. 또한 양식화된 인공 풍경 속 포스트휴먼 형상들은 해부학적으로 해체된 유기 신체에 튜브·마스크·금속 관을 결합하여 기계와 생명이 공존하는 신체 양식을 제시한다(Hirsch, 2016)< Fig. 3>. 외다리 형태의 존재는 고정된 신체 구조나 자율적 주체 개념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결합을 통해 생존을 지속하는 탈중심적 신체성을 구현한다.

<Fig. 2>

Li I, 1974 (Littlegiger, n.d.-a)

<Fig. 3>

Atomic Children, 1967-68 (Anothermanmag, n.d.-b)

『The Spell II』에서는 중앙 인물의 머리 장식에 인간과 염소가 결합된 오컬트 상징인 바포메트(Baphomet)가 나타나며, 생명과 비생명·주체와 객체·인간과 비인간 경계를 해체하는 혼성적 존재를 시각화한다<Fig. 4>. 이를 통해 기거의 미학은 단순한 해부학적 해체를 넘어 경계와 위계를 해체하는 존재론적 상상으로 확장된다.

<Fig. 4>

The Spell II, 1974 (Anothermanmag, n.d.-c)

2) 성적 파편화: 불안한 신체와 도덕적 금기의 해체

기거는 신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분절·왜곡하여 전통적 성별 규범과 성적 대상화 이데올로기를 전복한다. 일부 작품에서는 남근을 연상시키는 기계 구조물이 인체의 입이나 성기 부위에서 돌출되며, 그는 ‘포르노그래피’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O'Hara, 2019).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성적 상징과 죽음을 주요 모티프로 삼았으며(Grof, 2010), 자신의 작업이 단순히 에로틱하거나 충격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시도임을 강조하였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형상은 갈퀴 달린 팔, 기형적 머리 구조를 지니며 탈인간적 형태로 나타나며, 여성성과 인간성의 고정된 범주를 해체하고, 억압된 욕망과 도덕적 금기를 드러내는 시각적 기호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The Spell II』에서는 여성의 머리에 장식된 바포메트, 남근 모티프, 십자가에 고정된 여성의 벌어진 다리, 공장 선반처럼 층층이 배열된 벌거벗은 신체가 등장하여 기계와 종교, 성과 금기가 교차하는 복합적 상징체계를 형성한다<Fig. 4>.

또한 해골과 뼈가 성기나 기계 부품으로 변형된 형상은 성적 쾌락, 고통, 공포, 죽음이 중첩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Grof, 2005, as cited in (Broadly Specific, 2022)<Fig. 5>, 파편화된 신체는 불안정하고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Fig. 6>. 이를 통해 기거는 성별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간/비인간, 주체/객체 사이의 경계를 교란하며, 나아가 금기적 주제를 시각 예술 언어로 표면화한다.

<Fig. 5>

Alpha (Two Women I), 1967 (Anothermanmag, n.d.-d)

<Fig. 6>

Erotomechanics, 1980 (Littlegiger, n.d.-b)

3) 신체-기계 융합

기거의 작품은 신체와 기계의 경계를 해체하고 상호 침투하는 포스트휴먼적 하이브리드 신체를 구현한다. 작품 속 존재들은 팔과 근육 같은 인간 해부학적 요소 대신, 마스크, 튜브, 척추를 관통하는 장치들로 내장된 기술 장기를 지니며, 이는 인공적이면서도 생명 유지 필수 기관으로 기능한다. 그의 미학은 단순한 사이보그 확장을 넘어, 생명 존재의 본질을 기술적 구조로 재구성하려는 조형 비전을 제시한다.

조각 작품 Biomechanoid(Littlegiger, n.d.-c)는 해부학적 신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금속성 질감과 기계 부품을 연상시키는 구조를 통해 유기체-기계 융합을 시각화한다<Fig. 7>. Zodiac SignVirgo(Littlegiger, n.d.-d)에서 가시처럼 돌출된 신체는 생물학적 공격성과 방어기제를 암시하는 동시에 무정하고 위협적인 오브제로 기능한다<Fig. 8>. ELP II-Brain Salad Surgery(Littlegiger, n.d.-e)는 일부 얼굴 부위에 여전히 유기적 아름다움을 남기면서도, 전체 구조를 완전한 기계 시스템 속에 통합시켜 인간과 기계가 완벽히 융합된 하이브리드 존재를 표현한다<Fig. 9>. 이와 같은 형상은 인간 정체성의 경계를 해체하고, 기술적 진화에 따라 탈인간화된 존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Fig. 7>

Biomechanoid, 2002 (Littlegiger, n.d.-c)

<Fig. 8>

Zodiac SignVirgo, n.d. (Littlegiger, n.d.-d)

<Fig. 9>

ELP II - Brain Salad Surgery, 1991 (Littlegiger, n.d.-e)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기생적으로 점유하고 지배하는 이미지가 반복되며, 인간은 생존과 성적 충족조차 기계에 의존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러한 공생이자 종속의 관계는 불쾌감과 에로티시즘이 교차하는 시각적 충격을 유발하며, S&M적 요소와 결합해 금기와 쾌락이 혼재하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강화한다(Cerio, 1994).

3. N. Katherine Hayles의 포스트휴머니즘 이론

본 연구는 헤일스의 저서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How We Became Posthuman)』(1999/2013)에 제시된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 이론을 핵심 이론 틀로 설정한다. 헤일스는 사이버네틱스와 정보이론의 역사적 전개를 바탕으로 인간 주체·신체·기술 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며, 인간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관점을 제시한다. 그녀는 정보 중심 사회에서 인간을 경계 없는 분산적·상호연결적 존재로 개념화하고, 인간–기계의 공진화를 포스트휴먼 주체 형성의 핵심 과정으로 이해한다. 또한 유물론적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체현성과 물질성의 회복을 통해 포스트휴먼 주체를 재정의한다.

1) 인간 주체 개념의 재구성

헤일스는 전통적 휴머니즘의 자율적·이성 중심 주체 개념이 정보 중심 사회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인간은 분산적이고 상호연결적인 존재로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에 따르면, “포스트휴먼 주체는 혼합물이며 이질적 요소들의 집합으로 경계가 끊임없이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물질적-정보적 개체”이며, 핵심은 “비생물적 요소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주체성이 구성되는 방식”에 있다(Hayles, 1999/2013).

