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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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9 , No. 1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9, No. 1, pp. 20-34
Abbreviation: JKSC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Jan 2019
Received 15 May 2018 Revised 12 Dec 2018 Accepted 08 Jan 2019
DOI: https://doi.org/10.7233/jksc.2019.69.1.020

작품 <The Dress-scape>에 나타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에 관한 고찰
마진주
홍익대학교 패션대학원 조교수

A Study on Epidermic Self-awareness and Dress-scape in <The Dress-scape>
Jin Joo Ma
Assistant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Fashion, Hongik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Jin Joo Ma, e-mail: majinjoo@hongik.ac.kr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notion and properties of “epidermic self-awareness” and “dress-scape” led by theoretical studies and the practice of <The Dress-scape>. Epidermic self-awareness allows the wearer to become aware of the boundary of his or her body through the physical encounter with clothes. The accumulation of those experiences builds his or her own life through communicating and relating himself or herself with external environments. Dress-scape can be defined as the affective result of wearing experiences on the body, and it can influence change of the inner self. The practice of <The Dress-scape> consists of an unusual corset that aggressively irritates the body and a short-film of the process of putting it on and taking it off by the researcher. By analyzing the film based on the narrative, shooting, and editing techniques, dress-scape can be explored according to affect and body as a milieu. Affect, not simply as an emotional response from a physical experience, refers to the relationship of the self and the external environment revealed from the body. In this sense, the dressed body becomes a milieu as well as a subject in which affective experiences are embodied through the moments of perpetual mingling between the wearer and the environment. This study is significant as a case of practice-led research as it attempts to focus on the practice in order to investigate the notion by established theoretical studies. It also represents the potentiality of the expansion of the field of fashion practice-based research through the experimental practice of using other mediums.


Keywords: affect, dressed body, dress-scape, epidermic self-awareness, milieu
키워드: 정동, 옷을 입은 신체, 드레스-스케이프, 표피를 통한 자기인식, 사회적 환경

Ⅰ. 서론
1. 연구 목적

우리는 일생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옷을 착용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천으로 몸을 두르고, 배내옷을 시작으로 물리적, 사회적 환경이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의복들을 바꿔 입으며 인생을 보내며, 문화, 종교, 풍습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수의(壽衣)를 입고 삶을 마무리한다. 따라서 의복을 배제한 채 우리의 몸을 사유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한 사회에 속해 일생을 그 사회의 관례에 적절히 맞춘 의복을 착용하는 관습적 행위를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 옷이라는 가공품은 착용자의 신체에 가장 가까이 위치하여 착용자와 어우러져 한 개인의 존재함을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노현하는 매체로서 역할하고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이러한 의복을 착용하는 관습적 행위의 중심에 있는 우리의 신체와 의복과의 관계 양상을 이론 연구와 작품 제작을 병행하여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epidermic self-awareness)”의 개념을 고찰해 보고, 그것을 토대로 연구자가 제시한 용어인 “드레스-스케이프(dress-scape)”의 개념과 속성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의복을 착용한 신체(dressed body)는 먼저 신체 표면, 즉 피부를 통해 의복이라는 외부 환경과의 만남을 감각적으로 인지한다. 이러한 경험은 자기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데 이것이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이다. 그리고 의복과 자신의 신체 사이에 일어나는 어떠한 상호영향이 끊임없이 신체에 체화됨으로써, 외부 환경이나 세계와 자아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과 자아의 변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양상을 드레스-스케이프라고 개념 지을 수 있다.

의복과 신체에 관한 이론은 몇몇의 주요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져 왔으며, 이러한 연구를 작품으로 해석하여 발전시킨 연구 형태는 많지 않다. 작품연구를 바탕으로 신체와 의복, 패션 간의 관계와 신체로부터 출발한 자아의 정동적 측면이나 정서적 경험 등을 다룬 대표적인 선행 연구로는 Lee(2012)의 ‘The Ambiguity of Seamlessness: The Poetic Function of Making’, Ma(2017)의 ‘Dress-scape: Wearing the Sound of Fashion’, 그리고 Sampson(2016)의 ‘Worn, Footwear, Attachment and Affective Experience’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이러한 이론과 작품 연구를 긴밀하게 연계하여 고찰한 실기 주도 연구(practice-led research)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함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본 연구는 작품연구를 통해 패션과 의복에 관한 기존의 이론 연구를 고찰하고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이에 따라 관련 개념과 속성을 제시하여 패션과 의복에 관한 작품과 학술연구 간의 경계를 좁히고자 하는데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패션을 예술의 한 도메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써, 패션작품연구의 경계가 의복을 벗어나 다른 미디엄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보여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자 한다.

