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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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2 , No. 1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2, No. 1, pp. 29-50
Abbreviation: JKSC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8 Feb 2022
Received 27 Dec 2021 Revised 18 Jan 2022 Accepted 04 Feb 2022
DOI: https://doi.org/10.7233/jksc.2022.72.1.029

2000년대 이후 남성 패션에 나타난 불안
장유진 ; 권하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석사
서울여자대학교 패션산업학과 부교수

Anxiety in Men's Fashion after 2000
Yujin Jang ; Hajin Kwon
Master, Dept. of Clothing Science, Seoul Women’s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Dept. of Fashion Design & Marketing, Seoul Women’s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Hajin Kwon, e-mail: hajinkwon@s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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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xamine the formative characteristics and internal values of anxiety as expressed in men's fashion since the year 2000. Fashion designers have accepted the domain of 'anxiety' as a source of creative inspiration. They have manifested it in their fashion designs, sharing anxiety's significance and internal values with the appreciator by indirectly displaying it. Anxiety was portrayed in men's fashion after 2000 by means of the following classifications: ‘image of darkness’, ‘distorted image’, ‘feminine image’, ‘image of protection’, and ‘artistic image’. The images of anxiety demonstrated in 21st-century men's fashion possess the internal values of ‘subjectivity’, ‘otherness’, ‘de-boundary’, and ‘sublimation’. Embodying anxiety through men's fashion has helped designers and the public alleviate anxiety and understand its true meaning. Furthermore, it has allowed them to reconsider 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 that exists by anxiety and restore the self to an authentic state. By offering an array of possibilities, 21st-century men's fashion has not only expanded the scope of fashion but is also advancing ‘fashion for humans’ in a broader sense while performing a psychological role.


Keywords: anxiety, de-boundary, otherness, subjectivity, sublimation
키워드: 불안, 탈경계성, 타자성, 주체성, 승화성

Ⅰ. 서론
1. 연구의 목적 및 의의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불안심리’는 패션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패션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남성 패션은 20세기 후반부터 당시의 불안정한 사회적 경향을 반영하여 펑크(Puck), 고스(Goth), 그런지(Grunge), 사이보그(Cyborg), 글램록(Glam rock), 뉴로맨틱(New Romantic) 등의 과감한 스타일을 이끌어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사회적성 역할의 변화와 인간의 다양한 욕구로부터 기존의 가치관이 붕괴되어 성의 혼란과 새로운 관념들이 형성되면서 남성복과 여성복의 고정적인 구분이 사라졌다. 그리고 삶에 위협을 끼치는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으로부터 환경과 기능성 중심의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불안을 해소해 나가기도 했다. 이렇듯 오늘날의 남성 패션은 단순한 재화 중심의 가치를 넘어 인간의 불안 감정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심리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불안심리가 남성 패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션에서 ‘불안의 관점’으로 패션을 살펴보는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패션 분야에서 ‘불안’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여 관련 분야인 예술계에서 진행된 선행연구를 살펴보았을 때, 불안을 표현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된 것이 발견되었다. Moon(2007), Song(2009), Song(2018), Park(2019)은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미술작품에 나타난 불안의 표현적 요소를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의 관점으로 살펴보았고, 정신분석학에서의 불안과 예술의 관계를 주목하거나(Sun, 2009), 실존철학의 관점에서 불안과 예술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Kim, 2020). 현대 패션에서 ‘불안’에 관련한 연구로는 Im(2012)Yu(2015)가 불안의 표현적 특성 중 하나인 언캐니의 시각에서 패션을 살펴보았고, Song(1997)Nam(2002), Lee(2011)는 불안이 증가하는 사회적 상황과 그에 따른 패션스타일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선행연구 대부분은 여성 패션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남성 패션에서의 ‘불안’에 대한 해석은 현재까지 부족하다고 보인다. 때문에 불안의 심리가 급격히 증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범주의 영역으로 넓혀지며 변화된 남성 패션을 불안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부분으로 파악된다.

본 연구는 불안의 이론적인 해석을 통해 좀 더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21세기 남성 패션에 대입하여 남성 패션의 창의적 관점을 살펴보았다. ‘불안’은 인간의 본래적 현상이자 신경증적 증상으로서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Park, 2016).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에서의 불안에 대한 관심은 1, 2차 세계 대전의 혼란과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시대를 보내면서 증가했고, 오늘날에 와서는 불안을 이해하는데 있어 영향력 있는 학문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Horwitz, 2013). 본 연구에서는 실존철학의 관점에서 인간이 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 살펴보고,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는 불안의 근원이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되는지 살펴봄으로써 불안을 이해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불안의 이론적 해석을 통해 불안의 개념과 특성을 고찰하고, 이로부터 2000년대 이후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의 조형적 특성을 살피고 그 내적 가치를 해석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는 21세기 남성 패션의 조형적 가치를 심리적으로 이해하고, 남성 패션을 해석함에 있어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시한다는데 의의를 가진다.

연구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첫째, 불안을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불안의 개념을 이해한다.
  • 둘째,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의 불안 개념을 바탕으로 불안의 특성을 도출하여 21세기 남성 패션을 보는 기준을 마련한다.
  • 셋째, 21세기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의 조형적 특성을 살펴보고 그 내적 가치를 해석한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문헌 연구와 사례 연구가 병행되었다. 문헌 연구에서는 서적과 논문을 참고하여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에서 불안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 분야의 이론과 학자들의 논의를 살피는 것은 불안을 정의하는데 있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현대 패션 사례를 보기 위해서는 ‘불안’과 관련된 패션 컬렉션을 패션 전문 매체인 퍼스트뷰코리아(firstviewkorea.com)와 보그(vogue.com), 더블유더블유디(wwd.com)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패션 컬렉션의 주제와 내용의 의도를 살펴볼 수 있는 디자이너 인터뷰 및 관련 기사를 인터넷 패션 매거진 보그, 아이드바이스(idvice.com)와 디즌(dezeen.com), 그리고 데이즈(daze.com)에서 주요 관련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패션 관련 사이트 외에 다양한 뉴스와 기사를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google.com)에서 참고했다. 사례 연구의 범위로는 2000S/S~2021F/W의 4대 컬렉션(Paris, Milan, London, New York)에서 Men’s Ready to Wear를 중심으로 불안의 주제와 관련한 40개의 컬렉션을 살펴보았다.


Ⅱ. 불안에 대한 이론적 고찰
1.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에서의 불안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서 실존철학의 선구자인 쇠렌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를 시작으로 하여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장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불안 개념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불안을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철학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Bollnow, 2006). 정신분석학에서는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와 실존철학의 사상적 흐름에서 영향을 받아 불안에 관한 해석을 확장해나간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이론을 살펴보았다.

1) 실존철학

실존철학에서 불안은 ‘친숙한 삶이 중단되거나 총체적 파국을 보여주는 현상’이지만, ‘존재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이해된다(Grøn, 2016).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을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무(無, Nichts)로 나아가야 하는 불확실성의 존재로 바라본다. 무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결여된 인간의 존재방식은 ‘불안’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임을 의미한다(Kim & Jo, 2014). 무규정성의 존재인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 앞에 놓인 상태로 선택을 하며 현실을 살아가고, 알 수 없음으로부터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Park, 2016).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불안의 대상은 ‘존재의 무’이다. 불안은 인간이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삶의 끝을 마주하는 시간성과 선택의 필연성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드러낸다(Kierkegaard, 2008). 불안을 통한 결여와 욕망의 경험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삶을 이끌어나가도록 하는데, 이러한 이유로부터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을 존재 의미를 성찰하도록 하고 재생산해 나갈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Kierkegaard, 2008).