1940년대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와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은 사이버네틱스 제1기와 정보이론을 주도하며, 인간과 기계를 모두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였다. 이 과정에서 의미나 맥락을 제거한 ‘정보 패턴’ 개념이 중심이 되었고, 이는 인간과 기계를 동일한 작동 원리로 설명하는 개념적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1943년부터 시작된 메이시 재단 후원의 사이버네틱스 회의에서는 정보이론·전기공학·신경과학·언어학·컴퓨터 설계 등을 아우르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라는 용어가 제안되면서 유기체·기계·조직의 제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탐구하는 새로운 학제적 체계가 형성되었다(Song, 2023).

헤일스는 초기 사이버네틱스가 ‘정보 패턴의 특권화’를 통해 정보와 물질을 분리하고, 신체를 단순한 정보 전달 매개로 축소한 점을 비판한다. 이로 인해 정보는 맥락 없는 자율적 실체로, 신체는 부차적 요소로 간주되었으며, 탈체현된 정보 개념은 인간 을 생존과 유지를 위해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고 피드백을 산출하는 일종의 ‘정보처리기계’로 환원시켰다. 이는 곧 ‘기계 같은 인간’과 ‘인간 같은 기계’라는 유비적 사고를 확립하는 토대가 되었다(Song, 2023).

이러한 관점은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에서 물질성과 신체성을 삭제하는 경향을 강화하였으며(Song, 2023), 신체를 단지 정보의 매개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존재의 기반을 정보 중심으로 재편하는 탈물질화된 인간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2) 인간–기계 공진화

헤일스는 포스트휴먼 주체를 단순한 사이보그 혼합체가 아닌, 기계와 인간 사이의 상호매개와 복잡성을 통해 창발적으로 공진화하는 존재로 이해한다(Song, 2023). 이관점은 사이버네틱스의 핵심 원리인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에 기반하며, 기술이 단지 외부적 수단이 아니라, 인간 정체성과 존재 방식을 재구성하는 내재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헤일스는 이를 재귀성(recursivity) 개념으로 설명하며,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용된 것이 변화된 관점을 통해 그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움직임(Hayles, 1999/2013)”으로 정의한다. 즉, 인간이 만든 기술은 인간 존재의 일부가 되며, 물질적·정보적 수준에서 인간을 재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고정된 실체로 간주하는 근대적 주체 개념에서 벗어나, 환경·타자·기술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구성되는 유동적 존재로 전환된다.

또한 그녀는 포스트휴먼 주체를 단순히 탈신체화된 사이보그 이미지로 환원하는 관점을 비판하고, 신체(body)와 체현(embodiment), 기록(inscription)과 체화(incorporation)를 구분하며, 신체가 개념적·추상적 구조인 반면, 체현을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맥락 속에서 실현되는 실천적 과정으로 본다(Kim, 2014). 그녀는 신체를 ‘최초의 인공기관’이라고 하며, 이를 확장·대체하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과정의 연속이라고 본다(Hayles, 1999/2013). 이는 인간의 신체는 고정된 자연적 실체가 아니라, 기술과 환경과의 피드백을 통해 구성되는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의 일부임을 시사하며, 포스트휴먼 주체는 탈물질화된 순수 정보의 형상이 아니라, 기술·환경·신체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체현적 존재로 이해된다.

3) 유물론적 페미니즘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스트로서 헤일스는 자유주의적 휴머니즘 주체 개념과 정보 중심 담론의 남성우월주의적 경향을 비판하며, 체현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유물론적 페미니즘은 환경 속에 뿌리내린 신체의 물질성과 기술적 인공물을 비롯한 비인간 존재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몸을 절대화하는 본질주의적 입장으로 환원되지 않도록 물질성과 상호매개성을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한다(Song, 2023).

사이버 페미니즘의 경우,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사이보그 선언』(1985)에서 사이보그를 젠더·인종·계급 경계를 재구성하는 혼종적 은유로 제시하며, 기술적 신체를 정치적 저항과 전복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헤일스는 사이보그 은유가 여전히 인간 중심주의를 전제하며, 기술을 인간의 확장이나 도구로 보는 제한된 시각을 포함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최근 헤일스는 ‘기술 공생(technosymbiosis)’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인간과 AI를 단순한 도구–사용자 관계가 아닌 상호 얽힘과 지속적 피드백 루프를 통해 공동 진화하는 존재로 규정한다(Hayles, 2023). 이러한 관점은 AI를 인류 발전의 수동적 도구로 보는 전통적 시각을 넘어, 인간과 AI가 상호 의존적 관계 속에서 미래를 공동 설계하는 주체임을 강조한다. 나아가 유물론적 페미니즘은 기술 공생의 개념을 매개로, 인간 주체와 기술, 물질과 정보, 젠더와 권력의 복잡한 얽힘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의 이론적 지평을 확장한다.

4.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과 헤일스의 포스트휴머니즘 개념 비교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과 헤일스의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모두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를 비판하고 인간 신체·정체성과 기술의 관계를 재구성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지닌다. 기거는 시각 예술을 통해 인간 신체의 해체, 기계 삽입, 성적 파편화, 존재 경계의 탈중심화를 시각화하고, 헤일스는 사이버네틱스와 정보이론을 바탕으로 탈경계적이고 체현된 포스트휴먼 주체를 이론화한다.

본 절에서는 기거의 조형 언어와 헤일스의 철학적 담론을 네 가지 분석 관점-1) 신체 해체와 주체의 탈중심화, 2) 인간–기계 관계의 공진화, 3) 젠더–물질성의 재구성, 4) 디스토피아와 윤리적 전환-에서 비교·통합하여, 포스트휴먼 신체 개념의 해석 방식과 상호보완성을 도출한다.

1) 신체 해체와 주체의 탈중심화

기거는 신체를 고정된 생물학적 실체가 아닌, 기계 부품과 결합된 해체적 구조로 제시한다. 파편화된 두개골, 삽입된 관, 해부학적 노출은 신체를 유기체가 아닌 시스템적 구조물로 재구성하며, 통합적 자아 개념을 해체한다. 이는 인간 주체를 유동적이고 혼종적인 존재로 탈중심화한다.

헤일스는 정보–물질–체현의 상호작용 속에서 주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유동적 개체로 이해한다. 두 담론은 근대 인본주의의 자율적 주체 개념을 비판하며, 주체의 탈중심화와 신체 개념의 재구성이라는 개념을 공유한다. 그러나 기거는 그로테스크한 하이브리드 형상을 통해 시각적 충격과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반면, 헤일스는 이를 윤리적 재구성의 가능성으로 확장한다.

2) 인간–기계 관계의 공진화

기거는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해체되는 존재론적 조건을 탐구하며, 기계가 인간의 일부로 통합되거나 상호침투하는 형상을 제시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지배–종속 이분법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시각적 불쾌감과 존재론적 낯섦을 동반한다.