2. 연구 내용 및 방법

연구 내용 및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의 이론적 개념을 고찰하기 위하여 기호학자이자 철학가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와 패션 이론가 조안 앤트위슬(Joanne Entwistle)의 의복을 착용한 신체(the dressed body), 그리고 심리학자 디디에 앙지외(Didier Anzieu)의 피부자아(skin ego) 개념을 중심으로 이론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위하여 관련 도서, 학술지, 학위논문 등에서 관련 문헌자료를 조사, 분석하였다. 둘째, 작품 연구에 앞서 드레스-스케이프의 개념과 의미 정립을 위하여 사운드-스케이프, 미디어-스케이프, 패션-스케이프에 대한 문헌 자료를 통한 선행 연구를 조사하였다.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의 이론적 고찰은 Ma(2017)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 개념을 발전시켰다. 셋째, 작품 연구로 코르셋을 디자인, 제작하고 연구자가 직접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작품 분석은 먼저 코르셋 아이템을 선정한 배경을 표피를 통한 자기인식의 개념과 연계하여 설명하였다. 또한 영상은 Kang(2016)의 내러티브연구를 참조하여 내러티브적 영상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코르셋을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 안에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표현 방법을 분석하기 위하여 Noh & Lee(2013)의 영상광고사례 분석의 틀을 이용하여 영상기법별 장면과 그 의미와 분석 내용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영상분석은 의복을 착용하는 행위와 과정을 배경으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를 설명하여 작품과 이론 연구를 논리적으로 연계하여 분석하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론 연구는 작품을 제작하고 분석하는 데에 있어 이론적 배경으로서 역할하고, 작품은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의 이론적 개념과 의미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마지막으로 드레스-스케이프의 속성을 도출하였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영국을 중심으로 예술 및 디자인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실기 주도 연구 방법을 따라,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실험적 과정들이 연구의 중심이 되고, 작품과 이론적 연구를 다각적 측면에서 연계하고 고찰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Ⅱ.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 (Epidermic Self-awareness)

이 연구의 출발은 연구자 개인의 신체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건선이라는 피부질환으로 인하여 표피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재생되어 계속해서 각질이 생겨나면서 피부와 의복이 닿을 때마다 거슬리게 느껴지곤 했는데 이러한 감각적 경험은 신체의 표면과 그 표면에 닿는 외부의 것을 예민하게 인지하게 하였다. 이것은 움베르토에코가 사이즈가 작은 청바지를 착용한 경험을 토대로 기술한 글의 요지와 나란히 한다(Eco, 1986). 에코는 자신의 몸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었을 때에 느끼는 불편함으로 인해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묘사하였다. 신체 표면을 자극하거나 신체를 압박하는 불편한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신체의 표면과 경계를 느끼게 되고, 이러한 감각적 경험이 자신이 존재함을 인식할 수 있게 했음을 기술하였다. 쾌적한 착용감의 옷은 마치 몸의 연장체가 된 듯, 옷을 착용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편하게 느껴진다. 반면, 불편한 착용경험은 착용자에게 신체 표면으로부터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그러한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감각하고 있는 자신을 인식(self-awareness)하게 한다. 에코는 또한 이러한 신체로부터 오는 감각이 자아를 인식하게 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아의 행동양식이나 태도, 그리고 나아가 내면의 변화와 함께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Eco, 1986).

디디에 앙지외의 ‘피부자아’ 개념 역시 이러한 에코의 주장과 나란히 하고 있다. 앙지외는 피부가 자아를 재현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나의 피부를 만지는 것을 느끼고 내가 누군가의 피부를 만짐으로써 ‘자아’는 탄생한다.”(Anzieu, 2008, p.13)고 하였다. 또한 피부를 ‘신체를 감싸다’는 물리적 의미에서 발전시켜 주체의 내면을 감싸고 있는 자아의 의미로 ‘심리적 싸개(enveloppes psychiques)’ 개념을 설명하였는데(Anzieu, 2008, p.13), 이것은 피부가 주체의 자아에 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코와 앙지외의 개념은 형이하학적 측면에서 고려했던 신체의 개념과 신체와 정신이라는 이분법적 관계에의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을 경험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자아에 있어 신체가 매우 중요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에코는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epidermic self-awareness)”이라는 용어를 통해 신체가 주체의 내면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저술함으로써, 신체의 개념과 의미의 확장을 보여주는 연구라 할 수 있다(Ma, 2017).

또한 조안 앤트위슬은 에코의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몸의 지각에 관한 이론을 언급하면서 ‘의복을 입은 신체’의 개념을 간과한 몸에 관한 선행이론들을 비판하였다(Entwistle, 2000). 퐁티는 인간이 세계와 만나고, 또 그 세계 안에서, 그리고 그 세계를 향하여 존재하고 있음의 상태, 즉 ‘세계-에로-존재(being-in-the-world’)가 신체를 통한 지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신체가 외부 세계와의 첫 번째 소통매체로서 중요하게 역할하고 있으며, 그 신체는 의복을 착용한 신체임을 앤트위슬은 강조하고 있다(Entwistle, 2000). 따라서 의복을 착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이 자아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데에 있어 옷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 채 신체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의복은 신체의 표면에 위치함으로써 의미를 드러내고, 신체는 의복을 통해 그 의미가 부여되는 다이나믹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Entwistle & Wilson, 2001). 또한, 신체는 의복을 통해 사회적 환경 안에서 행위하며, 이러한 의복과 신체, 그리고 외부 환경간의 긴밀한 상호영향을 '어떠한 환경 안에 체화된 경험(situated embodied practices)’으로 개념 지을 수 있다(Entwistle, 2000).