하이데거의 불안은 죽음과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죽음 자체를 사실로서 경험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가능성에 대한 불가능성’으로 규정했고,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가능성 앞에 직면할 때 인간의 불안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았다(Park, 2017). 죽음 앞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되찾고 자기와의 불일치를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주체가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실존적인 계기로 보고 있다. 불안은 인간의 존재 의미를 상기시키도록하고, 끊임없는 무의 작용을 통해 자신의 실존성을 부여한다. 이는 인간이 어떤 하나의 본질로 규정할 수 없는 결여의 존재임을 의미하며, 결여가 낳은 욕망을 통해 계속해서 존재 의미를 인식하게끔 한다(Park, 2019). 하이데거는 불안이 현존재를 끌어올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를 ‘탁월한 개시성’이라 명명했다(Heidegger, 1998).

사르트르는 인간을 채울 수 없는 결여로부터 계속해서 무언가를 욕망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인간은 주체성을 가지고 욕망을 채워가려 노력하는 데, 결여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사르트르가 이야기하는 ‘불안’이다(Peter, 2012).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선택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불안을 경험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실존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고 욕망을 채워가며 자신의 한계와 경계를 넘어서도록 한다. 사르트르는 불안을 인간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가능성 앞에 자기 스스로 기투하려는 힘의 의지로 이해했다.

위에서 살펴본 실존철학자들은 불안을 인간이 자신의 무규정성 앞에서 경험하는 기분으로 이해한다. 불안을 일으키는 것은 인간의 존재 방식인 ‘무(無, Nicht)’로써 불완전한 결여의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뜻하고, 불안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죽음이라고 설명한다. 실존철학자들은 불안으로부터 만들어진 욕망의 반복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실존성을 깨달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정신분석학

정신분석학과 실존철학은 불안을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조건’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동일한 견해를 보이나, 정신분석학에서는 불안의 원인과 대상에 대한 보다 구체화된 견해를 제시한다.

1923년 프로이드는 인간의 심리를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인 삼원 구조로 나누어 불안의 심리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그는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Freud, 1997)에서 불안을 ‘위험 상황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도록 자아가 억압을 일으키는 신호’로 정의했다. 프로이드는 자아가 느끼는 불안을 현실적 불안, 신경증적 불안, 도덕적 불안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Sun, 2009). 현실적 불안은 외부의 위협에 대한 불안으로서 유전이나 경험을 통해 형성되나, 현실의 위험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신경증적 불안은 자아와 이드의 마찰 때문에 생겨나는 것으로 욕구를 지나치게 억압하면 무의식에서 이드의 세력이 강해져서 의식으로 침범하게 되는 위협을 느끼게 된다. 도덕적 불안은 자아와 초자아 간의 갈등으로 이드에 대한 부도덕한 욕구가 발현될 시, 개인내부의 균형에 대한 위험을 느끼는 것이다. 불안은 자아가 초자아의 검열을 받아 욕구를 억압하여 무의식으로 보낸 것이 의식의 감정 현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은 억압된 욕망의 대리표상인 승화작용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기도 하지만, 심할 경우에는 병적인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프로이드는 불안을 위험에 대한 자아의 반응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고, 자아가 욕망과 억압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대상을 잃음으로써 상실을 예상함에 있다는 불안의 매커니즘을 도출했다(Kim, 2010).

라캉은 불안을 욕망의 주체가 경험하는 기분으로 존재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결여의 존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상화된 욕망을 반복하게 된다. 라캉은 불안을 대타자의 욕망으로 담론화 하는데(Kim & Hong, 2002), 이것이 바로 라캉이 이야기하는 불안의 대상이다. 이는 인간에게 나르시시즘적 환호와 절대적 불안감, 환상과 파멸 등의 모순을 가져다주지만, 그 상황 속에서 주체를 형성해 나가도록 한다(Kim, 2007). 라캉에 따르면 결여로부터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욕망은 삶을 지속시키는 것과 동시에 인간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채워질 수 있다는 착각으로부터 한계 너머의 고통인 주이상스(Jouissance)로 나아간다. 쾌락원칙을 위반하여 과잉긴장, 파괴, 고통 등으로 경험되어지는 주이상스의 최종 목적지는 접근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불가능의 상태, ‘죽음’이다. 그리하여 라캉은 불안으로 존재하는 현 상태가 바로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현존재의 안정성이라고 주장한다(Kim & Hong, 2002).

정신분석학에서 이야기하는 불안은 자아 상실과 결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로부터 욕망과 억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프로이드와 라캉은 완전히 해소되거나 채워지지 못하는 불안의 영역에서 인간이 불쾌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불안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립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2. 불안의 하위개념

불안은 인간의 본래성인 불완전성과 불확실성으로부터 기인하여 주체가 처해있는 현실적 상황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인간의 불안은 끊임없는 욕망과 억압을 끌어내는데 이것은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과 성취가 아니라, 존재의 결여와 상실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불가능한 만족을 추구하고자 한다. 인간에게 있어 본래적이고 심리적 현상인 불안은 복잡한 연결고리 속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과정이 서로 통합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각각의 영역을 정확히 경계하여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에서의 불안 이론을 함께 살펴보았을 때, 불안을 교집합 되는 하위개념으로 결여・상실, 욕망・억압, 죽음・주이상스로 정리할 수 있다.

1) 결여・상실

불안은 인간이 상실과 결여의 존재임을 드러낸다. 결여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의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Lack’, n.d.). 이는 무(無, Nicht)의 상태인 ‘없음’을 뜻하는 것으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뜻한다. 결여는 존재에 대한 불안정감을 불러오는데, 이것은 바로 내면의 정체성에 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결여로 인한 불안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르시시즘적인 이미지와 타자의 욕망으로 부터 만들어진 이상화된 자아의 모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안정된 상태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고자 한다. 이 과정의 반복은 자신의 한계와 경계를 넘어서서 자아의 이상적 가치와 소외된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여 실존적 주체로 형성해 나가도록 한다.

상실은 ‘어떤 것이 없거나 사라짐’을 의미하며(‘Loss’, n.d.) 이전의 완전한 상태와 만족의 경험을 전제한다. 프로이드는 불안이란 생명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태어나는 순간에 분리되는 ‘분리 불안’에 기초한 것이며, 모든 불안의 대상은 상실에 대한 불안임을 주장했다. 불안은 상실에 대한 대상을 찾음으로써 제거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여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결여와 동일하게 상실은 존재의 불완전함으로부터 오는 불안을 인식하고, 이로부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감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2) 욕망・억압

욕망이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뜻하며(‘Desire’, n.d.), 완전히 채워지지 못하는 욕구로 인해 또 다른 욕구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욕망은 신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원초적인 본능으로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촉발시킨다. 존재의 결여와 상실의 불안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욕망은 인간의 심리 구조 속에서 억압과 한 몸을 이룸으로써 완전함이 충족되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억압은 뫼비우스 띠와 같이 시작과 끝이 없는 것으로 자아의 형성과 해체를 반복적으로 이루어내고 스스로의 낯설고 소외된 모습들을 마주하여 본래적인 모습을 찾아나가도록 한다. 이 과정은 실존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 이로부터 인간은 고정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열린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욕망과 억압은 실존의 관심을 증가시키고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게 하는 것으로 삶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자 살아가려는 삶의 의지로 이해가능하다.