헤일스도 기술을 외재적 수단이 아닌 인간 주체의 내재 요소로 보며, 인간–기계 상호작용이 피드백 루프와 재귀성에 기반하여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두 담론은 모두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일방적 종속이 아닌 상호구성적 존재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접점을 지니지만, 기거는 경계 붕괴의 위기와 불안을 강조하는 반면, 헤일스는 윤리적·정치적 전환의 계기를 강조한다.

3) 젠더–물질성의 재구성

기거는 성적 기관의 기계화, 남근 모티프의 과잉, 여성 신체의 분절화 등을 통해 억압된 욕망과 젠더 규범을 전복한다. 욕망은 생물학적 충동이 아닌 기계적 코드로 변환되고, 젠더는 유기체적 실체가 아닌 조립된 물질성으로 재구성된다.

헤일스는 유물론적 페미니즘 관점에서 젠더를 물질적 체현을 통한 수행적 구성물로 이해하며, 정보 중심 담론에서 배제된 물질성과 젠더 차이를 비판적으로 재조명한다.두 담론은 모두 젠더와 신체를 탈본질화하지만, 기거는 불안정한 쾌락·공포의 이미지를 통해 전복을 수행하고, 헤일스는 이를 다층적 이론 틀 속에서 재구성한다.

4) 디스토피아와 윤리적 전환

기거는 외골격화된 신체, 기계화된 감각기관, 감정이 제거된 얼굴을 통해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경계를 해체하는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의 미학은 기술로 인해 정동과 생명이 상실된 탈인간적 존재 양식을 제시하며, 인간 정체성의 위기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형상은 기술문명 속 인간 조건을 재고하게 만들며, 기존 윤리 체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촉발한다.

헤일스는 이를 더욱 이론화하여, 포스트휴먼을 기술·환경·정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적으로 구성되는 체현적 주체로 정의하고, 이를 새로운 윤리적 사유의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두 담론 모두 포스트휴먼성을 미래지향적 환상이 아닌, 기술적 존재 조건 속 윤리적 전환의 틀로 인식한다.

5) 소결

기거의 미학은 헤일스의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조형적 기반을 제공하며, 헤일스의 이론은 기거의 이미지를 윤리적·정치적 의미로 확장한다. 두 담론은 신체 해체와 기술적 재구성, 인간–기계 경계의 붕괴, 젠더 규범의 전복이라는 핵심 개념을 공유하지만, 기거는 기술이 야기하는 존재의 위협과 불안정성을 부각하는 반면, 헤일스는 기술과의 공진화를 통한 윤리적 주체 형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담론은 서로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동시에 해석의 심화와 의미 확장을 위해 상호 의존하는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기거의 미학은 헤일스의 이론을 감각적으로 구체화하고, 헤일스의 이론은 기거의 이미지에 윤리적·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함으로써, 미학과 이론이 교차하는 다층적 해석 구조를 구축한다.

본 연구는 두 담론에서 도출된 개념을 다음 네 가지 분석 범주로 체계화하였다. 1. 신체 해체와 주체의 탈중심화는 기거의 유기체 해체 조형 언어와 헤일스의 탈인간중심적 주체 개념을 결합한 것이며, 2. 인간–기계 관계의 공진화는 기거가 제시한 기계의 지배적 이미지와 헤일스의 상호매개·공진화 개념에서 도출되었다. 또한 3. 젠더–물질성의 재구성은 기거의 성적 기계 형상과 헤일스의 유물론적 젠더 재구성 논의를 통합한 범주이고, 4. 디스토피아와 윤리적 전환은 기거의 불안·위협 서사와 헤일스의 윤리적 전환 제안을 상호보완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Table 1>은 이러한 네 가지 분석 범주와 각 범주에 대응하는 기거와 헤일스의 핵심 개념을 요약한 것이다. Ⅲ장에서는 이를 적용하여 컬렉션을 심층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론–사례 간의 논리적 연속성과 해석의 일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Comparative Framework of Posthuman Concepts in Giger’s Biomechanoid Aesthetics and Hayles’s Posthumanism


Ⅲ. 포스트휴먼 패션 디자인 사례 분석

본 장에서는 Ⅱ장에서 도출한 네 가지 분석 범주—1. 신체 해체와 주체의 탈중심화, 2. 인간–기계 관계의 공진화, 3. 젠더–물질성의 재구성, 4. 디스토피아와 윤리적 전환—를 해석 틀로 설정하여, 동시대 패션 디자인에서 구현된 포스트휴먼 미학의 구체적 사례를 분석하였다.

사례 선정은 다음과 같은 절차와 기준에 따라 수행되었다. 첫째, Evans(2018b)Choi et al.(2024)이 제시한 바와 같이, 포스트휴먼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검색 시점인 2025년까지 발표된 패션 컬렉션으로 범위를 한정하였다. 둘째, Google에서 ‘posthuman fashion’ 키워드로 16건의 컬렉션을 1차적으로 추출하였다. 셋째, 글로벌 패션 저널리즘 플랫폼인 SHOWstudio와 Vogue, WWD의 쇼 리포트, 아티클, 디자이너 인터뷰에서 ‘posthuman’, ‘posthumanism’이라는 용어가 명시적으로 언급된 컬렉션만을 선별하여 해석의 신뢰성을 확보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Gucci(2018 Fall), Iris van Herpen(2022 Fall), Matières Fécales(2025 Fall), Wiederhoeft(2023 F/W), Windowsen (2021 Fall), Xander Zhou(2019 S/S, 2024 S/S)의 7개 컬렉션이 선정되었고, 총 302장의 런웨이 이미지와 52편의 관련 기사·인터뷰 자료가 수집되었다. 넷째, 각 컬렉션의 시각 자료와 텍스트 자료를 검토하고, 연구자가 제시한 포스트휴먼 4가지 개념의 시각적 구현과 이론적 해석 가능성을 평가하였다. 연구자의 예비 분석을 통해 이에 부합하는 자료를 중심으로 1차 자료군 156장을 구성하였다. 다섯째, 동료 연구자 1인의 검토(peer review)를 거쳐 사례 선정의 타당성을 보완하고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였다. 그 결과 최종 분석 대상으로 52장의 이미지를 확정하였으며, 이 중 12장은 논문 본문에 시각 자료로 제시하였다. 분석의 신뢰도와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 선정된 이미지 해석 과정에서 각 컬렉션의 비평 기사, 디자이너 공식 발언, 인터뷰 내용을 교차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1. 신체 해체와 주체의 탈중심화