이렇게 앤트위슬 역시 에코가 저술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인간은 의복을 입은 신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을 인지하고, 의복을 입은 이 신체의 행위를 통해 세계를 감각하고 인식하며, 그 안에서 타인을 비롯한 외부의 대상과의 관계를 맺게 되는 삶의 체험을 생성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신체는 이 세계 속에 존재하는 자아를 감싸는 동시에 세계를 경험하고 세계와 관계를 맺는 자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아가 인간은 사회적 환경과 신체를 관계 지으며, 의복을 착용하는 행위로부터 발현되는 개인과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Entwistle, 2000). 이는 의복을 입은 신체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개인이나 한 집단이 의복을 착용하는 양식과 그 의미에 대해 연구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Ⅲ.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본 작품 <The Dress-scape>
1. 드레스-스케이프(Dress-scape)

드레스-스케이프는 연구자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개념에서 차용하여 정립한 개념으로(Ma, 2017), 먼저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작곡가이자 환경운동학자인 레이몬드 머레이 샤퍼(Raymond Murray Schafer)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진행한 <World Sound-scape Project>에서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소리로 구성된 인공적인 환경’의 개념으로 정의되었다(Eisenberg, 2015). 후에 역사학자 에밀리 톰슨(Emily Thompson)은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Alain Corbin)의 ‘청각적 풍경(auditory landscape)’, 즉 어느 특정한 사회적 환경을 인지하는 방식에서 음향적 측면으로부터 시작하여 물리적 또는 심미적인 측면에서의 듣는 방식을 포함한 문화적 양상이라고 규정하였다(Thompson, 2004).

앞서 설명한 개념들을 조합하면, 접미어 ‘-scape’는 시각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몸 전체를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어떠한 공간에 대한 감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르준 아파두라이(Arjun Appadurai)는 ‘미디어-스케이프(mediascape)’를 “정보들을 생산하고 퍼뜨릴 수 있는 전자적 장치들의 배분(신문, 잡지, 텔레비전 방송국, 그리고 영화 제작 스튜디오)과 이런 미디어에 의해 생산된 세계들의 이미지들”이라고 정의하였다(Appadurai, 2004, p. 65). 이는 3차원적 공간의 개념에서 벗어나 미디어에 의해 구현된 세계를 지칭하고 있다. 또한, 김홍중은 미디어-스케이프를 “미디어가 새로운 방식으로 구조화한 세계와 그 세계의 내부에서 행위 하는 행위자, 그리고 그 행위자의 감각적 체험구조를 조형하는 미디어 고유의 인터페이스를 모두 내포하는 개념”(Kim, 2011, p. 147)으로 정의하였다. 이는 “미디어에 의해 재구성되는 주체 내면의 심상지리”로 이해되며 “주체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과 환경으로서의 미디어를 가로지르는 주체의 내면”의 의미를 지닌다(Kim, 2011, p.9). 따라서 어느 환경 안에서의 ‘주체’가 환경과 주고 받음으로써 생성되고 변화하는 주체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scape’의 의미를 확장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주체와 주체의 내면, 그리고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어떠한 외부 환경에 의해 생성되는 양상이라는 의미로 ‘-scape’ 개념을 보았을 때, 신체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에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복을 생각한다면, ‘패션-스케이프(fashionscape)’라는 용어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Kawamura(2005)는 패션-스케이프는 패션의 전경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로 패션, 미디어, 소비자 등과 관련한 일련의 이미지, 텍스트, 전략, 해석과 지식 등과 관련한 다양한 학제간의 콘셉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문화적, 상징적 인공품으로서의 패션은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제정하는 시스템 구조와 함께 다양한 소비자들을 향하여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하였다. Tomiuc(2015)은 현재 패션이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 패션 기업, 그리고 패션 미디어를 패션-스케이프로 정의하였으며,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거들이 패션트랜드와 소비자들의 패션스타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소비습관까지 영향을 주면서 패션-스케이프를 재 조성하는데 기여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패션-스케이프가 패션을 아우르는 시스템적인 총체적 전경을 묘사하고 있다면, 드레스-스케이프는 개인에 의해 생성되는 한 의복이 지닌 전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Rocamora(2011)는 개인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자아가 실현되고 행해지게 하며, 이러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는 패션과 의복의 영향이 크다고 하였다. 특히 여성은 이러한 영향을 남성보다 크게 받음에 따라 여성의 정체성은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면에서의 신체 표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드레스-스케이프는 의복을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개념으로 보고 의복이라는 공간 안에서 착용자의 신체가 물리적 자극으로부터 제공되는 감각적 경험의 측면 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까지 영향을 받는 어떠한 양상으로 규정하였다(Ma, 2017). 다시 말해, 의복 착용 행위를 통해 착용자의 신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정서적 체험을 통한 자기 인식과 그러한 경험의 체화화에 따른 자아 내면과 그 변화를 내포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량생산된 의복일지라도 각각의 의복이 가진 전경, 곧 드레스-스케이프는 착용자와 외부 환경에 따라 모두 다르게 생성된다고 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는 "패션은 지금 현재 존재하면서 사랑하고 슬퍼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 의해 입혀질 때서야 비로소 완성된다(“Fashion is only complete when it is worn by ordinary people who exist now, managing their lives, loving and grieving.")."고 하였다(Davies, 2015, p. 316). 또한, MaxMara의 회장 Luigi Maramotti는 "여성들이 착용하고 해석해 내기 전까지 옷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A garment does not exist until a woman wears and interprets it.”)."고 하였다(Maramotti, 2017). 이것은 개개인의 신체가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얻는 감각적, 정서적 체험과 이를 통해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과 경험, 그리고 사회적 환경 안에서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과 방식에 따른 결과와 의미가 모두 다르다는 드레스-스케이프의 개념과 나란히 한다. 정리하자면, 의복을 입은 신체가 착용자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무수히 많은 대상들과 조우하고 그들과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경험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정동에 따른 감각적, 정서적 반응과 그것이 체화되어 자아내면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까지를 드레스-스케이프라고 할 수 있다<Fig. 1>.