3) 죽음・주이상스

인간의 불안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존재의 끝, 종국적 절망, 소멸을 상징하는 죽음에 있다. 그렇기에 불안을 살피는데 있어 죽음의 이해는 필수적이나, 자신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실존적 주체가 ‘되어감’의 과정 속에서 경험되어지는 것이 전부이다(Hong, 2013). 실존철학에서 ‘실존의 주체가 되어감’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점이며, 정신분석학에서는 쾌락 원리를 넘어 불쾌와 고통의 욕망을 통한 경험이다. 즉,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에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이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 과정은 정신분석학의 ‘주이상스’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주이상스는 결여의 존재가 영원히 잃어버린 대상을 찾고자 하는 갈망이며, 주체를 사로잡는 욕망 이상을 말한다. 주이상스는 쾌락 원칙의 기준을 위반하여 한계 너머로 가보려 하기에 본성상고통과 불쾌의 경험 속에서 공격, 파괴, 비장(悲壯)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주이상스는 욕망의 귀결점인 완전함의 상태이지만, 그곳은 실존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계속해서 욕망을 지속시킨다. 결과적으로 쾌락 원리를 넘어설 때 주체를 기다리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고통의 끝인 죽음뿐이다.

죽음과 주이상스는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불안의 영역으로서 승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Kim, 2010). 이는 만족시키지 못하는 욕망의 향유를 가능하도록 하고 불안에서 오는 고통과 두려움에서 잠시 벗어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도록한다. 인간은 죽음과 주이상스에 대한 불안을 승화로 극복하고 깊숙이 억압된 소외의 영역을 찾음으로서 자아를 재발견하여 실존의 고유한 의미를 확립해 삶의 의미를 극대화시킨다.

3. 불안의 내적가치

불안의 하위개념을 살펴본 결과 불안이 4가지의 내적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해석할 수 있었다. 첫째, 불안에 기인한 욕망의 반복은 자아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가고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체성’의 내적가치를 갖는다. 둘째, 불안은 인간이 타자의 욕망으로 하여금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이상적 가치와 억압된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타자성’의 내적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불안에 기인한 욕망으로 인해 인간은 현재의 상태에 얽매여 있지 않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탈경계성’의 내적가치를 지닌다. 넷째, 인간은 불가능에 대한 욕망의 불안을 승화작용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점에서 ‘승화성’의 내적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 주체성(主體性, subjectivity)

주체성은 인간이 어떤 일을 실천할 때 나타내는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이다(‘Subjectivity’, n.d.). 불안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가고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내 실존의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주체성’의 내적가치를 갖는다.

주체성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 하여금 현실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실천하면서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나가도록 한다. 실천의 과정에서 인간은 자아가 지배하고 있던 고정된 관념과 규범을 무너뜨려자신을 불안정한 상태에 내던지기를 반복하고, 그로부터 자아의 새로운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발견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적 모습인 ‘열린 존재’의 모습을 마주하도록 한다(Ha, 2011). 주체성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능동적인 삶을 영위해 나감으로써 존재의 불완전함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나간다.

2) 타자성(他者性, otherness)

주체성을 가진 인간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기에 필연적으로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불안은 인간이 타자의 욕망으로 하여금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이상적 가치와 억압되고 소외된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타자성’의 내적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Jeong, 2012).

전통적으로 타자의 영역은 사회제도와 담론에 의해 구성되어 배제된 비이성, 비서구, 피지배계급과 같은 대상을 말하며, 이원적 대립 구조와 위계적인 가치 질서에 의해 소외되었다. 사회로부터 배척된 타자의 논의는 19세기 후반 철학과 신학, 심리학 등의 영역으로 넓혀졌고, 타자의 인식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행하면서 변화되기 시작했다.

타자성은 일차적 개념에 은폐되어 그 속에 내재하는 이차적 개념을 밝혀내 차이와 비동일성의 가치를 부각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실존의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한다(Yun, 1999). 타자성으로부터 인간은 현실에서 억압되어 인식하지 못했던자아의 모습을 드러내고, 자아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정립해 나간다.

3) 탈경계성(脫經界性, de-boundary)

탈경계성은 서로 다른 요소 간에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호해짐, 또는 경계를 벗어남을 의미한다(‘De-boundary’, n.d.). 불안은 자아의 한계를 벗어나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데, 이는 인간의 정체성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는 탈경계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Yang & Yang, 2009). 변화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현재의 상태에 얽매여 있지 않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탈경계성’의 내적가치를 지닌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와 경계를 넘어서는 탈경계성으로 부터 현재의 불확실한 모습을 극복해 나가고자 한다. 탈경계성은 불안정하고 혼돈의 상태로 남지만, 새로운 질서, 성장으로서의 시작점을 포함한다(Kim, 2015). 탈경계성을 통해 새롭게 발견된 자아의 모습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영역으로 낯설게 느껴지지만,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의 모습이 드러나는 지점으로 삶의 의미를 극대화하고 실존적 주체로 살아가도록 한다.

4) 승화성(昇華性, sublimation)

불안은 최종적으로 인간이 도달 불가능한 존재의 완전함을 욕망하도록 이끈다. 인간은 불가능에 대한 욕망의 불안을 승화작용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점에서 ‘승화성’의 내적가치가 파악된다.

불가능한 가능성에 대한 욕망은 현실 너머의 있는 것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승화 작용을 통해 현실에서 정확한 형태로 드러나지 않은 불안을 상징적 이미지로 구체화시킬 수 있다(Kang, 2011). 승화성은 어떤 대상을 불가능한 가능성에 대한 욕망의 위치까지 끌어 올려 표현된 것으로 완전히 채워지지 못하는 욕망의 향유를 가능하게 한다. 인간의 가장 깊숙한 내면의 본능은 가장 비극적이고 파괴적이기에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지만, 승화 작용을 통해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마주하게 하고 억압으로부터 오는 고통, 파괴, 공포를 방출시킨다. 승화는 채우지 못하는 욕망, 영원히 미완의 장으로 남겨지는 욕망의 세계에서 인간이 느끼는 긴장을 일시적으로 해소해주는 이완 작용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도록 한다. 승화성은 앞에서 살펴본 주체성, 타자성, 탈경계성이 내포하는 존재의 불완전함에 따른 정체성의 확립과 변화를 넘어서서, 인간 내면의 표현을 확장시켜 창조 활동을 가능하게하는 동력으로 작용된다.

앞서 살펴본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에서의 불안의 개념과 내적 가치를 <Table 1>로 정리하였다.

<Table 1> 
The Concepts and Internal Values of Anxiety
Researchers Cause Definition Concept Internal Values
Existential Søren Kierkegaard Nothingness (nicht) The feeling of freedom Lack
Desire
Death
Subjectivity · Shape identification
· Live an independent life
· An infinite of possibilities
· Shape identification
Martin Heidegger The way human beings exist in which nothing is fixed Lack
Desire
Death
Otherness · Shape identification
· Self-discovery
· Shape identification
Jean Paul Sartre Unpredictable Lack
Desire
Psychoanalysis Sigmund Freud Loss The dangerous signal from the ego Loss
Desire
Repression
Death
Deboundary · An infinite of possibilities
· Shape identification
Jacques Lacan Lack The desire of the other Lack
Desire
Repression
Jouissance
Sublimation · Express inner consciousness
· Artistic pursuits
· Catharsis
· Relieving anxiety


Ⅲ. 21세기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
1. 남성 패션의 조형적 특성

본 장에서는 2장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불안과 연관되어지는 키워드 검색을 통해 남성 패션컬렉션을 살펴보았다. 2000년대 이후 불안과 관련된 남성 패션 컬렉션은 2015 F/W부터 2021년 F/W 사이에 집중적으로 나타났고<Table 2> 특히, 2010년 이후부터 활약하기 시작한 신진브랜드 사이에서 ‘불안’과 관련한 컬렉션 전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Table 2> 
The Men's Fashion Collections Examined in the Study