Gucci(구찌)의 2018 Fall 컬렉션은 신체의 해체를 통해 정체성의 고정성과 주체의 중심성을 전복하고, 유동적이며 분산된 존재로서의 포스트휴먼 주체를 시각화한다. 컬렉션에 등장한 모델들은 자신의 머리 복제품을 들고 있거나, 안면 일부가 가짜 안구를 통해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여준다<Fig. 10>. 니트 발라클라바로 가려진 얼굴은 인간적인 요소를 제거하며 변형되고 유동적인 외모를 통해 젠더와 인간 정체성의 경계를 재구성한다(evans, 2018b)<Fig. 11>. Alessandro Michele(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이 컬렉션을 “수술실을 연상케 하는 공간을 몽환적으로 행진하는 초인류(transhumans)의 행렬”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우리 삶의 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 언급함으로써(Mower, 2018), 현대의 인간이 다양한 외부 기호와 기술, 문화적 코드로 스스로 재구성해 나가는 존재임을 강조다.

<Fig. 10>

Gucci 2018 Fall (Tondo, 2018a)

<Fig. 11>

Gucci 2018 Fall (Tondo, 2018b)

이처럼 구찌 컬렉션은 신체의 해체를 통해 고정된 자아 정체성의 환상을 전복하고, 기술적·문화적 기호가 신체와 결합해 구성되는 유동적이고 분산된 주체의 형상을 시각화함으로써, 포스트휴먼적 주체성의 정보–물질적 구성 방식을 드러낸다.

Iris van Herpen(아이리스 반 헤르펜) 2022 F/W의 디자인은 신체의 중심적 구성 방식을 해체함으로써 정체성을 유동적이고 유연한 존재로 재구성하는 포스트휴먼적 미학을 구현한다(Smelik, 2024). 그녀는 3D 프린팅, 바이오 기반 섬유, 디지털 렌더링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신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정보–물질 복합체로 시각화한다. 이는 “육체를 넘어선 우리는 누구일까요?”라는 반 헤르펜의 질문처럼(Pithers, 2022), 자아 정체성의 본질주의적 개념을 해체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유기적 소재와 기술적 구조의 상호작용은 새로운 유형의 신체를 상상하게 하며, 자연과 기술, 유기체와 비유기체 혼종성이라는 포스트휴먼 신체의 조건을 시각화한다. 컬렉션 속 의상은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변형되거나 확장되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신체를 고정된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존재로 표현하는 시도로 읽힌다. 이러한 시각화는 헤일스가 주장한 주체의 탈중심성과 체현된 정보의 흐름이라는 관점과 연결되며, 포스트휴먼 주체가 어떻게 시각적 조형 언어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Matières Fécales(마티에르 페칼)의 2025 Fall 컬렉션은 얼굴 보철물과 특수 콘택트렌즈를 활용해 모델의 개별성을 지우며, 전통적인 신체 이미지의 경계를 허무는 해체성과 주체의 탈중심화를 드러낸다<Fig. 12>.

<Fig. 12>

Matières Fécales 2025 Fall (Matières Fécales, 2025a)

Xander Zhou(잰더 저우)의 2024 S/S 컬렉션에 등장한 다관절 기계형 해부학적 꼬리가 척추에서 뻗어 나오는 ‘휴머노이드’(Criales-Unzueta, 2023)와 4개의 팔이 장착된 아우터는 전통적 인간 신체의 경계를 전복시킨다<Fig. 13, 14>. 이는 인간을 유동적이고 다층적으로 분산된 존재로 재현하며,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적 파편화 신체처럼 기계적 요소가 통합된 새로운 주체의 형상을 암시한다.

<Fig. 13>

Xander Zhou 2024 S/S (SHOWstudio, 2023a)

<Fig. 14>

Xander Zhou 2024 S/S (SHOWstudio, 2023b)

2. 인간–기계 관계의 공진화

반 헤르펜의 디자인은 인간, 기술, 자연 간의 위계적 구분을 해체하고, 이들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공진화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그녀는 2010년 초부터 유기적/무기적 요소를 결합한 혁신적 스타일을 선보이며, 장인적 재단 방식과 3D 프린팅, 레이저 컷팅 등 첨단 기술을 혼합해왔다. 2022년 컬렉션에서는 3D 프린팅 섬유와 업사이클링 오간자를 결합한 점프수트를 선보이며<Fig. 15>, “기술은 장인정신을 확장하는 도구”라고 언급함으로써(Pithers, 2022),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성과 미적 감수성을 확장하는 매개로 기능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을 외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상호 매개되어 작동하는 재귀적 진화의 일부로 보는 헤일스의 공진화 개념과 긴밀히 연결된다.

<Fig. 15>

Iris van Herpen 2022 Fall (Oberrauch, 2022)

Smelik(2024)은 반 헤르펜의 디자인이 자연적 유기 구조와 최신 기술이 교차하는 혼종적 미학을 구현하며, 자연과 기술 모두 자기 조직화(self-organizing)의 속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포스트휴먼 스타일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반 헤르펜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술과 신소재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신체 형상에 대한 포스트휴먼적 상상력을 조형 언어로 구체화한다.

이러한 반 헤르펜의 시도는 기거의 디스토피아적 기계–신체 개념과 차이를 보인다. 기거는 인간의 감각기관이나 생식기관이 기계 부속으로 대체된 형상을 통해 기술에 의해 침입당하고 종속된 신체를 시각화하며, 이는 기술에 대한 존재론적 불안과 통제 불가능성의 상상력을 반영한다. 반면, 반 헤르펜은 기술을 억압적 타자가 아닌 창의성과 주체성을 증폭시키는 협력자로 인식하며, 헤일스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기술과 인간이 상호 매개되어 진화하는 윤리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또한 잰더 저우는 인간-기술의 관계를 위계적 구도가 아닌 공진화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의 2024 S/S 컬렉션에는 외양은 인간과 유사하나, AI와 IA(지능 증강)를 흡수해 진화한 미래적 인간형 존재들이 등장하며(Criales-Unzueta, 2023), 기술이 인간 정체성의 외적 도구가 아닌 내면화된 구성 요소로 작용함을 드러낸다. 그는 “AI는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그것을 지능적으로 만든다”라고 언급하며, 기술은 인간성의 지속과 향상시키는 수단임을 강조한다(Criales-Unzueta, 2023). 이는 헤일스가 주장한 바와 같이, 인간과 기술이 대등한 상호작용의 주체로서 서로를 재구성하는 존재론적 가능성과 연결된다.

