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교육과정 변화에 따른 전통 복식 교육 내용의 재구성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the reorganization of traditional costume education within the Korean high school curriculum from the 7th to the 2022 revisions. Using a qualitative document and content analysis, the study examines how the positioning of traditional costume knowledge has shifted across different subject frameworks, with the findings revealing a distinct recontextualization: In general subjects such as Technology and Home Economics, for example, traditional costume education has transitioned from offering practical knowledge to providing meaning-centered cultural literacy. Conversely, in more specialized fashion-related subjects, it has been restructured into vocational units based on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NCS). This bifurcation—categorizing traditional costumes as either "symbolic cultural resources" or "functional industrial units"—has resulted in a fragmented learning experience where cultural identity and technical performance are disconnected. To address this structural divide, the study suggests re-establishing traditional costume education as an integrated domain that bridges cultural meaning and practical skills, supported by diverse teaching materials and teacher training systems.
Keywords:
curriculum structure, general subjects, recontextualization, specialized subjects, traditional costume education키워드:
교육과정 구조, 보통교과, 재맥락화, 전문교과, 전통복식 교육Ⅰ. 서론
한복은 사전적으로 ‘우리나라의 고유한 옷’으로 정의되며(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n.d.), 한국의 전통 복식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인식되어왔다. 학술적으로 복식(Attire/Costume)은 의복뿐만 아니라 장신구, 머리 모양 등 신체적 장식 전반을 포함하는 문화적 체계를 의미하며, 의복(Clothing)은 그중 몸을 감싸는 옷의 형태에 집중한 개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한민국의 전통 복식은 한민족의 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된 조형 원리와 착장 구조를 포괄하는 광의의 문화적 범주를 지칭한다. 한복은 전통 복식의 범주 안에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며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게 된 구체적 의복 유형이자 집합적 명사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Kim, 2022).
한복을 포함한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 체계 안에서 「가정」 및 「기술·가정」 교과의 일부 내용으로 제시되어왔다(Shim, 2025a; Shim, 2025b). 그러나 최근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이 교과 구조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제시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Lee, 2024), 교육과정 내에서 ‘가족’ 및 ‘생애 설계’ 관련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의식주 생활 영역 전반의 내용학적 비중이 조정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의생활 영역에 속한 전통 복식의 배치 방식과 제시 형식에도 변화가 수반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고등학교 교과 내에서 전통 복식 내용이 독립된 단원보다는 생활문화 단원 안에서 타 문화 요소와 병렬적으로 제시되거나, 조형적 특성보다는 개괄적 정보 중심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학계의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Shim & Baek, 2021; Suh, 2021).
한편 교육과정 내 전통 복식 내용의 제시 양상 변화와 별개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는 한복을 둘러싼 실천과 인식이 다층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통 조형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한복’의 등장과 함께, 전통 복식의 형태와 착장 방식이 현대 패션 및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새로운 맥락 속에 재구성되고 있다(Ahn et al., 2020). 특히 젊은 세대는 체험과 즐거움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복을 소비하며, 이를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적 표현 수단으로 재구성하는 등 한복 문화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Joo, 2017; Yoon, 2012). 이러한 흐름은 한복 기반 디자인의 지속 가능성 논의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 확장 사례 등 다양한 선행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Han & Yang, 2021; Park & Rhee, 2022).