2장에서 불안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불안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고통, 상실, 어둠, 욕망, 죽음, 종말, 불안전, 불확실성, 실존, 예측불가능성, 욕망, 정체성, 억압, 소외, 젠더, 두려움, 위기, 위협, 자연, 환경, 윤리, 책임의식, 공포, 파괴, 비극, 절망’ 등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거의 상당 부분이 밝고 화사함의 반대에 위치하고 있고, 이러한 키워드로 검색되는 남성 패션을 살펴보면서 조형성에 근거하여 크게 5 가지로 분류 할 수 있었다. 어둡고 공포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패션의 조형적 요소와 무대 연출 등의 효과로 컬렉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작업을 ‘어둠의 이미지’로 볼 수 있었고, 보편성을 벗어난 왜곡 된 형태의 작업을 ‘왜곡의 이미지’로 살필 수 있었으며, 그리고 여성성 또는 여성적 요소가 부각되어 성에 대한 모호함을 나타내는 작업을 ‘여성적 이미지’로 분류 할 수 있었다. 또한, 환경보호나 환경 중심적 디자인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기능성 중심의 작업을 ‘보호의 이미지’로 살필 수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복식의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고 예술성이 극대화 되어 표현된 작업을 ‘예술적 이미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패션의 조형성을 살피기 위해 실루엣, 아이템 구성 및 디테일, 소재, 색채를 중심으로 외적 표현 특성을 분석했고, 컬렉션의 주제와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컬렉션의 분위기와 무대 연출을 함께 살펴보았다.

1) 어둠의 이미지

어둠의 이미지는 종말, 죽음, 욕망의 고통 등과 관련한 인간의 ‘불안’ 감정을 공포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요소를 강조해 패션 이미지로 표출한 사례이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톰 브라운(Thom Browne), 시키 임(Siki Im), 꼼 데 가르송 옴므 플러스(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등의 컬렉션에서 어둠의 이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맥퀸은 2006년 F/W 컬렉션에서 종말적인 무대 분위기를 연출하여 삶의 끝인 죽음을 연상시키도록 했다. 컬렉션은 테일러드 실루엣이 나타나면서 재킷, 코트, 셔츠, 팬츠 등의 클래식한 아이템이 관찰되었다. 칼라(collar)와 소매의 디테일을 과장하여 묵직한 남성미를 강조하거나, 폭이 넓은 허리 벨트나 밑위가 긴 팬츠를 착용해 허리 라인을 잡아줌으로써 절제된 남성 패션 이미지를 선보였다<Fig. 1>. 소재는 벨벳(velvet)과 모직, 면, 실크 등을 사용했으며, 죽음과 피를 상징하는 블랙(black)과 레드(red) 계열의 색상이 주로 사용되었다.


<Fig. 1> 
Alexander Mcqueen, 2006 F/W(Firstview Korea, n.d.-a)

톰 브라운은 2015년 F/W 컬렉션에서 삶의 끝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죽음을 주제로 컬렉션을 전개한 바 있다. 컬렉션의 전체 무대는 검은 재가 날리고 있었고, 모델들은 무대 공간을 천천히 걸어 나와 가상 인물인 미가엘(Michael)이 누워있는 쪽을 향해 잠깐 멈추어 그를 애도하듯이 한 번씩 바라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톰 브라운의 컬렉션에서는 테일러드형과 벌크(bulk)형 실루엣을 중심으로 직선적이고 균형 잡힌 디자인을 선보였다. 싱글(single) 코트, 더블(double) 코트, 체스터필드(chesterfield) 코트, 폴로(polo) 코트, 피(pea) 코트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코트와 재킷, 수트, 셔츠, 베스트, 쇼트 팬츠(short pants), 슬랙스(slacks), 하이웨이스트(high waist) 팬츠, 스커트 등의 아이템을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구조적인 형태로 디자인하여 단정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전달했다. 소재는 모직, 퍼(fur), 벨벳, 면 등의 소재를 사용했고, 셔츠를 제외한 모든 의상과 아이템은 검은색으로 통일했다<Fig. 2>.


<Fig. 2> 
Thom Browne, 2015 F/W(Firstview Korea, n.d.-b)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시키 임은 2016년 F/W 컬렉션에서 인간의 죽음본능인 고통, 파괴, 분열과 같은 것을 패션으로 표출하고자 했다. 컬렉션에서는 일반적인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나타나면서 재킷, 코트, 스웨트 셔츠(sweat shirts), 티셔츠, 팬츠, 스커트 등의 아이템이 보였다. 절제된패션 스타일과 테일러링(tailoring)의 조화는 남성성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컬렉션의 정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Fig. 3>. 블랙과 버건디(burgundy) 계열인 모직과 가죽, 면 등이 소재로 활용되었다. 시키 임은 입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피의 이미지를 통해 컬렉션의 공포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Fig. 3> 
Siki Im, 2016 F/W(Firstview Korea, n.d.-c)

꼼 데 가르송 옴므 플러스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는 2019년 F/W 컬렉션에서 점점 무너져가는 오늘날의 현실을 비판하고, 고통을 받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자 했다(Salter, 2019). 컬렉션에서는 테일러드형 실루엣을 중심으로 코트, 재킷, 슬랙스, 셔츠, 매쉬 티셔츠(mesh t-shirt), 하프 팬츠(half pants), 스커트, 드레스 아이템이 보였다. 컬렉션에서는 펑크, 글램, 고스등의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을 활용해 그로테스크(grotesque)한 이미지를 표출했다. 소재는 가죽, 모직, 면, 실크, 벨벳, 메시 등을 사용했고, 전체적으로 블랙 색상을 중심으로 사용해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2019년에 발표한 목 전체를 둘러매고 있는 날카로운 쇠사슬과 육각형의 패턴이 그려져 단단하게 보이는 드레스에서 느껴지는 무게만으로도 현실을 감당해내기 쉽지 않은 인간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Fig. 4>.


<Fig. 4>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2019 F/W(Firstview Korea, n.d.-d)

어둠의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 470개의 이미지 중에서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427개, 벌크 실루엣이 43개로 분류할 수 있었다. 어둠의 이미지에서 살펴본 패션 사례는 여성적 아이템인 드레스와 스커트를 착용하여 남성 패션과 여성 패션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림으로써 남성의 다양한 패션 취향까지도 드러내었다. 디테일에서는 과장, 해체, 이질적인 소재의 결합, 미완성 상태, 찢김, 뒤집기, 슬래시(slash)를 통해 복식의 구조를 파괴했고, 아가일펀칭으로 신체를 부분적으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소재는 부피감이 있는 퍼나 벨벳, 모직 등을 활용했고 면, 실크, 가죽, 나일론, 데님, 린넨, PVC 소재도 사용했다. 또한 검은 색상의 레이스와 같은 얇은 조직의 원단을 사용하여 어두운 패션 이미지를 보다 유연하게 나타내기도 했다. 해골과 전쟁 이미지의 그래픽과 사이키델릭(psychedelic), 기하학적 패턴들이 활용되었으며, 인형이나 동물 자수를 활용해 위트적(witty) 요소를 추가하기도 했다. 어둠의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에서는 무채색이 278장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무채색과 유채색이 함께 사용된 패션 이미지는 총 142장이고, 유채색만 사용한 이미지는 50장으로 나타났다.

2) 왜곡의 이미지

왜곡의 이미지는 ‘고통’, ‘불안전’, ‘불완전’, ‘불확실성’, ‘예측불가능성’, ‘욕망’ 등의 영역들이 일반적인 복식 구조를 벗어나 의도적으로 왜곡된 형태의 패션으로 표출된 것이다. 사례에서 살펴본 대표적 브랜드로는 톰 브라운, 릭 오웬스(Rick Owens), 와이 프로젝트(Y Project) 등이 있다.