<Fig. 1> 
Dress-scape

2. 작품 <The Dress-scape>

앞서 고찰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의 의미를 작품연구를 통해 구체화 및 발전시켜보고자 작품 <The Dress-scape>를 제작하였다. 구체적으로 의복 착용을 통해 자신의 신체 표면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발현되는 어떠한 감각적, 정서적 체험을 통한 자아 인식이 착용자의 체화된 경험의 산물로써 드레스-스케이프를 형성한다는 것을 표현해 보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신체 표면에 강한 자극을 주는 코르셋을 제작하고, 연구자가 코르셋을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을 약 2분 30초의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이 영상은 2017년 이태리 피렌체 비엔날레(XI Florence Biennale)에 출품하여 비디오 아트 부분에서 로렌조 어워드(Lorenzo il Magnifico award, 2nd prize)를 수상하였다.

1) 코르셋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는 의복은 대부분 '편안함'이라는 긍정적인 정서적 반응을 지향하기 때문에 평상시에 의복을 통하여 자신의 신체 표면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앞서 설명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은 착용한 의복과 신체와의 거리는 얼마나 가까운가, 의복은 신체를 어느 정도의 강도로 압박하는가, 신체가 감각하는 의복의 표면은 어떠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가 등의 세부적인 물리적, 정서적 요소의 정도를 통하여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착용자는 착용감이나 활동이 불편한 의복과 만났을 때 자신의 신체를 더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이에 따라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을 뚜렷이 발현시킬 수 있는 의복 아이템으로 코르셋(corset)을 선정하였다. 코르셋은 과거의 사회적 환경 안에서 여성의 몸이 어떠한 특정한 의미나 상징의 기호로써 보여주는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성적 역할을 제한하고 상품화된 여성성을 이상화하고 지배하는 오브젝트로서 기능하였다(Summers, 2001). 페미니스트 역사학자들이 코르셋을 속박과 고통을 연관시켜 가부장적 제도 안에서 바라본 순종적이고 종속적인 여성의 성적 암시를 내포한 복식이라고 주장한 견해(Roberts, 1977)와 달리, Kunzle(1982)은 코르셋을 입은 여성은 수동적이거나 가부장적 제도의 희생자가 아닌 인체를 압박하는 코르셋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적극적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복식이 지닌 의미와 상징은 사회적 환경 안에서 변화되고, 그에 따라 착용자가 인식하는 자아 역시 변화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오늘날의 코르셋은 이러한 젠더와 권력 사이에 위치한 의미에서 벗어나, 더이상 사회적 환경 안에서 특정한 의미와 상징을 지닌 아이템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나 예술 오브제로서 보여 지고 있다(Erkal, 2017).