3. 젠더–물질성의 재구성

미켈레의 컬렉션은 얼굴을 가린 채 모호한 젠더 정체성을 제시함으로써 이분법적 성별 규범을 전복한다. 그는 “이제 우리는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성별과 신체에 대한 자율성과 재구성의 가능성을 패션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반 헤르펜의 작업은 전통적인 젠더 이분법이나 규범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난 비이분법적이고 유동적인 신체 형상을 지향한다. 바나나잎 섬유, 코코아 껍질 등 지속가능한 신소재를 반영한 의상은 신체를 성적 대상이 아닌 생태적·윤리적 존재로 재구성하며, 인간이 자연적·기술적 물질성과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탐색한다(Smelik, 2024). 또한 그녀는 기술적 매개와 새로운 소재를 통해 인간 형상을 탈자연화하며, 기존 미술사와 패션이 전제해온 신체의 미적 규범성과 젠더 이데올로기를 해체한다.

Smelik(2024)은 반 헤르펜의 디자인을 Deleuze and Guattari(들뢰즈와 가타리)가 제시한 ‘기관 없는 몸(body without organs)’개념을 통해 해석한다. 이 개념은 규율화된 유기체적 구조로서의 신체를 해체하고, 감각적·지각적 습관을 재조직하는 ‘되기(becoming)’의 과정을 통해 신체의 의미화 방식을 전환한다. 반 헤르펜의 디자인은 비정형적인 외골격, 실리콘·폴리아미드·금속 장치 등을 활용하여 신체의 내외부 경계를 전복하고, 자연과 인공이 혼종된 유동적 실체로 신체를 재형상화한다. 이는 규범적 신체 형상과 젠더 수행성의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하며, 감각과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상상력을 가동함으로써 포스트휴먼 미학을 구현한다.

마티에르 페칼의 2025 Fall 컬렉션은 파편화되고 훼손된 신체 이미지를 통해 억압된 욕망과 젠더 규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다. 찢기고 불규칙하게 감긴 검은 드레스, 장갑 위에 부착된 스파이크 디테일은 쾌락과 폭력, 에로티시즘과 혐오의 감각이 교차하며, 기거의 파편화된 신체처럼 욕망과 신체성의 불안정성을 시각화한다. 대비되는 흑백 메이크업은 여성성의 시각적 재현을 거부하고, 탈이분법적 정체성으로의 전환을 암시한다. 붕대처럼 감긴 드레스와 상처를 연상시키는 절개 가운은 변이 과정에 있는 신체, 억압 속에서도 출현하는 존재를 형상화한다.(Iconia Avant-Garde, 2025)<Fig. 16>.

<Fig. 16>

Matières Fécales 2025 Fall (Matières Fécales, 2025b)

잰더 저우의 컬렉션은 임신한 남성 모델, 기저귀 형태의 바지, ‘New World Baby’ 문구 티셔츠를 통해 젠더 수행성과 신체의 물질성에 대한 포스트휴먼적 해석을 시도한다. 임신한 배를 형상화한 보형물을 착용한 남성 모델은 출산 능력이 생물학적 여성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시각적으로 선언한다<Fig. 17>. 잰더 저우는 “왜 미래에는 남성도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거죠?”라고 언급하며, 젠더의 생물학적 기능성과 수행적 정체성의 경계를 해체하는 상상력을 구현한다.(Evans, 2018a). 기저귀형 바지나 복부를 감싸는 제스처는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부여된 젠더 수행성의 재배치를 시도한다. 또한 컬렉션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가 ‘I love you’라는 문구가 적힌 휴대폰을 들고 있는 설정은 감정과 욕망의 표현이 기술 장치를 통해 매개·확장되는 포스트휴먼 주체성을 시사한다.

<Fig. 17>

Xander Zhou 2019 S/S (Evans, 2018a)

Wiederhoeft(비더호프트)의 2023 F/W 컬렉션에서는 고전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하여 전통적 젠더 표상과 물질적 감각을 전복한다. 디자이너는 “남성의 시선과 결정이 제거된 포스트휴먼, 포스트젠더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라고 밝히며, 고전 서사의 젠더 이분법과 남성 중심적 구조를 해체한다. 논바이너리 모델이 착용한 브라이덜 룩의 코르셋 드레스, 튤로 장식된 트롱프뢰유 란제리 드레스, 타투 자수가 새겨진 시스루 룩 등은 이성애 중심의 욕망 구조와 젠더 수행성을 재구성하는 포스트휴먼적 실천을 보여준다<Fig. 18, 19>.

<Fig. 18>

Wiederhoeft 2023 F/W (Oberrauch, 2023a)

<Fig. 19>

Wiederhoeft 2023 F/W (Oberrauch, 2023b)

4. 디스토피아와 윤리적 전환

반 헤르펜의 디자인은 기술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불안을 강조하기보다는 정보–물질–체현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되는 포스트휴먼 주체의 윤리적 전환 가능성을 시각화한다 ‘하이퍼리얼리티’, ‘혼합현실’ 등 디지털 기술과 현실이 공존하는 미래적 전망속에서 그녀는 포스트휴먼성을 단순한 위협이 아닌 인간 존재를 재구성할 수 있는 대안적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그녀는 “디지털 룩에도 동일한 장인정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Pithers, 2022), 비물질적 전환이 윤리적·심미적으로 실현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마티에르 페칼은 ‘타자(The Other)’라는 컬렉션 주제를 통해 소외된 존재가 중심이 되는 미적 상상력을 제시하며, 기존 패션 산업의 규범성과 미의 기준에 비판적으로 도전한다. 디자이너 스티븐 라지 바스카란(Steven Raj Bhaskaran)은 “우린 소수지만, 포스트휴먼 미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언급하며(Iconia Avant-Garde, 2025), 소외된 정체성과 대안적 미학에 대한 공감대를 강조한다. 이는 기거가 디스토피아적 불안 속에서 기계화된 탈신체를 통해 비인간적 존재를 형상화한 방식과 대비되며, 소외되고 주변화된 정체성을 윤리적 전환의 주체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서 헤일스의 기술–윤리적 전환 담론과 연결된다. 궁극적으로 이 컬렉션은 포스트휴먼성을 괴물화된 환상이 아닌 실천 가능한 미학적·정치적 주체성의 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Windowsen(윈도우센)의 2021 F/W 레디투웨어 및 쿠튀르 컬렉션은 디자이너 Sensen Lii(센센 리)가 구축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미래적 존재에 대한 강렬한 시각적 상상력을 제시한다. 컬렉션 전반에 등장하는 기괴하고 비인간적인 실루엣, 곤충 또는 외계 생명체를 연상하게 하는 형상들, 3D 프린팅을 활용한 실험적 오브제 디자인은 인간 형상이 기술과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는 과정을 구체화한다<Fig. 20, 21>. 이러한 의도는 디자이너 리가 언급한 “나는 또 다른 차원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사는 이 공간과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는 대체 현실이다. 경계도 없고, 심판도 없으며, 각자가 자기 방식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격려받는 공간이다”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Allaire, 2021a). 이는 헤일스가 포스트휴먼 주체를 정보–물질–체현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존재로 본 관점과도 일치한다.