이와 같은 전통 복식의 사회·문화적 확장은 중등 교육과정 이외의 교육 영역 및 문화 산업 전반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스토리텔링 기반 체험 교육은 학습자의 문화적 문해력을 효과적으로 함양함이 입증되었으며(Lee & Lee, 2016), 박물관의 실물 중심 교육은 학교 교육의 공간적 한계를 보완하는 실천적 학습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Kim, 2010). 또한 대학 및 평생교육 단계에서도 전통 복식을 역사 및 현대적 활용 맥락과 연계하여 고찰하는 융합 교양 과목으로서의 운영 시도가 보고되고 있다(Kim & Kim, 2023; Oh et al., 2024). 이러한 흐름은 전통 복식이 단순히 학교 교과 내에 국한된 제한적 학습 지식을 넘어,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교육적 맥락에서 재조명되는 유연한 문화적 학습 자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전통 복식 교육이 다양한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육 체계 안에서 전통 복식 관련 지식이 어떠한 내용 요소와 구조로 조직되어 왔는지 검토하는 것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무엇보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교과 편제 구조의 변화에 따라 그 제시 양상이 어떻게 이동하고 재구성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단계의 전통 복식 내용이 축소된 이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어떤 교과 영역 안에서 어떠한 성격의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는지 분석하는 일은 전통 복식 교육의 학문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제7차 교육과정 이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구조 변화를 검토하고, 보통교과와 전문교과의 편제 구조 속에서 전통 복식 관련 내용 요소가 어떻게 제시되어왔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통 복식 교육 내용이 교육 대상과 교과 구조에 따라 어떠한 지식 체계로 재구성되었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또한, 전통 복식 관련 지식의 교과 내 구조적 위치를 확인하는 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Ⅱ. 이론적 배경
1. 국가 수준 교육과정 체제와 교육과정 구조의 변천
대한민국의 중등 교육은 국가가 고시하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의 편제와 교육 내용이 조직되는 체제 속에서 운영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사회 변화와 교육 이념을 반영하여 각 교과의 성격과 내용 범위를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조정하는 기준으로 기능하며, 이는 특정 교육 내용이 어떠한 교과 영역 안에 위치하고 어떤 성격으로 제시되는지를 결정하는 구조적 기반이 된다(Kang, 2022). 따라서 전통 복식과 같은 생활문화 관련 내용 요소의 교육적 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교과의 내용 변화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국가 교육과정 체제의 구조적 변천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교육과정 체제는 광복 이후 교육 긴급조치기(1945–1954)와 제1차 및 제2차 교육과정을 거치며 기초가 형성되었다. 이 시기 교육과정은 교과 중심 체제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공통 내용을 설정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교과 구조의 자율적 분화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가 본격화된 제3차 교육과정(1973)을 기점으로, 국가가 교육과정의 심의·의결·고시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제도적 틀이 정비되었고, 이를 통해 국가 수준 교육과정 체제가 본격적으로 확립되었다. 이후 제6차 교육과정까지는 교과 편제와 내용 운영에 있어 국가 중심의 공통 구조가 강하게 유지되었으며,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교과 구조 분화와 선택 중심 운영은 비교적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졌다(Kang, 2022).
구조적 전환의 계기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나타난다. 1997년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은 학습자 중심 교육을 표방하며 고등학교 단계에서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 체제를 제도적으로 구조화하고, 2·3학년에서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도입하였다(Ministry of Education [MOE], 2015). 이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공통성 보장과 선택 확대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재편한 전환점으로 평가되며(Kang, 2022), 교과 체제의 분화가 제도적으로 명확해진 시기로 이해된다. 이러한 구조화는 특정 내용 영역이 일반 교과안에서 다루어질 것인지, 전문성을 지향하는 교과 영역으로 이동할 것인지를 구분하는 제도적 기준으로 작용하였고, 생활 관련 내용 요소들의 배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형성하였다. 이후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전 과정을 선택 중심 체제로 재편하며 교과 편성의 자율성을 확대하였다(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 [MEST], 2011). 이 과정에서 기술·가정과 같은 일부 생활 관련 교과 영역은 필수 이수에서 선택 이수 체제로 이동하였으며, 이는 특정 내용이 학교의 편성 여부에 따라 교육 기회를 달리 가지게 되는 구조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며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 체계를 재정비하였다(MOE, 2015). 교과 내 학습량 적정화와 핵심 개념 중심의 내용 구조화가 이루어지면서, 교과 내용은 단원 통합과 내용 압축의 방향으로 재조직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특정 전통 관련 내용이 독립적인 단원으로 유지되기보다 다른 생활문화 요소와 통합되어 제시될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형성하였으며, 내용 요소의 위계와 제시 방식이 교과 전체 구조 속에서 재조정되는 경향을 강화하였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다문화 이해, 세계 시민성, 문화적 다양성 등의 관점이 교육 전반에 걸쳐 강조되면서, 문화 관련 내용이 특정 전통의 재현에 한정되기보다 다양한 생활문화 사례 중 하나로 다루어지는 방향이 나타났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통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더욱 확대하고 교과 구조의 유동성을 강화하였다(MOE, 2022). 