톰 브라운의 2017년 F/W 컬렉션은 왜곡된 이미지의 표현을 통해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레이(gray)를 비롯한 모노톤 위주의 수트, 재킷, 베스트, 팬츠의 아이템과 화이트 셔츠로 스타일링한 패션 이미지는 차분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디테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패턴을 나누어 각각의 조각으로 연결하거나 솔기 부분을 재봉 처리하지 않고 단추로만 연결한 디자인, 비대칭 구조의 디자인은 낯선 이미지를 느끼도록 한다<Fig. 5>. 소재는 두꺼운 조직감의 모직과 면을 중심으로 사용했다. 톰 브라운의 2019년 F/W 컬렉션은 직선적인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두드러졌다. 브라운은 코트와 패딩점퍼(padded jumper), 재킷, 수트, 셔츠 등의 아이템을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하여 기존의 형태와는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 변형했다. 여러가지 아이템이 부분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진 드레스는 패턴의 구조가 복잡하게 되어있어 왜곡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Fig. 6>. 소재는 모직, 면, 캐시미어(cashmere) 위주로 사용되었고, 소수의 착장에서 퍼가 사용되고 있음을 보였다. 무채색과 네이비(navy)와 블루(blue) 계열의 유채색이 중심적으로 사용되었고, 레드 색상이 바탕인 체크 패턴도 종종 보였다.


<Fig. 5> 
Thom Browne, 2017 F/W(Firstview Korea, n.d.-e)


<Fig. 6> 
Thom Browne, 2019 F/W(Firstview Korea, n.d.-f)

릭 오웬스의 2021년 F/W 컬렉션은 ‘역사 속격동의 시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비정상적인 복식 구조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직선적 테일러드형 실루엣과 Y형을 중심으로 패딩, 재킷, 점퍼, 코트, 슬리브리스(sleeveless), 니트(knits), 와이드(wide) 팬츠와 슬림한 가죽 팬츠 등의 아이템이 등장했다. 디테일을 살펴보면, 패턴을 해체하고 절개하거나, 팬츠나 니트의 위치를 비정상적인 곳에 위치시킴으로써 왜곡된 이미지를 선보였다<Fig. 7>. 그리고 서로 다른 원단을 결합해 새로운 조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컬렉션에서는 가죽과 캐시미어의 소재가 돋보였고, 모직, 가죽, 니트, 데님(denim),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소재에 파일(pile)이 일어난 플리스(fleece) 소재 등도 함께 사용했다. 색채는 블랙 위주의 무채색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무채색과 그린(green) 계열의 유채색을 함께 사용했다.


<Fig. 7> 
Rick Owens, 2021 F/W(Firstview Korea, n.d.-g)

와이 프로젝트는 2021년 F/W 컬렉션에서 테일러드형 실루엣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복식의 형태를 벗어난 디자인을 선보였다. 아우터는 남성 패션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코트와 점퍼, 재킷, 수트를 착용했다. 상의에는 슬리브리스, 스웨트셔츠, 셔츠, 피케셔츠(pique shirt), 후디(hoodie), 베스트(vest), 니트의 아이템을 주로 선보였고, 하의에는 긴 기장의 가죽 팬츠, 데님 팬츠, 슬랙스, 와이드 팬츠의 아이템을 착용했다. 디자인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원단의 불필요한 중첩. 뒤틀기, 패턴의 해체와 확대와 같이 복잡한 형태로 기존의 복식 구조를 뒤집어 무질서하고 왜곡된 패션이미지를 나타냄으로써 새로운 복식의 구조와 창조적 디테일을 보여주어 시각적 충격과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Fig. 8>. 와이 프로젝트의 디자이너 글렌 마르탱(Glenn Martens)은 패션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실수나 추함과 같이 패션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을 수용함으로써 브랜드의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다”라며 디자인의 방향성을 밝히기도 했다(Leitch, 2021). 소재는 남성복에서 자주 사용된 모직과 개버딘(gaberdine), 린넨(linen), 면, 데님, 가죽, 니트, 나일론(nylon)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색채는 무채색과 어두운 톤의 유채색인 브라운(brown), 버건디(burgundy), 블루, 그린 계열이 활용되었다.


<Fig. 8> 
Y Project, 2021 F/W(Firstview Korea, n.d.-h)

왜곡의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 200장의 사례에서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168개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전체 사이즈가 확대된 O형이 17개, 상체만 강조한 Y형이 15개로 나타났다. 디테일로는 재조합, 불필요한 중첩, 뒤틀기, 겉감과 안감의 뒤집기, 과장, 미완성의 상태, 아이템의 위치 변화 등을 디자인에 적용해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복식의 구조를 선보였다. 아우터(outer)에는 모직과 가죽, 개버딘, 펠트(felt), PVC와 같이 힘이 있는 소재와 부드러운 가죽의 스웨이드(suede)나 스포티한 느낌을 전달하는 나일론을 사용했고, 상의에는 니트, 면, 린넨 그리고 하의에는 코듀로이(corduroy)와 면, 데님, 가죽, 나일론의 소재를 사용되었다. 왜곡된 이미지에서는 무채색을 사용한 패션 이미지가 88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무채색과 유채색이 함께 사용된 이미지가 73개, 유채색의 이미지가 39개로 사용되었다. 무채색과 유채색을 함께 사용한 패션은 주로 한색(cool color) 계열의 색을 사용했고 유채색만 선보인 패션은 전체적으로 톤이 낮거나 기하학적 무늬와 체크 패턴이 함께 사용되었다.

3) 여성적 이미지

현대 남성 패션에서 나타난 여성적 이미지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진 생물학적인 성(Sex), 사회적인 성(Gender)으로부터 소외된 정체성과 사회의 고정된 인식으로부터 억압된 남성의 여성적 패션 취향을 강조하여 드러냈다. 여성적 이미지로 나타난 대표적 브랜드로는 아트 스쿨(Art School), 바퀘라(Vaquera), 루도빅 드 생 세르넹(Ludovic De Saint Sernin) 등이 있다.

아트 스쿨의 디자이너 이든 로웨스(Eden Loweth)와 톰 바라트(Tom Barratt)은 논 바이너리(Non-binary)에 대해 탐구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개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브랜드를 전개해나가고 있다<Fig. 9><Fig. 10>. 2018년 S/S 컬렉션에서는 시스(sheath) 실루엣, 아우어글라스(hour-glass) 실루엣, A형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아이템은 재킷, 코르셋, 스커트, 이브닝 드레스, 퍼프 소매(puff sleeve)가 달린 셔츠와 블라우스를 주로 보였고, 하의에는 부츠 컷(boots cut) 팬츠나 밑위가 짧은 쇼트 팬츠를 착용했다. 남성 모델은 허리선을 강조하고 신체를 노출하여 남성의 관능미를 드러냈다. 소재는 여성복에서 자주 사용되어 왔던 실크나 광택이 나는 가죽과 린넨 등을 주로 사용했고, 체크나 플라워 패턴이 들어간 소재도 함께 어우러졌다. 색채는 밝은 계열의 유채색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그들은 여성적 이미지를 통해 사회적으로 억압된 성 정체성을 표출했고, 패션을 매개로 소외된 정체성을 포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냈다(Priya, 2020).