<Fig. 20>

Windowsen 2021 Fall Courtesy of Windowsen (Allaire, 2021b)

<Fig. 21>

Windowsen 2021 Fall Courtesy of Windowsen (Allaire, 2021b)

한편, 리의 컬렉션은 단순히 미래지향적 환상을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중국적 전통의 상징체계를 탈구조화함으로써 비서구적이고 대안적인 포스트휴먼 미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2021 쿠튀르 컬렉션에서는 12지신을 기반으로 용, 광대, 유니콘, 사마귀 등과 같은 전통과 환상을 혼성적으로 결합한 초자연적 존재들로 대체한 ‘Barbie With the Chinese Zodiac’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는 젠더, 문화, 국경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모호함을 통해(Ap, 2021) 포스트휴먼이 지향하는 존재론적 해체와 윤리적 상상력의 지평을 확장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사례 분석 결과를 종합하기 위해, <Table 2>는 이론적 틀의 네 가지 핵심 분석 범주에 따라 각 패션 컬렉션을 대응시킨 포스트휴먼 패션 분석 매트릭스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이론과 디자인의 개념–실천적 연계를 명확히 하고, 브랜드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하며, 공통된 포스트휴먼 개념과 고유한 미학적 해석을 동시에 드러낸다.

Analytical Matrix of Posthuman Fashion Design Cases


Ⅳ. 결론

본 연구는 기거의 바이오메카노이드 미학과 헤일스의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을 토대로 포스트휴먼 신체 개념이 동시대 패션 디자인에서 어떻게 조형적·의미론적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분석하였다. 두 담론은 각각 시각 예술과 철학 이론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으나, 인간 중심주의의 해체, 기술과 신체 간 경계의 재구성, 유동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기거의 미학은 기계와 융합된 해체된 신체와 파편화된 욕망을 조형 언어를 통해 인간-비인간, 생명체-인공물 경계를 시각적으로 해체하고,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제시한다. 반면, 헤일스의 이론은 정보–물질–체현의 상호작용 속에서 기술과 환경과의 공진화를 통한 윤리적·체현적 주체 형성을 제안한다.

분석을 통해 포스트휴먼 패션 디자인 사례를 네 가지 범주로 유형화하였다. 첫째, 신체 해체와 주체의 탈중심화: Gucci, van Herpen, Matières Fécales, Xander Zhou는 신체의 분절과 재구성을 통해 고정된 자아 개념을 전복하고, 다층적·유동적 존재로서의 주체를 시각화하였다. 둘째, 인간–기계 관계의 공진화: van Herpen과 Zhou는 기술을 단순히 외재적 도구가 아닌 존재론적 동반자로 수용하며, 위계 해체와 상호 진화의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이는 패션이 기술을 착용가능한 매개로 전환해 공존과 상호의존의 윤리적 상상력을 실천하는 사례이다. 셋째, 젠더–물질성의 재구성: van Herpen, Matières Fécales, Zhou, Wiederhoeft는 전통적 젠더 규범과 신체 형상의 해체를 통해 혼종적 물질성을 제시함으로써 패션의 포용적·비규범적 주체 형성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 넷째, 디스토피아와 윤리적 전환: van Herpen, Matières Fécales, Windowsen은 기술로 인한 소외와 불확실성을 대안적 존재론과 윤리적 상상력으로 전환하였다. 이는 불안과 위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윤리적 가치 모색의 장을 마련한다.

이와 같이 포스트휴먼 패션 디자인은 미적 실험을 넘어 기술·젠더·윤리가 교차하는 장에서 새로운 주체 형성에 기여하는 실천적 담론임을 확인하였다. 기거의 조형 언어는 헤일스의 윤리적·체현적 주체 개념을 시각화하며, 헤일스의 이론은 기거의 미학을 현대 패션 해석에 적용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관계는 동시대 패션에서 미학과 이론이 교차하는 다층적 해석 구조를 형성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의 틀을 디지털 패션, 포스트 젠더, 지속가능성 담론으로 확장해 심층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References