이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교과 편성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한편, 학교별 교육과정 편성 상황에 따라 특정 내용 요소의 학습 기회가 달라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교과 구조가 유연해질수록, 개별 내용 요소의 제시 여부와 비중은 교과의 성격 규정과 편제 구조에 더욱 밀접하게 의존하게 되며, 생활문화 관련 내용 역시 이러한 구조적 조건 속에서 위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변천은 단순한 제도 개정의 연속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 체제의 구조와 각 교과가 담당하는 교육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해 온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Kang, 2022). 특히 제7차 교육과정 이후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의 체제가 제도적으로 분화되고 선택 중심 운영이 심화되면서, 교과 내 교육 내용의 범위와 성격 역시 정책적 방향에 따라 재조직되어 왔다. 따라서 전통 복식 문화와 관련된 교육 내용이 이러한 교과 구조 변화 속에서 어떠한 위상으로 배치되고 의미가 조정되어 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시기 국가 교육과정 문서에 나타난 교과 체계와 내용 조직 원리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2. 전통 복식 교육의 학술적 연구 동향
전통 복식 교육에 관한 학술적 연구 동향은 크게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공교육 내에서의 연구와 교육과정 외부 영역에서의 연구로 구분하여 고찰할 수 있다. 우선 공교육 내 전통 복식 교육 연구는 최근 2015 및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과정에서 중학교 단계의 관련 내용이 실무적으로 삭제되고,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과 내에서도 비중이 급격히 축소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비판적 성격의 연구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Choi et al., 2024; Kim, 2021; Shu, 2021; Shim & Baek, 2021).
교육과정 내 전통 복식 교육의 변천을 분석한 선행연구(Shim, 2025a; Shim, 2025b)에 따르면, 제3차 교육과정 이후 제7차 교육과정 전까지 전통 복식 교육은 의복 구성과 관리의 핵심 요소로서 비교적 독립적인 위상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재구조화되어 왔다. 그러나 제7차 교육과정을 기점으로 전통 복식 교육의 입지는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통합 교과 편제 속에서 전체적인 학습량이 조정됨에 따라, 실습 중심의 전통 복식 제작이나 복식사 중심의 심화 내용은 학년별 통합 단원의 일부 요소로 편입되거나 고등학교 선택 과목으로 분산되는 등 그 구조적 토대가 약화된 것이다(Shim, 2025b). 특히 이러한 흐름은 2015 및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이어지며 전통 복식 교육이 단편적인 정보 전달 수준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이로 인한 교육의 질적 저하와 학문적 단절에 대한 우려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Shu, 2021).
이처럼 공교육 내 전통 복식 교육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 효과 향상을 위한 실천적 교수·학습 방안 연구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Kim(2020)은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과에서 한복에 대한 이해, 탐색, 실습을 단계별로 구성한 과정안을 개발하여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식과 태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입증하였고, Kim(2021)은 한복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비참여 학생들에 비해 전통한복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음을 밝혀 체계적인 교육의 실증적 효과를 뒷받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한 다각적인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Lee(2020)는 「기술·가정」 교과 내 전통 복식 문화 관련 정보량이 매우 빈약할 뿐만 아니라, 통합 교과 운영 과정에서 교사들의 연구 시간 부족과 전용 교수 매체의 미비가 실제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특히 현직 교사들이 통합 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교수법이나 재교육 기회가 부족하여 수업 운영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분석은, 공교육 체계 내 전통 복식 교육이 처한 구조적 고립과 현장의 고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공교육 체계 내에 위치하지는 않지만, 학교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비형식 교육 차원의 연구들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Lee and Lee(2016)는 초등학생 대상 체험 프로그램 연구를 통해 전통 복식 교육이 놀이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실천적 문화 체험으로 확장될 때 학습자의 내면화와 문화적 문해력이 효과적으로 함양됨을 입증하였다. 또한 Kim(2010)은 박물관 유물의 실증적 가치에 주목하며, 학교 교육이 제공하기 어려운 실물 중심의 교육이 가능한 박물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전통 복식 교육이 교과 지식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및 박물관 등 유관 기관과 연계될 때 전 생애적 생활문화 교육으로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심화 교육 영역에서의 연구도 수행되고 있다. 이는 신한복 시대의 도래와 한복 산업의 고도화에 발맞추어, 과거의 단순 제작 기능 전수에서 벗어나 현대적 디자인 기획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시도가 주를 이룬다. Yun et al.(2022)은 대학 및 전문 교육기관에서의 한복 교육이 디자인 창의성과 실무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분석하였고, Im and Kim(2023)은 전통 기법의 계승과 현대적 변용이 조화를 이룬 표준화된 전문 교육과정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한복 전문가 교육의 체계화를 도모하였다.