코르셋은 이너웨어로 신체 표면에 직접적으로 닿으며, 신체를 조이고 압박하는 다소 공격적인 착용방식을 행함으로써 착용자의 감각적 경험을 극대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신체와 의복이 물리적으로 만나는 과정 안에서 자신의 신체 인식의 정도의 뚜렷함이나 모호함은 긍정이나 부정적인 감각의 척도에 따른 것이 아닌, 의복이 신체에 얼마나 뚜렷하고 강렬한 자극을 주느냐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신체가 불편하고 거슬리는 감각을 인지할수록, 그리고 그 감각의 정도가 강렬할수록 신체를 통해 나 자신을 더 또렷하게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작품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에코와 앤트위슬이 설명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이다. 신체에 의도적으로 과장된 물리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자신의 신체를 강렬하게 감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의 존재함을 인식하며, 나아가 특정한 정서적 상태를 경험하면서 생성되는 전경, 즉 드레스-스케이프가 이루어진다는 논지 아래 코르셋을 제작하였다.

코르셋은 뒤에서 끈을 잡아당겨 착용하는 형태(tight-lacing)로 제작하였으며<Fig. 2>, 신체가 닿는 코르셋의 안쪽 표면에는 지름 1-2cm 내외 크기의 수 백 개의 푹신한 재질의 볼과 함께 끝이 뾰족한 다양한 모양의 길이 0.8-3cm의 금속 스터드를 부착하였다<Fig. 3>. 이는 코르셋 끈을 잡아당겼을 때 신체를 압박하는 물리적 자극을 좀 더 강렬하게 주면서, 볼로 인해 느껴지는 부드럽고 푹신함과 금속 스터드가 주는 차갑고 날카로움 이라는 상반되는 감각적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고자 하였다. 또한 신체와 의복과의 물리적 만남과 그로 인한 착용자의 감각적, 정서적 경험의 기록을 위하여 연구자가 코르셋을 직접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재현하였다.


<Fig. 2> 
The corset (Photographed by author)


<Fig. 3> 
The inner surface of the corset (Photographed by author)

2) 영상

(1) 내러티브로서의 영상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신체에서 시작하여 코르셋을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 안에서 발현되는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를 재현하는 방법으로 내러티브 연출방식의 영상을 제작하였다. 내러티브는 “하나의 핵심 플롯을 중심으로 인물, 배경, 행위, 사건이 시작, 전개, 결말이라는 일정한 구성 형식에 따라 구조화된 일련의 이야기”이다(Kang, 2016, p. 314). 이 내러티브는 “인간이 삶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사람이 경험하는 사건, 인물, 행위, 감정과 정서, 의도와 생각, 그리고 상황과 장면 등을 총체적으로 통합시켜주고 특정 경험이 이루어지는 맥락 속에 위치시켜주는 인식의 틀”(Kang, 2005, p. 92)로서 인문사회과학에서의 연구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op. cit.). 특히 심리학자 브루너(Bruner)는 자아를 연구하는 두 가지 패러다임-논리적/명제적 패러다임(paradigmatic mode)과 이야기적 패러다임(narrative mode)-을 제시하였는데(Ibid.), 이 중 이야기적 형태로 삶의 체험을 구성하면서 자아를 형성하는 시각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적 패러다임은 우리의 삶 속에서 의복과의 관계와 체험을 통해 자아를 어떻게 인식하고 형성되는지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것은 앞서 Rocamora(2011)가 자아가 행해지는 데에 역할하는 개인의 삶 속 이야기들을 만드는 데에 의복의 영향이 큼을 언급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내러티브로서의 접근은 이 작품이 의복이 착용자의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감각적, 정서적 체험을 통한 자아 인식 형성과 변화에 관여함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인과관계와 의미를 시간적 계열 속에서 사건, 인물, 장면을 보여주고(Carter, 1993), 과거를 재구성하여 재현한다는 측면에서 내러티브는 ‘허구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Park, 2006), 이러한 면에서 영상이 내러티브가 가진 허구적 재구성을 표현하는 적절한 매체로서 기능하고 있다. 내러티브로서의 영상은 <Table 1>과 같이, 앞서 기술한 Kang(2016)의 내러티브 개념을 대입하여 핵심플롯, 인물, 행위, 사건으로 분석할 수 있다.