<Fig. 9> 
Art School, 2018 S/S(Firstview Korea, n.d.-i)


<Fig. 10> 
Art School, 2018 S/S(Firstview Korea, n.d.-j)

바퀘라는 2018년 S/S 컬렉션에서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다. 모델들은 남성복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거부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패션 스타일을 선보임으로서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개인의 정체성과 남성의 다양한 패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Fig. 11>. 코르셋(corset)과 크롭(crop)티, 셔츠와 터틀넥(turtle neck), 쇼트 팬츠, 슬림(slim)한 팬츠의 아이템을 착용하여 아우어글라스 실루엣, A형 실루엣 등을 드러냈다. 프릴(frill), 러플(ruffle) 장식과 허리선의 강조, 깅엄(gingham) 체크나 플라워 패턴과 같이 여성적인 디테일이 함께 어우러져 여성적 취향을 강조했다. 소재는 면을 중심으로 탄력성 및 신축성이 있는 스판덱스(spandex)소재를 활용했고, 무채색과 함께 핑크(pink), 레드, 옐로우(yellow) 계열의 유채색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였다.


<Fig. 11> 
Vaquera, 2018 S/S(Vogue, n.d.-a)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르넹은 관능적이고 섹슈얼한(sexual) 감각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디자인의 성별이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2019년 F/W의 컬렉션에서 남성의 숨겨진 관능미를 과감히 드러냈다. 컬렉션에서는 슬림한 테일러드형 실루엣과 아우어글라스 실루엣을 중심으로 재킷, 블라우스, 짧은 기장의 터틀넥, 코르셋, 슬리브리스와 슬림한 팬츠나 쇼트 팬츠의 아이템이 활용되었다. 패션 아이템의 사이즈는 모델의 신체 사이즈에 딱 맞거나 여유가 없었고, 어깨와 가슴 부위의 노출을 통해 남성의 관능미를 드러냈다<Fig. 12>. 소재로는 퍼, 벨벳, 가죽, 실크와 같이 표면이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소재를 주로 이용했다. 세르넹은 무채색 계열을 중심으로 컬렉션의 색상을 선보였지만, 포인트가 되는 색상으로 레드나 블루 계열을 유채색을 활용하여 어두운 컬러와 조화를 이루기도 했다. 디자이너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은 사회의 고정된 관념과 질서로 자리 잡힌 남성성의 개념을 해체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패션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남성들도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 있어 외부로부터 억압받지 않고, 무엇이든 입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라며, 남성 패션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비판했다(Mower, 2019).


<Fig. 12> 
Ludovic De Saint Sernin, 2019 F/W(Vogue, n.d.-b)

여성적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 199장의 이미지 중에서 아우어글라스 실루엣이 112장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A형 실루엣이 51장,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33장, 시스 실루엣이 3장으로 나타났다. 디테일을 살펴본 결과, 기존의 남성복에서 강조했던 기능적 요소를 최소화하여 디자인을 전개하거나 여성성을 드러내는 아이템과 남성복에서 주로 사용된 아이템의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남성용 아이템만을 착용하고 있는 이미지도 보였으나, 힘이 없거나 부드러운 소재와 화려한 패턴의 원단을 이용하거나 신체에 딱 맞는 슬림한 핏을 연출해 기존의 남성복이 가지고 있는 관습적 ‘남성다움’의 이미지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또한, 드레스나 스커트에 개더(gather)가 들어간디테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성적 패션 취향을 선보였으며, 신체 노출을 통해 남성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소재는 기존의 남성복에서 자주 사용된 모직과 가죽, 나일론, 린넨, 면과 여성복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던 은은하고 광택이 나는 실크나 태피터(taffeta), 오간자(organza), 레이스(lace)와 같은 속이 비치는 얇은 조직의 원단이 적극 활용되었다. 색상은 무채색을 사용한 패션 이미지는 57개, 유채색은 29개, 무채색과 유채색을 함께 사용한 패션 이미지는 113장으로 나타났다.

4) 보호의 이미지

보호의 이미지는 환경 문제, 기후 위기와 같이 외부의 위협으로 인한 불안을 환경 중심적 디자인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기능성 중심의 디자인으로 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알릭스(Alyx), 어콜드 워(A Cold Wall) 등의 컬렉션에서 보호의 이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알릭스의 2019년 F/W 컬렉션에서는 환경 중심적 디자인을 선보이며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자 했다<Fig. 13>. 컬렉션에서는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돋보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는 벌크 실루엣도 종종 보였다. 아이템으로는 재킷, 점퍼, 코트, 패딩점퍼, 셔츠, 아노락(anorak), 베스트, 트레이닝 팬츠(training pants), 슬랙스 등을 착용했으며, 에슬레져 룩(athleisure look)을 연출하여 편안하고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있는 스타일로 나타났다.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스(Matthew Williams)는 컬렉션의 모든 의상은 지속 가능한 신소재로 사용했고, 자연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위해 자연적 그래픽이 들어간 소재를 활용하였다. 색채는 블랙을 중심으로 브라운, 그린, 베이지 계열의 유채색이 함께 사용되었다<Fig. 14>.


<Fig. 13> 
Alyx, 2019 F/W(Vogue, n.d.-c)


<Fig. 14> 
Alyx, 2019 F/W(Vogue, n.d.-d)

어 콜드 워의 2019년 F/W 컬렉션 주제의 키워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두려움’, ‘위기’, ‘혼란’, ‘혼돈’이었으며, 전체적으로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컬렉션을 진행했다. 컬렉션에서는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재킷, 점퍼, 코트, 패딩점퍼, 셔츠, 아노락, 베스트, 트레이닝 팬츠, 쇼트 팬츠, 퀼팅(quilting) 팬츠 등의 아이템이 나타났다. 포켓 주머니와 지퍼 주머니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효율성을 강조한 기능성 위주의 디자인과 스트랩(strap)과 지퍼(zipper), 스냅(snap) 단추를 이용해 탈부착이 가능하거나 비대칭 패턴과 절개 디자인을 통해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변형 가능한 유틸리티(utility) 디자인을 선보였다<Fig. 15>. 그리고 비상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인 나침판을 옷에 부착하여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대비해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는 패션의 가치를 드러냈다<Fig. 16>. 소재는 방수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기능성 위주의 원단을 주로 이용했고, 소재의 표면이 광택이 나거나 매끈하도록 하여 모던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색채는 무채색과 옐로우, 오렌지(orange), 버건디, 브라운 계열의 색상과 블루 계열의 색상을 함께 사용해 컬렉션 의상에 포인트를 주었다. 디자이너 사무엘 로스(Samuel Ross)는 자신의 컬렉션에 대하여 런던 소지의 디즌(Dezeen) 라이프 스타일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컬렉션의 디자인은 신체 보호와 실용성에 대한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Yalcinkaya, 2019)”라 말하며 오늘날의 인간이 처한 위험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Fig. 15> 
A Cold Wall, 2019 F/W(Firstview Korea, n.d.-k)


<Fig. 16> 
A Cold Wall, 2019 F/W(Firstview Korea, n.d.-l)

보호의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 64장의 사례에서 테일러드형 실루엣이 59개, 벌크 실루엣이 5개로 나타났다. 보호의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의 디테일 곳곳에서는 위험 상황에 대비하여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도록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포켓 주머니와 지퍼주머니를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스트랩과 지퍼, 스냅 단추를 이용해 탈부착과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한 유틸리티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방수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기능성 위주의 소재 그리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주로 사용했다. 색채는 무채색의 패션 이미지가 19개, 무채색/유채색이 42개, 유채색이 3개로 나타났다. 무채색과 유채색을 함께 사용한 패션 이미지 대부분은 무채색을 바탕으로 사용되었다.

5) 예술적 이미지

예술적 이미지는 복식의 구조를 완전히 벗어난패션 이미지로 나타났다. 예술성이 극대화된 예술적 이미지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최고 지점에서의 ‘불안’ 감정이 패션으로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례에서 살펴본 대표적 브랜드는 크레이그린(Creig Green), 찰스 제퍼리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boy), 릭 오웬스 등이 있다.