결국 이러한 학계의 논의 흐름은 전통 복식 교육이 최근 공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향유 및 산업 현장 등 사회 전반으로 그 외연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외부의 다양한 실천적 노력들이 단절된 시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 주체별로 산재한 활동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공교육 체계 내에서 전통 복식 내용을 어떻게 조직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 자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의 교과 구조 속에 나타난 내용 요소의 범주와 층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본 연구의 작업은, 향후 학교 안팎의 전통 복식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지향해야 할 학술적·실천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토대가 될 것이다.
Ⅲ. 연구방법
1. 분석 대상 및 범위
본 연구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고등학교 교과 구조 변화 속에서 전통 복식 관련 교육 내용 요소가 어떠한 체계로 조직·재배치되어 왔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교육부가 고시한 교육과정 총론 및 교과 해설서를 주요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교육과정 해설서는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동시에 교과의 성격, 목표, 내용 체계 등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공식 문서로서, 교과 내 교육 내용이 어떠한 구조와 위계 속에서 조직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인 1차 자료이다.
분석 범위는 고등학교 단계에서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 체제가 제도적으로 구조화되고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본격화된 제7차 교육과정(1997)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까지로 설정하였다. 분석 자료는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National Curriculum Information Center; NCIC)에서 제공하는 공식 원문 자료로 제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보통교과 영역의 「기술·가정」 교과 해설서와 전문교과 영역 중 복식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가사·실업’(7차, 2009 개정) 및 ‘섬유·의류’(2015, 2022 개정) 계열 관련 교과 해설서를 포함한다(MOE, 1997, 2015, 2022; MEST, 2011).
2. 분석 절차
연구 방법으로는 교육과정 문서를 대상으로 한 질적 문헌 분석(Document Analysis)과 질적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을 병행하였다. 분석 과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2단계의 분석 절차를 거쳤다.
첫째, 교육과정 시기별 교과 구조 분석 단계이다. 각 시기별 고등학교 교과 편제 구조를 검토하여 보통교과와 전문교과의 구분, 교과군 구성 및 위계 체계를 정리하고, 전통 복식 관련 내용 요소가 위치하는 교과 체제의 재편 양상을 도출하였다. 이는 지식의 재구조화가 일어나는 제도적 틀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분석이다.
둘째, 교육 내용 요소의 추출 및 분석 단계이다. 본 연구는 분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 해설서에 명시된 ‘내용 체계’를 분석의 핵심 단위로 설정하였다. 특히 국가 교육과정의 학제 구조 변화에 따라 시기별로 상이한 내용 체계 기술 방식을 고려하여 분석 단위를 식별하였다. 제7차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1학년(10학년)까지 ‘국민 공통 기본과정’이 적용되던 시기로, 해당 학년까지 연속적으로 제시된 ‘내용 체계’ 내에서 ‘영역’과 ‘내용 요소’를 추출하였다. 반면 2009 개정 이후부터는 공통 교육과정이 중학교까지로 단축되고 고등학교 과정이 분리됨에 따라, 별도로 제시된 표 형식의 ‘내용 체계’에서 ‘영역’과 ‘내용 요소’를 매칭하여 추출하였다. 이러한 시기별 분석 단위 식별의 구체적인 예시는 <Fig. 1>과 같다.