<Table 1> 
Narrative Analysis


핵심플롯은 착용자의 신체와 코르셋의 만남으로 인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 생성이다. 등장인물인 착용자의 행위는 다섯 단계-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신체,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는 신체, 코르셋을 완전히 착용한 신체, 코르셋을 탈의하고 있는 신체, 다시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신체-로 분류할 수 있다. 사건은 코르셋을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으로 인해 착용자가 겪는 감각적, 정서적 경험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의 구성 요소는 신체 표면과 코르셋 사이의 공간의 정도에 따른 코르셋이 신체 표면에 가하는 자극의 강도(irritation level), 그리고 그에 따른 착용자의 자기 인식의 정도(self-awareness level)로 나누어 볼 수 있다. <Table 1>에 그래프로 표현하였듯이, 아무 것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신체에 가하는 자극이 없으므로 자신의 신체를 인지하는 정도가 미미하다. 이것은 의류광고에서 제품의 편안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빈번하게 쓰이는-‘마치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 같은 편안함’-이라는 광고 문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체에 닿는 옷의 표면에서 느껴지는 재질감이 이질감이 덜하고, 신체의 움직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편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의복은 착용자가 자기를 인식하는 데에 미미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코르셋을 착용하면서 신체는 코르셋의 푹신하면서도 날카로운 표면과 만나게 되면서 점차 코르셋의 표면을 감각하는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코르셋을 몸에 꼭 맞게 완전히 착용하였을 때 그 인식의 정도는 최고조가 되며, 이러한 물리적 경험은 정서적 체험으로 환원된다. 이 영상은 내러티브의 구성요소-핵심플롯, 인물, 행위, 사건-별로 타당하게 대입하여 분석할 수 있음에 따라 내러티브 연출방식을 행한다고 볼 수 있다.

(2) 영상 기법 및 내용 분석

Noh & Lee(2013)에 따르면 영상 매체의 기호학적 분석을 위해서는 영화 언어 –카메라의 움직임, 이중노출, 디졸브(dissolve), 페이드(fade), 펜(pen), 클로즈업(close-up), 트레킹 샷(tracking-shot), 몽타주(montage) 등-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장면(sequence)을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들의 분석과 각 장면들 간의 관계 연구를 통한 영상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The Dress-scape> 영상 분석의 틀로 Noh & Lee(2013)의 영상광고사례를 분석을 위한 영상용어와 의미내용 요인을 사용하였다. 이 작품에서 사용된 영상 기법은 <Table 2>와 같이 클로즈업(close-up), 점프컷(jump-cut), 연속성(continuity) 편집으로 도출되었으며, 그에 따른 내용 분석은 다음과 같다.

<Table 2> 
Story analysis based on shooting/editing techniques used
Scene
Shooting
& editing technique
Close-up Jump-cut Continuity Editing
∙ Close up of the subject that enables for the viewer to access the subject ∙ Affective involvement through speedy & dramatic change of sequences
∙ Analogical context & relationship between each sequence
∙ To pull viewers into a feeling of suspense, expectation, and excitement
∙ Setting the context that infers the relationship of the narrative and the subject(character)
Story
Analysis
∙ Exclusion of the description of temporal & spatial situation and the character
∙ Close up of the wearer’s body and the corset
∙ Quick replacement of each sequence -the encounter of the body and the corset
∙ Affective involvement through dramatic representation of the body contacting with the corset
∙ Representation of the wearer’s continuous action: undressed body -> dressing the corset -> dressed body -> undressing the corset -> undressed body

첫째, 클로즈업 촬영기법은 대상(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하여 확대하여 보여줌으로써 관람자가 대상에 더 가까이 접근하여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Noh & Lee, 2013, p. 60). 이 영상에서 사용된 클로즈업 기법은 신체와 코르셋의 만남을 집중하여 보여주기 위하여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인물에 대한 어떠한 암시적, 설명적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착용자의 신체와 코르셋만 확대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등장인물의 얼굴이나 표정, 그리고 특정 제스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뉘앙스나 분위기를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을 차단시킴으로써 코르셋을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 외에 영상에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중립적인(neutral) 상태로 두고자 하였다. 둘째, 점프컷은 비연속적으로 장면을 전환하는 편집방식으로 스토리를 빠르게 전개함으로써 관람자에게 몰입을 유도한다(Noh & Lee, 2013, p. 60). 코르셋을 착용하고 탈의하는 과정의 장면들 사이에 신체 표면과 코르셋의 안쪽 면이 만나는 장면들을 삽입하여 빠른 속도로 대치하여 보여주는 등 신체와 코르셋이 만나는 순간들을 다양한 컷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셋째, 연속성 편집은 주로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관계와 맥락을 보여주기 위하여 활용되는 기법이다(Noh & Lee, 2013, p. 60). 이 영상에서는 착용자가 코르셋을 착용하고 탈의하는 다섯 단계의 행위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신체,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는 신체, 코르셋을 완전히 착용한 신체, 코르셋을 탈의하고 있는 신체, 다시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신체- 을 순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신체 표면과 코르셋 사이의 공간의 변화, 코르셋이 신체에 가하는 자극의 정도, 그리고 그에 따른 착용자의 자기 인식의 변화를 연속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Ⅳ. 드레스-스케이프의 속성-정동(affect)

작품 <The Dress-scape>에 나타난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은 신체와 의복의 만남의 결과인 감각적 경험으로부터 정서적 경험으로 환원되고, 이러한 과정들이 신체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체화됨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착용자는 의복과의 물리적인 만남과 그로 인해 발현되는 정서적 경험 간의 얽혀있는 관계 속에서 계속해서 변화하는 어떠한 과정이나 현상적 체험을 통해 자기를 인식하게 되며, 자아 내면에 이러한 과정이나 현상적 체험이 발현되는 것을 드레스-스케이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드레스-스케이프의 속성은 정동(affect)으로 설명될 수 있다.