  • Allaire, C. (2021a, June 24). This brand wants you to dress like a hot alien. Vogue. https://www.vogue.com/article/windowsen-alien-couture-style
  • Allaire, C. (2021b, June 24). This brand wants you to dress like a hot alien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article/windowsen-alien-couture-style
  • Anothermanmag, (n.d.-a). Necronom IV. HR Giger Archive. https://www.anothermanmag.com/life-culture/gallery/9480/hr-giger-archive/9
  • Anothermanmag, (n.d.-b). Atomic children. HR Giger Archive. https://www.anothermanmag.com/life-culture/gallery/9480/hr-giger-archive/2
  • Anothermanmag, (n.d.-c). The spell II. HR Giger Archive. https://www.anothermanmag.com/life-culture/gallery/9480/hr-giger-archive/6
  • Anothermanmag, (n.d.-d). Alpha(Two Women I). HR Giger Archive. https://www.anothermanmag.com/life-culture/gallery/9480/hr-giger-archive/1
  • Ap, T. (2021, April 26). Windowsen’s fantastical post-human world. WWD. https://wwd.com/fashion-news/shows-reviews/feature/windowsen-fall-2021-rtw-couture-dark-and-fantastical-world-1234810059/
  • Broadly Specific. https://broadly-specific.com/2022/12/11/strongthe-warrior-queen-and-the-sexual-carnivore-strong-alien-ridleyscott-hrgiger-giger-xenomorph-alienmovie/
  • Cerio, S. (1994). H.R. Giger: Alienated biomechanical modifier. Seconds, (25), 56–60. https://www.littlegiger.com/articles/files/Seconds_25.pdf
  • Choi, K., Xue, J., & Suh, S. (2024). Boundaryless characteristics of posthumanist black color fashion. Journal of Fashion Business, 28(4), 113–128. [https://doi.org/10.12940/jfb.2024.28.4.113]
  • Choi, S. M. (2006). Research of surrealistic fantasy image: Centering on the leading writers of Northern Europe [Master’s thesis]. Kyonggi University. https://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b6257e166e18323effe0bdc3ef48d419&outLink=N
  • Criales-Unzueta, J. (2023, October 12). Xander Zhou: Shanghai spring 2024.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shanghai-spring-2024/xander-zhou
  • Domino, M. (2019, May 7). The nightmarish works of H.R. Giger, the artist behind “Alien”. Artsy. https://www.artsy.net/article/artsy-editorial-nightmarish-works-hr-giger-artist-alien
  • Evans, G. (2018a, June 11). Show report: Xander Zhou S/S 19 menswear. S HOWstudio. https://www.showstudio.com/collections/spring-summer-2019/xander_zhou_london_menswear_s_s_19/georgina_evans_reports_on_the_xander_zhou_show
  • Evans, G. (2018b, June 18). Essay: Posthumanism in fashion. SHOWstudio. https://showstudio.com/projects/queer/essay_posthumanism_in_fashion
  • Grof, S. (2005). H. R. Giger and the zeitgeist of the twentieth century. As cited in The warrior queen and the sexual carnivore. (2022, December 11).
  • Grof, S. (2010). The visionary world of H. R. Giger. https://www.stangrof.com/images/joomgallery/ArticlesPDF/Visionary_World_Giger.pdf
  • Hayles, N. K. (2013). We have always already been posthuman (H. Jin, Trans.). Open Books. (Original work published 1999)
  • Hayles, N. K. (2023). Technosymbiosis: Figuring (out) our relations to AI. In J. Browne et al. (Eds.), Feminist AI: Critical perspectives on algorithms, data, and intelligent machines (online ed., Oxford Academic, 23 November 2023).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93/oso/9780192889898.003.0001]
  • Hirsch, A. J. (2016, October 8). The man who created the ultimate alien. BBC. https://www.bbc.com/culture/article/20161007-the-man-who-created-the-ultimate-alien
  • Hwang, J.-H. (2008). Symbolization of biomechanoid shown by H. R. Giger. Journal of Basic Design & Art, 9(4), 321–329.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41072778
  • Iconia Avant-Garde. (2025, March 8). Matieres Fecales fw25 “the other”. https://iconiaavantgarde.com/matieres-fecales-fw25-the-other/
  • Jin, E. S. (2011). Researching uncanny form of subconscious motive: Based on the researcher’s works (Master’s thesis). Hong-Ik University.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41445315
  • Kim. J.-H. (2014). How can we become posthuman subject? Journal of The Society of philosophical studies, 106, 215-242.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917058
  • Littlegiger (n.d.-a). Li Tobler. H. R. Giger official website. https://www.littlegiger.com/limited/items/250.html
  • Littlegiger (n.d.-b). Erotomechanics. H. R. Giger official website. https://www.littlegiger.com/limited/items/port_ero.html
  • Littlegiger. (n.d.-c). Biomechanoid. H. R. Giger official website. https://www.littlegiger.com/limited/items/xb9.html
  • Littlegiger. (n.d.-d). Zodiac SignVirgo. H. R. Giger official website. https://www.littlegiger.com/limited/items/xz7.html
  • Littlegiger. (n.d.-e). ELP II-Brain Salad Surgery. H. R. Giger official website. https://www.littlegiger.com/limited/items/218.html
  • Matières Fécales. (2025a). Fall 2025 ready-to-wear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5-ready-to-wear/matieres-fecales/slideshow/collection#25
  • Matières Fécales. (2025b). Fall 2025 ready-to-wear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5-ready-to-wear/matieres-fecales/slideshow/collection#16
  • Mower, S. (2018, February 21). Gucci fall 2018 ready-to-wear.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18-ready-to-wear/gucci
  • Oberrauch, D. (2022). Iris van Herpen fall 2022 couture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2-couture/iris-van-herpen/slideshow/collection#15
  • Oberrauch, D. (2023a). Wiederhoeft fall 2023 ready-to-wear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3-ready-to-wear/wiederhoeft/slideshow/collection#1
  • Oberrauch, D. (2023b). Wiederhoeft fall 2023 ready-to-wear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3-ready-to-wear/wiederhoeft/slideshow/collection#22
  • O'Hara, H. (2019, May 27). The pornographer from another planet: How HR Giger created alien. The Telegraph. https://www.telegraph.co.uk/films/0/pornographer-another-planet-hr-giger-created-alien/?ICID=continue_without_subscribing_reg_first
  • Park, B. (2015). H. R. Giger's works under the perspective of authorship design [Master’s thesis]. Kookmin University. https://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3eca551fcde357d0ffe0bdc3ef48d419&outLink=N
  • Park, S. H. (2001). Swiss surrealist H. R. Giger: A study on psychoanalysis of S. Freud and analysis of Giger’s art work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Design Culture, 7(1), 291–305.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1793207
  • Pithers, E. (2022, July 4). Iris van Herpen Fall 2022 couture.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2-couture/iris-van-herpen
  • SHOWstudio (2023a, October 23). Xander Zhou s/s 24 – look 18 [Photograph]. SHOWstudio. https://www.showstudio.com/collections/spring-summer-2024/xander-zhou-ss-24?gallery=1&look=18
  • SHOWstudio (2023b, October 23). Xander Zhou s/s 24 – look 98 [Photograph]. SHOWstudio. https://www.showstudio.com/collections/spring-summer-2024/xander-zhou-ss-24?gallery=1&look=98
  • Smelik, A. (2024, December 11). A dance of materials: Between the organic and inorganic in Iris van Her pen’s fashion. NGV. https://www.ngv.vic.gov.au/essay/a-dance-of-materials-between-the-organic-and-inorganic-in-iris-van-herpens-fashion/
  • Song, E.-J. (2023). Posthuman feminism and information theory: Focusing on the work of N. Katherine Hayles on cybernetics. Institute of Humanities, 128, 41–73. [https://doi.org/10.23017/inmun.2023.128..41]
  • Sowiński, R. (2023, February 6). HR Giger necronomicon and biomechanical nightmares. Admind. https://admindagency.com/blog/hr-giger-necronomicon/
  • Stringer, R. (1979, August). The man who paints monsters in the night. Telegraph Sunday Magazine. https://www.littlegiger.com/articles/files/TelegraphSundayMagazine_Aug1979.pdf
  • The Book of Man (n.d.). Who was alien artist H. R. Giger? https://thebookofman.com/mind/culture/who-was-alien-artist-h-r-giger/
  • Tondo, M. (2018a). Gucci fall 2018 ready-to-wear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18-ready-to-wear/gucci/slideshow/collection#1
  • Tondo, M. (2018b). Gucci fall 2018 ready-to-wear [Photograph]. Vogue.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18-ready-to-wear/gucci/slideshow/details#108
  • Tuzio, A. (2021). H. R. Giger, a pass to hell. Collater.al. https://www.collater.al/en/h-r-giger-history-art/