3. 연구의 타당도 및 신뢰도
본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 검토를 실시하였다. 연구자가 도출한 전통 복식 관련 내용 요소의 추출 기준과 이원화된 범주 분류의 적절성에 대하여 가정교육 전공 교수 1인의 검토를 거쳤다. 이를 통해 연구자의 해석에 따른 편향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내용 요소가 각 범주로 분류되는 과정의 논리적 타당성을 점검하여 분석의 엄밀성을 확보하였다.
Ⅵ. 연구결과 및 논의
1.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교과 구조 변화와 전통 복식 관련 교과의 위치
본 절에서는 전통 복식 관련 교육 내용이 고등학교 교육과정 체계 안에서 어떠한 구조적 위치를 점해 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제7차 교육과정 이후 고등학교 교과 편제 구조의 변화를 비교·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Table 1>과 같이 제7차 교육과정 이후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 체제는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가 병존하는 이원적 구조를 유지해 왔으나, 교육과정 개정 시기마다 교과를 조직하는 원리와 분류 체계는 점진적으로 재편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보통 교과 영역에서는 「기술·가정」 교과의 위상 변화가 확인된다. 제7차 교육과정 시기 「기술·가정」 교과는 공통 이수 교과 체제에 위치하여 의생활 및 복식 관련 내용이 특정 진로나 전공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 제공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이 보편 교양 수준의 학교 지식으로 제시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고등학교 단계에서 「기술·가정」 교과가 선택 교과로 전환되면서, 교과 개설 여부가 학교 편성과 학생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은 공통적으로 경험되는 지식에서 선택적으로 접하게 되는 지식으로 제시 조건이 이동하였다.
한편 전문 교과 영역에서도 구조적 재편이 나타났다. 제7차 및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는 복식 관련 교육이 ‘가사·실업’ 계열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한국 의복 구성」 교과는 전통 의복의 구성 원리와 제작 기능을 함께 다루는 교과로 운영되었다. 이 시기 전통 복식은 복식 이해와 구성 기술이 결합된 학습 대상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계열 중심 구조가 해체되고 직무군 중심 전문 교과 체제가 도입되면서, 복식 및 의류 관련 교과는 ‘섬유·의류’ 전공 영역으로 재조직되었고, 해당 교과는 「한국 의복 구성과 생산」이라는 실무 과목으로 재편되었다. 이 교과는 디자인 기획, 공정 계획, 옷본 제작, 봉제, 마감, 품질 검사 등 생산 공정을 중심으로 능력 단위 기반으로 조직되는 직무 수행 중심 교과의 성격을 지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 구조가 유지되며, 실무 과목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능력 단위 중심 체제에 위치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전통 복식 관련 교육이 교과 체제 안에서 단순히 유지되거나 축소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교육 맥락 속에서 재배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Fig. 2>는 이러한 구조적 재편 양상을 도식화한 것으로, 범례(Legend)로 제시된 각 기호와 흐름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통 교과 내 「기술·가정」(○)의 형태 유지는 교과목의 정체성 유지를 의미하고, 교육과정 시기별 위치 변화는 지식의 보편성에서 개별 선택성으로의 이행을 상징한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공통 과목’으로 분류되었던 전통 복식 관련 지식이 2009 개정 이후 ‘선택 과목’ 체제로 이동한 것은, 전통 복식 지식이 모든 학생이 필수 이수하는 ‘보편 지식’에서 학습자의 선택에 따른 ‘보편 교양 지식’으로 그 성격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둘째, 전문 교과 내 과목 기호의 속성 변화(△
▲, □
■)는 교과목의 명칭 변경에 따른 교육 패러다임의 시각적 대조를 의미한다. 제7차 및 2009 개정 시기의 기호(△,□)는 「복식(패션)디자인」, 「한국 의복 구성」 등의 교과목을 상징한다. 반면, 2015 및 2022 개정 시기의 기호(▲, ■)는 「패션 디자인의 기초」, 「한국 의복 구성과 생산」으로의 교과목 변경과 함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실무 중심 체제로 재편된 지적임을 명시한다.