코르셋 안쪽 면의 볼과 스터드가 피부에 닿는 순간, 신체는 부드럽고 푹신함과 차갑고 뾰족함의 두 자극을 동시에 감각하게 된다. 코르셋이 몸에 맞도록 끈을 타이트하게 당길수록 볼은 신체 표면을 누르고, 스터드의 뾰족한 끝은 신체 표면을 찌른다. 그리고 더 이상 끈을 조일 수 없이 코르셋 전체가 몸통을 압박하는 순간에는 마치 코르셋이 신체 안을 뚫고 들어가려는 듯 신체 내부까지 압박해 오는 강렬한 자극을 받는다. 코르셋을 다시 탈의하기 위한 끈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압박되었던 신체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어지고, 스터드가 신체의 표면에서 멀어져간다. 신체는 스터드로부터 받은 고통의 자극을 간직한 듯, 코르셋을 완전히 탈의한 후에도 잠시 동안 피부에 아픔의 여운이 느껴졌다. 이렇게 착용자의 신체는 코르셋을 감각하고, 동시에 착용자는 코르셋을 감각하는 자신의 신체를 인식한다. 또한 코르셋의 착용을 통해 신체의 미묘한 움직임에 따른 자극과 감각을 예민하게 인지하게 되어 그것의 강도를 조절하고 제한하려 하게 된다. 이것은 에코가 청바지를 착용하면서 자신의 행동 방식이 달라짐을 발견하였다고 한 것과 나란히 한다. 착용자는 부드럽고 푹신한 감각에서 오는 긍정적인 자극과 평범한 의복을 착용하였을 때 느끼기 어려웠던 고통의 자극들을 대면하면서 반사적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조절하게 된다. 따라서 의복의 착용이 착용자의 물리적 행동이나 태도들을 체크하고, 변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측면은 신체와 외부 환경과의 물리적 만남에 따른 신체의 표면을 인지함의 결과인 정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Oxford English 사전에 따르면, 정동(affect)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이나 욕망을 뜻한다(Affect. n.d.). Ruggerone(2017)에 따르면, 정동과 감정(emotion)은 흔히 혼용해서 사용되는 용어이긴 하나, 전-주관적인(pre-subjective) 측면과 사회언어학적(socio-linguistic) 측면에서 구별된다고 하였다. 정동은 신체의 물리적인 측면에 집중된 전주관적이며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반응인 반면, 감정은 개인이 어떤 주체나 사물, 사건으로 인한 충분한 강도의 감각적 경험을 사회 언어적으로 고정되어 설명될 수 있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동이 감정이나 느낌과 구분되는 점은 주체의 신체가 참여적 관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감정에 선행된 신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특정한 물리적인 반응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체는 착용한 의복으로 인한 어떤 특정한 물리적 자극 -그 자극의 강도가 매우 미미할지라도-에 따른 정동적 반응을 도출해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심리학자 실반 솔로몬 톰킨스(Silvan Solomon Tomkins)는 정동은 감정으로 해석될 수 있을 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는 어떠한 특정한 물리적 반응으로 보았다(Tomkins, 1962, 1963, 1991 as cited in Shmurak, 2016). 따라서 정동은 감정보다 선행되어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동의 효과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수동적인 반응에서 능동적인 반응으로, 그리고 무력(inertia)에서 자발적 동기(motivation)로 변화하기 때문에 하나의 자극으로 환원시킬 수 없다고 하였다(Wissinger 2007). 톰킨스는 또한 정동을 흥미/흥분(interest/excitement), 즐거움/기쁨(enjoyment/joy), 놀람(surprise/startle), 두려움(feat/terror), 고통/괴로움(distress/anguish), 분노(anger/rage), 역겨움(dissmell), 혐오(disgust), 수치(shame/humiliation) 등 9가지 요소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정동은 얼굴 표정, 목소리, 신체 자세나 움직임을 수반하며, 어떤 특정한 느낌에 따른 의식적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9가지 정동들 중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이 생각이나 기억, 환타지, 행동 등의 경험의 요소들과 결합하였을 때 감정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op. cit.). 정동의 요소 중 코르셋을 착용하면서 나타난 것으로는 즐거움/기쁨과 고통/괴로움으로 볼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정동은 착용자의 착용과 탈의 행위의 경험을 통하여 즐거움과 고통의 감정으로 나타난다고 해석될 수 있다<Fig. 4>.