<Fig. 1>

<Fig. 1>
Necronom IV, 1976 (Anothermanmag, n.d.-a)

<Fig. 2>

<Fig. 2>
Li I, 1974 (Littlegiger, n.d.-a)

<Fig. 3>

<Fig. 3>
Atomic Children, 1967-68 (Anothermanmag, n.d.-b)

<Fig. 4>

<Fig. 4>
The Spell II, 1974 (Anothermanmag, n.d.-c)

<Fig. 5>

<Fig. 5>
Alpha (Two Women I), 1967 (Anothermanmag, n.d.-d)

<Fig. 6>

<Fig. 6>
Erotomechanics, 1980 (Littlegiger, n.d.-b)

<Fig. 7>

<Fig. 7>
Biomechanoid, 2002 (Littlegiger, n.d.-c)

<Fig. 8>

<Fig. 8>
Zodiac SignVirgo, n.d. (Littlegiger, n.d.-d)

<Fig. 9>

<Fig. 9>
ELP II - Brain Salad Surgery, 1991 (Littlegiger, n.d.-e)

<Fig. 10>

<Fig. 10>
Gucci 2018 Fall (Tondo, 2018a)

<Fig. 11>

<Fig. 11>
Gucci 2018 Fall (Tondo, 2018b)

<Fig. 12>

<Fig. 12>
Matières Fécales 2025 Fall (Matières Fécales, 2025a)

<Fig. 13>

<Fig. 13>
Xander Zhou 2024 S/S (SHOWstudio, 2023a)

<Fig. 14>

<Fig. 14>
Xander Zhou 2024 S/S (SHOWstudio, 2023b)

<Fig. 15>

<Fig. 15>
Iris van Herpen 2022 Fall (Oberrauch, 2022)

<Fig. 16>

<Fig. 16>
Matières Fécales 2025 Fall (Matières Fécales, 2025b)

<Fig. 17>

<Fig. 17>
Xander Zhou 2019 S/S (Evans, 2018a)

<Fig. 18>

<Fig. 18>
Wiederhoeft 2023 F/W (Oberrauch, 2023a)

<Fig. 19>

<Fig. 19>
Wiederhoeft 2023 F/W (Oberrauch, 2023b)

<Fig. 20>

<Fig. 20>
Windowsen 2021 Fall Courtesy of Windowsen (Allaire, 2021b)

<Fig. 21>

<Fig. 21>
Windowsen 2021 Fall Courtesy of Windowsen (Allaire, 2021b)

<Table 1>

Comparative Framework of Posthuman Concepts in Giger’s Biomechanoid Aesthetics and Hayles’s Posthumanism

Analytical Category Giger Hayles Key Concepts & Keywords
1. Dismantling the body and decentering the subject • Fragmented mechanized bodies exposing instability of the unified self • Fluid and relational posthuman subject shaped by information–materiality interaction • Fragmented and mechanized body
• Dissolution of the unified self
• Fluid and relational subjectivity
2. Human-machine coevolution • Hybrid forms where machines penetrate or replace human organs • Human–machine relations as co-adaptive systems through recursive feedback • Dissolution boundaries
• Mutual penetration
• Feedback loops
• Co-evolution
3. Reconfiguring gender and materiality • Mechanical representations of sexual organs and fragmented female bodies as coded constructs • Gender as performative, materially embodied, mediated by technological systems • De-essentialization
• Material embodiment
• Performativity
4. Dystopia and ethical transformation • Dystopian, affectless figures representing existential crisis in hyper-technological age • Posthuman subject as ethical formation via interaction with technological & ecological systems • Dehumanization
• Ethical subject formation
• Critique of hyper-technological civilization

<Table 2>

Analytical Matrix of Posthuman Fashion Design Cases

Analytical
Category
Brand Visual/Conceptual
Features
Related Theoretical
Keywords
1. Dismantling the body and decentering the subject Gucci
(2018 F/W)
• Replicated heads and masks erasing human traits
• Reconfiguration of gender/identity boundaries
• Decentering of the subject
• Fragmented body
• Fluid identity
Iris
van Herpen
(2022 F/W)
• 3D-printed materials
• Shape transformation with movement
• Hybrid corporeality of nature and technology
• Information–material assemblage
• Hybridity
Matières
Fécales
(2025 F/W)
• Prosthetics and lenses erasing individuality
• Dismantling traditional body image
• Non-human form
• Boundary dissolution
Xander
Zhou
(2024 S/S)
• Multi-jointed mechanical tail
• Outerwear with four arms
• Integration of mechanical and human anatomy
• Fragmented body
• Machine–body integration
2. Human-machine coevolution Iris
van Herpen
(2022 Fall)
• Combination of craftsmanship with 3D printing and laser cutting
• Human–technology intermediation
• Co-evolution
• Recursive interaction
Xander
Zhou
(2024 S/S)
• Humanoids merging AI and IA
• Technology internalized as a constitutive element of identity
• Human–machine interaction
• Technological internalization
3. Reconfiguring gender and materiality Gucci
(2018 F/W)
• Ambiguous gender expression
• Autonomous reconfiguration of the body
• Gender performativity
• Non-binary
Iris
van Herpen
(2022 Fall)
• Non-binary body forms
• Redefining the body as an ecological and ethical entity
• Body without organs
• Denaturalization
Matières
Fécales
(2025 Fall)
• Fragmented female body imagery
• Black–white makeup disrupting gender norms
• Desire/abjection
• Deconstruction of gender norms
Xander
Zhou
(2019 S/S)
• Pregnant male model
• Reallocation of gender roles and performativity
• Performativity
• Material reconfiguration
Wiederhoeft
(2023 F/W)
• Bridal and lingerie reinterpretation by non-binary models • Post-gender
• Subversion of performativity
4. Dystopia and ethical transformation Iris
van Herpen
(2022 Fall)
• Echno-material embodiment as ethical transformation
• Aestheticization of immaterial transition
• Hyper-reality
• Mixed reality
Matières
Fécales
(2025 Fall)
• Centering marginalized identities
• Proposing alternative aesthetics
• Otherness
• Alternative subjectivity
Windowsen
(2021 F/W
Couture)
• Insect and alien-like silhouettes
• Supernatural beings combining the Chinese zodiac with fantasy
• Boundary dissolution
• Non-western posthuma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