셋째, 도식 내 화살표는 이러한 교과 정체성의 분화 과정을 의미한다. 동일한 전통 복식 소재가 보통 교과에서는 ‘보편적 문화 소양’의 맥락으로, 전문 교과에서는 ‘산업적 직무 수행’의 맥락으로 각기 다르게 재구조화되는 흐름을 나타낸다.
2.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전통 복식 관련 내용 요소의 구성 변화
앞서 교과 체제의 구조적 재편을 살펴본 데 이어, 본 절에서는 각 교육과정 시기별로 전통 복식과 관련된 교육 내용 요소가 교과 내에서 어떠한 범위와 구성 방식으로 제시되어 왔는지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은 교육과정 시기별로 제시 범위와 내용 성격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보통 교과 「기술·가정」에서는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이 동일한 형태로 유지되기보다는, 제시 여부와 내용 성격이 변화하는 양상이 <Table 2>와 같이 확인되었다.
제7차 교육과정 시기에는 「기술·가정」 교과 내에 ‘우리나라의 의식주’가 내용 요소로 제시되어 전통 생활양식이 의생활·식생활·주생활과 연결된 생활 영역 안에서 다루어졌다. 이 시기 전통 복식은 의생활과 결합된 생활문화 학습 요소로 포함될 수 있는 구조를 지녔다. 반면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내용 요소 목록에서 해당 항목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며, 전통 생활문화 관련 내용이 독립된 범주로 드러나지 않는 양상이 나타난다. 의생활 영역 또한 생활 설계 중심 구조 속에서 제시되는 방식으로 재조직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식·한복·한옥’이 보통교과 내용 요소에 포함되면서 전통 생활문화 관련 내용이 다시 등장하지만, 이는 의생활 기능 학습과 직접 연결되기보다 전통 생활문화를 구성하는 문화 요소로 제시되는 성격을 보인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문화 이해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점이 전반적으로 강조된 흐름과도 관련된다. 전통 생활문화 요소가 특정 기능 학습의 중심 내용이라기보다 다양한 생활문화 사례 중 하나로 제시되는 구조는, 문화 간 비교와 문화 이해를 중시하는 교육과정 담론 속에서 전통 요소가 위치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내용 요소에 ‘한국 의식주 생활문화의 독창성’이라는 표현이 확인되며, 전통 의식주 문화는 구체적인 생활 활동 항목이라기보다 한국 생활문화의 특징과 가치를 설명하는 내용 요소로 제시된다.
이와 같이 보통 교과 영역에서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이 생활 영역과 결합된 학습 요소로 제시되던 시기에서 점차 문화적 특성과 가치 이해 중심의 내용 요소로 재구성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전통 복식이 생활 기술 중심의 경험적 학습 대상에서 문화 이해와 정체성 인식의 대상으로 성격이 이동하며 학교 지식 체계 안에서 재맥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Bernstein(2000)에 따르면 지식은 본래의 생산 맥락에서 교육적 맥락으로 전이될 때, 교육적 목적에 맞게 재선택되고 재배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변화는 과거 ‘의생활 기술'이라는 실천적 맥락에 놓여 있던 전통 복식이 교육과정 개정을 거치며 ‘한국 문화 이해'라는 상징적 맥락으로 재구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재맥락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재맥락화는 기능 습득 중심에서 의미 형성과 문화 이해를 중시하는 최근 교육 담론의 흐름(Biesta, 2010)과도 맞물리며, 전통 복식이 의생활 기술의 핵심 내용이라기보다 생활문화 이해를 위한 사례로 위치가 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보통교과에서 전통 복식 관련 학습 경험은 생활 실천 중심 맥락에서 문화적 의미 이해 중심 맥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며, 교사는 해당 내용을 기능 지도 대상이라기보다 문화적 특성을 해석·맥락화하는 요소로 다루게 되는 조건이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 교과 영역의 복식 및 의류 관련 교과는 분석 대상 시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Table 3>과 같이 전통 복식이 교과 내에서 위치하는 방식과 내용 구성의 성격은 변화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Traditional Costume–Related Content in Clothing and Fashion Specialized Subjects across Curriculum Revisions