크레이 그린은 2014년 S/S 컬렉션에서 ‘환각’, ‘내면의 어둠’, ‘욕망’ 등을 반 미학적인 패션으로 나타냈다<Fig. 17>. 상체 윗부분은 알 수 없는 형태의 조형물로 덮고 있어 난해하고 추상적인 실루엣으로 나타났고, 재킷, 스웨트 셔츠, 셔츠, 니트, 팬츠의 아이템이 조화를 이루었다. 소재는 가죽, 니트, 린넨, 면 등을 사용했으며, 몇몇 사례에서는 나무 조각과 같은 오브제를 함께 사용해 독창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다<Fig. 17>. 또한, 밑단의 올이 풀린 디테일을 곳곳에 사용해 복식의 불완전한 상태를 드러냈고, 사이키델릭한 패턴을 의상 전체에 사용해 아이템의 정확한 경계선이 구분 되지 않는 시각적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Fig. 18>. 색채는 블랙이나 화이트(white)의 무채색과 네이비의 유채색을 중심으로 사용했고, 사이키델릭 패턴이 들어간 소재에는 레드, 옐로우, 블루 계열의 다양한 색상이 혼합되어 나타났다.


<Fig. 17> 
Creig Green, 2014 S/S(Creig Green, n.d.-a)


<Fig. 18> 
Creig Green, 2014 S/S(Creig Green, n.d.-b)

러버보이는 2017년 F/W 컬렉션에서 실존의 위기 앞에서 죽음을 마주하게 될 인간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그는 데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한 미래는 인간에게 기대를 가지도록 했지만, 오늘날은 위험한 가능성과 경고의 메시지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위기에 처한 현실적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언급했다(Allwood, 2017). 컬렉션의 의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식의 형태와 실루엣이 점점 더 기형적으로 변화되었고 마지막의 작품들은 극적이고 위협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켰다<Fig. 19>. 러버보이는 죽음을 마주하고 다시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의 운명을 보여주는 것으로 쇼를 마무리했으며, 삶의 마지막 때의 불길한 징조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마주해야하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컬렉션에서 보여주었다.


<Fig. 19> 
Charles Jeffrey Loverboy, 2017 F/W(Vogue, n.d.-e)

릭 오웬스의 2019년 S/S 컬렉션은 인간의 욕심과 교만이 결국에 자신들의 비극과 혼란으로 돌아오게 된 성경의 ‘바벨탑’ 사건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기형적인 실루엣을 중심으로 재킷, 수트, 슬리브리스, 후디, 하프 팬츠, 와이드 팬츠 등의 아이템이 보였다. 디테일을 살펴보면, 찢겨진 원단과 서로 다른 원단을 결합하여 디자인을 하거나 기형적인 패턴과 안감을 밖으로 표출해 비정상적인 복식 구조를 선보였다<Fig. 20>. 또한, 바벨탑을 형상화한 디자인에서는 앞쪽으로 쏠려있는 구조물에 구멍이 뚫려있어 복잡한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고, 모델들은 주체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복식의 무게와 형태를 감당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모습으로 보였다. 소재는 나일론과 가죽, 데님을 함께 사용해 이질적인 느낌을 강조했으며, 모든 의상은 블랙과 그레이의 무채색으로 디자인되었다.


<Fig. 20> 
Rick Owens, 2019 S/S(Firstview Korea, n.d.-m)

예술적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 21개의 사례 전체는 보편적인 복식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복식의 추상적 형태가 두드러졌다. 수트, 재킷, 니트, 셔츠, 후디, 팬츠를 착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복식 위에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패턴의 사이즈를 과장해 비정상적인 복식 구조를 선보였다. 특히, 나무, 철과 같이 이질적인 소재의 사용은 예술성을 더욱 극대화했다. 소재는 모직, 면, 린넨, 나일론, 니트 등이 사용되었고, 러버보이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무채색만을 활용해 파괴적인 이미지를 나타냈다.

남성 패션에 나타난 불안의 조형적 특성을 <Table 3>로 정리하였다.

<Table 3> 
The Formative Characteristics of Anxiety in Men's Fashion
Formative
Characteristics Image
Silhouette Item Detail Fabric Color
Image of Darkness (470 Images) -Tailored Silhouettes (427Images)
-Bulk Silhouettes (43 Images)
O Padded Coat, Jacket, Jumper, Coat, Vest Exaggeration, Deconstruction Distortion, Cutting, Exposure, Complexity Patterns, Skeleton Patterns Wool, Velvet, Fur, Cotton, Silk, Nylon, Denim, Linen, Leather, Lace, PVC Achromatic Color (278 Image)
Achromatic+Chromatic (142 Image)
Chromatic Color (50 Image)
T Shirt, Polo Shirt, Hoodie, Sleeveless, Knits, Sweatshirt, Dress
B Denim, Slack, Skirt, Wide Pants, Shorts, High-Waist Pants, Bermuda Pants
Images of Distorted (200 Images) -Tailored Silhouettes (168Images)
-O-Shapes (177Images)
-Y-Shapes (15 Images)
O Padded Jacket, Jacket, Coat, Cardigan, Jump Suit, Vest Abnormal Pattern, Structure, Heterogeneous Combination, Overlapping, Twisting, Exaggerating, Flipping, Incomplete, Dismantled Wool, Leather, Felt, PVC, Nylon, Cotton, Denim, Knit, Suede, Linen, Corduroy Achromatic Color (88 Image)
Achromatic+Chromatic (73 Image)
Chromatic Color (39 Image)
T Shirt, Pk Shirt, Hoodie, Sleeveless Shirt, Knits
B Denim, Slack, Wide Pants
Images of Feminine (199 Images) -Hourglass Silhouettes (112 Images)
-A-Shaped (51 Images)
-Tailored Silhouettes (33 Images)
-Sheath Silhouettes (3 Images)
O Suit, Jacket Gadder, Frill, Ruffle, Asymmetric, Check Pattern, Flower Graphic, Body Exposure Silk, Leather, Cotton, Lace, Organza, Fur, Velvet, Nylon Achromatic Color (57 Image)
Achromatic+Chromatic (29 Image)
Chromatic Color (113 Image)
T Corset, Sleeveless, Blouse, Dress, Dress
B Skirt, Leggings, Boot Cut Pants
Images of Protection (64 Images) -Tailored Silhouettes (59 Images)
-Bulk Silhouettes (5 Images)
O Padded Coat, Jacket, Jumper, Coat,Vest Detachable, Deformed, Strap Zipper, Snap Button, Natural Graphics Wool, Cotton, Sustainable Functional Fabrics Achromatic Color (19 Image)
Achromatic+Chromatic (42 Image)
Chromatic Color (3 Image)
T Turtleneck, Anorak, Shirt, Hoodie
B Sweat Pants, Slacks
Images of Artistic (21 Images) -Deformed Silhouette (21 Images) O Suit, Jacket Incorporating Disparate Materials, Dismantled, Maximized Artistry, Exaggerated, Destroyed Wool, Cotton, Linen, Knit, Nylon Achromatic Color (20 Image)
Achromatic+Chromatic (1 Image)
T Shirt, Hoodie, Knits
B Pants
(O:outer, T:top, B:bottom)

2. 남성 패션의 내적가치

앞서 살펴본 남성 패션의 특성을 불안의 내적 가치인 주체성, 타자성, 탈경계성, 그리고 승화성으로 해석하여 패션에 내재한 가치를 파악하였다.

1) 주체성

21세기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은 ‘실존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인간성 회복’의 내용을 전달하며 주체성의 가치를 드러냈다.