<Fig. 4> 
Affect of <The Dress-scape>

또한, Seigworth & Gregg(2010)에 따르면, 정동은 개인의 내면상태 뿐 아니라 외부환경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고 하였다. 따라서 정동은 감정적 측면 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인 갈등이나 다른 외부의 것과의 관계구성을 통하여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신체와 외부 환경과의 만남은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사이의 관계들의 조합으로, 이러한 요소들 간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들이 곧 주체의 정동적 측면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고 한 Ruggerone(2017)의 맥락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신체가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발현되는 정동은 단순히 물리적 만남에 따른 정서적 변화를 넘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체는 의복이라는 외부 환경과 조우하는 매 순간들에 의해 생성되는 관계들의 조합을 통해 외부 세계와 만나는 자아, 그리고 외부 세계에 속해 있는 자아와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인식하고 체화되는 장소이자 환경으로 역할한다. 신체와 의복의 물리적인 만남과 그로 인해 발현되는 정동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양상들은 착용자에게 체화된다. 이에 따라, 드레스-스케이프는 의복이라는 외부환경으로부터의 자극으로 인하여 발현되는 감각적, 정서적 체험이 착용자가 자신을 인식하게 하고, 이러한 인식 과정 안에서 계속해서 변화하며 이루어지는 정동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Ⅴ. 결론

이 연구는 착용자가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발현되는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그에 따른 드레스-스케이프 개념과 속성을 이론 연구와 작품연구를 연계하여 고찰하였다. 작품연구로 신체에 강렬한 물리적 자극을 주는 코르셋을 제작하고 연구자가 직접 착용하고 탈의하는 경험을 통해 앞서 전개한 이론 연구와 연계하여 분석하고자 하였다. 또한 신체와 의복의 물리적 만남에 따른 감각적, 정서적 경험을 재현하기 위하여 영상을 제작하였다. 영상은 신체와 코르셋의 만남으로부터 생성되는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과 드레스-스케이프를 핵심 플롯으로 한 내러티브로서의 분석과 영상 촬영 및 편집 기법으로 내용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두 개념이 작품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드레스-스케이프의 속성을 고찰하기 위한 분석 자료로서 역할 하였다.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은 의복을 착용한 신체를 통해 자신을 인지하고, 나아가 외부 환경을 감각하고 인식하며 관계를 맺는 삶을 체험하게 한다. 또한 드레스-스케이프는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에 따른 정동적 경험이 착용자의 신체에 체화되고 나아가 자아 내면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정서적 공간으로서 설명할 수 있다. 드레스-스케이프의 개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착용자는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인 의복을 착용하면서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신체를 통한 자기 인식이 이루어지고, 착용자의 삶 속에서 신체와 의복과의 무수히 많은 만남의 경험들은 신체에 체화된다. 따라서 드레스-스케이프는 이러한 체화된 경험의 결과이며, 의복과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자기 인식과 자기 내면의 변화를 아우른다. 이에 따른 드레스-스케이프의 속성은 정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동은 신체와 의복과의 물리적 만남에 따른 표피를 통한 자기 인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감정적 측면에서의 반응이 아닌,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신체의 물리적 반응이 선행되어 나타나는 주체와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지칭하며 이러한 관계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따라서 신체는 이러한 계속해서 변화하는 정동적 경험이 체화되는 장소이자 주체이며, 드레스-스케이프가 이루어지는 환경으로서 역할한다고 할 수 있다.

드레스-스케이프는 연구자가 사운드-스케이프, 미디어-스케이프, 그리고 패션-스케이프로부터 착안하여 연구자의 선행 연구(Ma, 2017)에서 새롭게 제안한 용어이다. 그러나 그 개념적 의미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고자 한다. 앞서 논한 것처럼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신체와 외부 환경과의 조우와 상호작용을 논할 때 의복이라는 매개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나란히 하기 때문이다. 대신, 의복을 착용한 신체에 대하여 사유하고, 우리의 삶에서 외부의 사물이나 환경과 맞닥뜨리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호관계들을 통해 체화된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작품 제작과 실험 과정 안에서 연구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본 연구를 전개한 것이 실기주도 중심의(practice-led) 연구의 한 사례로서 기여하였다는 점이 본 연구가 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의 독창성에 기여한 점으로, 첫째, 시각과 촉각적 감각에 주가 되는 패션 리서치 분야에서 의복을 착용한다는 행위와 정동의 개념을 관계 지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연구자가 영상이라는 다른 미디엄을 통한 작품연구를 통해 패션 연구와 아트 연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시도와 함께 패션 디자인 작업과 연구의 경계를 넓히고자 하였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패션과 의복에 관한 연구에 대한 추상적 접근은 현재 작품을 만드는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Eckersley, 2008).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본 연구는 패션과 의복, 그리고 착용자와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패션 디자인 뿐 아니라 영상 등 다른 분야의 작업을 통한 작품연구로서 보여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이 연구는 표피를 통한 자기인식의 개념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구현하여 다소 일차원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작품을 통한 드레스-스케이프 개념 표현에 있어서 보다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를 통한 작품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이는 후속 연구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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