전공 기초 및 일반 과목 수준에서는 「복식 디자인」과 「패션 디자인」 등 설계·디자인 중심 교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제7차 및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는 이들 교과가 ‘가사·실업’ 계열 안에서 제시되었으며, 디자인 개념과 원리, 색채, 소재 이해, 드로잉 등 전공 기초 설계 능력 중심의 내용이 구성되었다. 2015 개정 이후 전문 교과 체제가 직무군 중심 구조로 재편되면서 복식 관련 교과는 ‘섬유·의류’ 분야로 분류되고 전문 공통–전공 일반–전공 실무 과목 체계로 조직되었으며, 디자인 교과에는 디지털 도구 활용과 시각 자료 분석 등 설계 기반 역량 요소가 강화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유지되나, 전통 복식은 복식사나 문화적 배경의 일부로 부분적으로 언급되는 수준에 머무른다.
반면 전통 복식과 직접 연결되는 「한국 의복 구성」 교과는 성격 변화가 뚜렷하다. 제7차 및 2009 개정 시기에는 해당 교과가 복식 구성 교과로 제시되어 한복 변천 이해와 제작 기술 학습이 결합된 형태로 조직되었다. 그러나 2015 개정 이후 「한국 의복 구성과 생산」이라는 실무 과목으로 재편되며, 디자인 기획, 공정 계획, 옷본 제작, 봉제, 마감, 품질 검사 등 생산 공정 단계 중심의 직무 수행 구조로 조직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동일한 체제가 유지되며, 해당 교과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능력 단위 중심 수행 지식 체계 안에 위치한다.
이러한 변화는 전문 교과 내 전통 복식 관련 지식이 전통 복식 이해와 구성 기술이 결합된 학습 구조에서 산업 생산 공정 중심의 수행 지식 체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디자인 계열 교과에서는 전통 복식이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참조 자원으로 제시되는 반면, 실무 교과에서는 생산 공정과 작업 수행 중심의 기능 단위로 다루어지는 이중적 배치가 나타난다.
그 결과 전통 복식은 문화적 의미를 설명하는 상징 자원과 산업 생산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작업 대상으로 분화되며, 두 맥락을 연결하는 통합적 학습 구조는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 교과에서 전통 복식 학습은 문화 이해와 기술 수행이 통합된 형태라기보다 서로 다른 교육 맥락 속에서 분리되어 제시되는 조건이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제7차 교육과정 이후 고등학교 교육과정 체계의 구조 변화 속에서 전통 복식 관련 교육 내용이 어떠한 교과 맥락 안에서 어떠한 성격의 지식으로 조직되어 왔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의 편제 구조를 중심으로 전통 복식 관련 내용 요소의 제시 양상과 구성 방식의 변화를 비교·검토하였다. 본 연구는 전통 복식 관련 교육 내용을 분량의 증감이 아닌 교과 체제 내 지식 구조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분석 결과,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은 단순히 특정 교과 내에서 유지되거나 축소된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교과 체제의 재편에 따라 상이한 교육 맥락 속에서 재배치되고 있었다. 보통 교과 영역에서는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이 생활 영역과 결합된 학습 요소로 제시되던 시기에서 점차 문화적 특성과 가치 이해 중심의 내용 요소로 재구성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통 복식은 생활 기술 중심의 경험적 학습 대상에서 문화 이해와 정체성 인식을 위한 사례적 지식으로 성격이 이동하며, 생활문화 이해를 위한 맥락 속에서 제시되는 조건이 강화되었다.