주체성은 특히 왜곡의 이미지와 여성적 이미지의 표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불완전’, ‘불확실’의 상태로 존재하는 정체성에 관한 불안을 복식의 왜곡과 여성적 표현으로 나타낸 남성 패션은 복식의 새로운 형태와 이미지를 선보임으로써 패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는 복식의 보편적인 인식과 전통적인 남성 복식에 대한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고 남성 패션의 미의 영역을 넓게 확장해 나갔다. 21세기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남성 패션을 통해 남성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도는 남성이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주체적으로 찾아나가고 정체성을 확립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주체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어둠의 이미지와 예술적 이미지로 표현된 패션에서도 주체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남성 패션은 현실에서 경험 불가능한 욕망의 끝과 죽음에 대한 불안을 공포적이고 파괴적인 패션으로 표출하여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 또한, 남성 패션은 위트적 요소를 사용해 불안에 담긴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을 완화시키고 불안으로 존재하는 실존의 모습을 보다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전달했다.

2018년 이후의 사례에서는 불안의 영역이 내면의 자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외부의 영역으로까지확대되었음을 보였다. 남성 패션은 보호의 이미지를 통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오는 인간의 불안을 표출했는데, 이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에 원인을 두고 있다. 보호의 이미지는 현실적 위험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자연을 회복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의지를 드러냈고 감상자로 하여금 자연의 무분별한 훼손과 같은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전달했다. 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존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는 점에서 주체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타자성

남성 패션에 나타난 불안의 사례에서 타자성은 주로 ‘젠더’ 문제와 관련해서 해석된다. 21세기 남성 패션은 여전히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남성의 억압된 정체성에 대한 불안을 여성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남성 패션에서 타자성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젠더 개념을 붕괴시켜 사회로부터 배척되고 차별받아 온 성 소수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에 대한 감수성과 포용력을 확장해나가도록 했다.

2010년 이후부터 MZ세대의 디자이너와 새로운 신진디자이너가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남성의 억압된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미지가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느낌’보다는 ‘우아함과 화려함이 내재한 부드러운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현대 남성 패션의 여성적 이미지는 사회적 편견과 불편한 시선을 뛰어넘어 과거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남겨주었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남성 패션은 소외된 자아의 모습을 더욱더 자유롭게 표출함으로써 타자성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타자성은 여성적 이미지로부터 소외된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 뿐 만이 아니라, 현대 남성 패션에 표현된 왜곡의 이미지, 어둠의 이미지, 보호의 이미지, 예술적 이미지로부터 미처 스스로가 발견하지 못했던 내면의 억압된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를 재정립해 나가도록 했다. 이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범주로 규정할 수 없음을 패션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남성 패션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불안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라는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의 주장을 패션으로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탈경계성

탈경계성은 ‘부적절’, ‘불완전’, ‘불규칙’의 특징 속에서 새로운 조합을 이끌어냈다.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은 왜곡된 이미지와 여성적 이미지를 통해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무너뜨린 패션을 선보이며 억압된 정체성을 표출했고, 다양한 성정체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렸다. 탈경계성은 성적 정체성이나 젠더뿐만 아니라, ‘취향’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현대 남성 패션에 나타난 불안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개인들의 취향에 대한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출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 패션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의지와 남성 패션이 무한한 가능성을 수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의 이미지도 복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반복하며 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간다는 점에서 탈경계성의 가치를 함께 공유한다.

왜곡의 이미지와 어둠의 이미지의 표현을 통해서도 탈경계성은 나타났다. 왜곡되고 어둠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패션은 낯선 형태로 나타나기에 시각적 충격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남성 패션의 다양한 가능성이 발견되는 지점이자 패션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쾌를 가져다주었다.

4) 승화성

승화성은 내면에 억압된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의 발현과 사라짐에 도움을 준다.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의 5가지 조형적 특성은 현실에서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불안을 패션 디자인으로 구체화시킴으로써 인간의 내면을 표출한 것으로 승화성의 가치를 공유했다.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와 감상자는 패션 컬렉션을 매개로 의식의 수면 밑에 잠재되어 있던 불안의 영역을 다시금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해야하는 ‘죽음’을 인식하고, 현재의 소중함과 삶의 충만한 의미를 드러냄으로써 실존의 모습으로 회복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승화성은 디자이너와 감상자 모두에게 생명의 고귀함과 자아의 새로운 가능성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했고, 능동적인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도록 했다.

또한 직접적인 욕망의 표출로는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것들을 실제적인 위협이 없는 경우인 인간의 예술 의지로 대체하여 표출함으로써 완전히 채워지지 못하는 욕망의 향유를 가능하게 했다. 인간 내면의 표현을 보다 확장시킨 승화성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창조물을 발견하도록하고 이로부터 쾌감과 희열을 표현했다.

이상 남성 패션에 나타난 불안의 내적 가치를 <Table 4>로 정리했다.

<Table 4> 
The Internal Values of Anxiety in Men's Fashion
Formative Characteristics Internal Values
Images of Darkness Subjectivity ・Shape Identification
・Existential Life
・Diversity of Men's Fashion
・Expanding the Category of Men's Fashion
Images of Distorted
Otherness ・Accept the Difference
・Self-Discovery
・Expressing the Repressed Self
・Destroy the Perception of Traditional Masculinity
Images of Feminine
Images of Protection Deboundary ・Expressing the Repressed Self
・Diversity of Men's Fashion
・Reveal a Feminine Fashion
・Destroying the Universality of Men's Fashion
Images of Artistic Sublimation ・Relieve Anxiety
・Expressing Oppressed Instincts
・Enjoyment of Desire
・Expanding the Aesthetic Realm
・Artistic Creation
・Existential Life


Ⅵ. 결론

본 연구는 21세기 남성 패션에 나타난 불안과 그 내적가치를 살펴보았다.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의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 남성 패션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남성 패션의 심리적 역할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남성 패션은 불안을 창조 활동의 근원으로 받아들였고, 불안을 ‘어둠의 이미지’, ‘왜곡의 이미지’, ‘여성적 이미지’, ‘보호의 이미지’, ‘예술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남성 패션은 인간의 ‘불안’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패션의 영역으로 가져와 유형의 대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불안을 해소했다. 남성 패션은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불안, 억압된 정체성으로 인한 불안의 영역을 표출하는 것뿐 만이 아니라, 오늘날 모두가 공동으로 경험하는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의 불안까지도 담아냈다. 21세기 남성 패션은 인간의 불안을 유형의 대상으로 시각화했고, 이를 통해 불안의 주체성, 타자성, 탈경계성, 승화성의 내적 가치를 공유한다. 이는 남성 패션이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 분야의 학자들이 언급한 불안의 가치를 패션으로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에서는 불안을 의식과 무의식의 복잡한 심리 구조 속에서 서로 통합되어 나타나는 감정으로 각각의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남성 패션에 표현된 불안도 하나의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불안이 상호 밀접한 관계 속에서 서로 공유하고 있음을 보였다. 남성 패션은 불안으로 표현된 다양한 패션 이미지로부터 억압된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소외된 자아의 모습을 표출하도록 하여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나가도록 했으며, 이로부터 불안으로 존재하는 자아의 본래적인 모습을 긍정으로 바라보도록 한다.

21세기 남성 패션에 나타난 불안은 남성 패션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패션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으로 패션으로 표출된 불안은 인간의 내면에 억압된 불안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줌과 동시에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 나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현대 남성 패션은 인간의 불안감정이 내재하고 있는 두려움과 고통, 절망 등에 갇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창조적인 작업으로 해석된다.

현대 패션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연구의 범위를 남성 패션만을 중심으로 살펴본 것에 있다. 후속 연구로 21세기 여성 패션에 표현 된 불안의 특성과 내적가치를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고 남성 패션과의 비교 분석 연구를 제안해본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석사학위 청구논문의 일부임.

이 논문은 서울여자대학교 교내연구비의 지원을 받았음(202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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