반면 전문 교과 영역에서는 전통 복식이 의복 구성 기술과 결합된 학습 대상으로 제시되던 구조에서 산업 생산 공정 중심의 실무 과목 체계 안으로 재편되는 변화가 확인되었다. 「한국 의복 구성」 교과는 「한국 의복 구성과 생산」이라는 실무 과목으로 재조직되며, 생산 공정 단계와 직무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수행 지식 체계 안에 위치하게 되었다. 동시에 디자인 계열 교과에서는 전통 복식이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참조 자원으로 제시되는 등, 전통 복식 관련 지식은 문화적 의미를 설명하는 상징 자원과 산업 생산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작업 대상으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전통 복식 관련 지식이 교과 맥락에 따라 상이한 교육 목적과 지식 조직 원리에 따라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통 복식이 하나의 통합된 학습 내용으로 제시되기보다, 보편 교양 학습 맥락에서는 문화 이해의 사례로, 전문 학습 맥락에서는 직무 수행을 위한 기술적 지식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부여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학습자는 동일한 복식 대상을 접하더라도 교과 맥락에 따라 전통 복식을 문화적 의미의 대상으로 경험하기도 하고, 생산과 수행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하는 이중적 학습 경험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이는 전통 복식이 학교 교육안에서 단일한 전통 지식 체계로 전승되기보다, 복식의 문화적 의미와 기술적 수행 맥락이 분절된 형태로 조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지식 조직의 분절화와 구조적 변화는 향후 전통 복식 교육의 방향 설정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전통 복식 교육은 사회·문화적 확장세를 반영한 ‘실천적 문해력’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전통 복식의 현대적 가치가 디지털 플랫폼과 패션 산업 전반에서 재발견되고 있는 만큼, 학교 교육 역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전통 요소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학습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전통 복식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삶 속에서 지속해서 재생산되는 유연한 문화 자원으로 인식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학교 교육과 지역사회의 교육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연계형 교육 모델 구축이 요구된다. 교과 내 전통 복식 내용의 제한된 위상을 보완하기 위해 박물관의 실물 자원이나 디지털 아카이브를 교수·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외연의 확장은 학습자로 하여금 교과서 속의 평면적 지식을 넘어 입체적이고 실감 나는 학습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전통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 간의 단절을 보완하고 문화적 이해와 기술적 수행을 통합하는 관점에서의 교육과정 설계가 필요하다. 전통 복식이 교양 교육의 ‘상징 자원’과 전문 교육의 ‘작업 대상’으로 양분되어 제시되는 현재의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의 융합 교양 사례와 같이 중등 교육에서도 다학문적 관점을 통합하여 전통 복식을 고찰하는 범교과적 융합 수업의 도입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보통교과인 「기술·가정」 교과에서 전통 복식문화 관련 내용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실제 수업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만큼(Lee, 2020),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복식 관련 교수·학습 자료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며, 교사 대상의 복식학 기초 연수, 교과 간 연계를 고려한 교수·학습 자료 개발, 시각 자료 및 체험 활동을 활용한 교수 전략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전통 복식 교육이 문화적 의미 이해와 기술적 수행을 연결하는 복합적 학습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전통 복식 관련 교육 내용의 제시 양상을 교육과정 문서와 해설서에 나타난 제도적 수준의 내용 체계와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실제 교실 수업에서 해당 내용이 어떻게 해석되고 실행되는지, 교사가 이를 어떤 교수 전략과 자료를 통해 재구성하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구조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기 때문에, 초·중학교 단계에서의 전통 복식 교육 내용의 연계 양상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한 제한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구에서는 교과서 분석과 수업 실행 관찰을 통해 전통 복식 관련 내용이 실제 수업 맥락에서 어떠한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 사례 연구와 심층 면담은 교과 구조 변화가 교수 실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전통 복식이 문화 이해의 대상과 기술 수행의 대상으로 분화되어 제시되는 현상이 학습자의 인식과 경험에 어떠한 차이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학습자 관점의 연구도 요구된다. 이러한 후속 연구는 전통 복식 교육이 교과 구조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통합적 학습 경험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방향을 모색하는 데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한국연구재단-2022-NRF-2022S1A5A2A01046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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