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1, No. 6, pp.116-133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1
Received 30 Nov 2021 Revised 17 Dec 2021 Accepted 20 Dec 2021
DOI: https://doi.org/10.7233/jksc.2021.71.6.116

몸 인식의 확장에 따른 패션화된 몸에 나타난 미적 특성 연구

양정원 ; 이미숙
전남대학교 의류학과 강사/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
전남대학교 의류학과 교수/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
A Study on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the Fashioned Body according to the Expansion of Body Recognition
Jungwon Yang ; Misuk Lee
Lecturer, Dept. of Clothing and Textiles, Chonnam National University / Human Ecology Research Institute
Professor, Dept. of Clothing and Textiles, Chonnam National University / Human Ecology Research Institute

Correspondence to: Misuk Lee, e-mail: ms1347@chonnam.ac.kr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of in contemporary fashion through the characteristics of post-structuralism and pragmatic body aesthetics. The research method examines philosophical and aesthetic perceptions of the body, focusing on post-structuralist philosophers Maurice Merleau Ponty, Michelle Foucault, and Jean Baudrillard and the pragmatic philosopher Richard Schustermann. This study analyzes the data from domestic and foreign monographs and previous studies. After based on an aesthetic characteristic derived from an optimized art work related to body aesthetics,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the body that are popular in modern fashion were analyzed. The research results are as follows: First, body aesthetics derived from body discourse are divided into “experienced body,” “controlled body,” “derived body,” and “practiced body.” Second,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derived from related to the aesthetics of the body were the deconstruction of the body and the otherness of the body. Third, contemporary fashion were “abstract of geometric space,” “resistance reality,” and “fetishistic playfulness.” Additionally, the otherness of the body appeared as “human pluralism.” Finally, the phenomenon of the “soma,” in which the body and mind are integrated as a new mechanism of the fashioned body in contemporary fashion, as discussed above, will expand the aesthetic extension of fashion with a positive perception of the alienated body in the post-human era.

Keywords:

body aesthetics, body recognition, fashioned body, post-structuralism, pragmatism

키워드:

몸 미학, 몸 인식, 패션화된 몸, 후기구조주의, 실용주의

Ⅰ. 서론

복식은 몸에 대한 관념의 투영물이다. 즉 복식은 ‘의복을 입는다’는 몸의 실천으로 몸에 관한 담론을 만들어낸다. 복식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몸 담론은 한 시대의 지배적인 패션에 크게 영향을 준다(Huh & Geum, 2004; M. Lee, 2012; Yim, 2007a). 따라서 패션을 창조하고 유행시키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몸 미학은 패션에 내재된 심미적 변화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코드로써 가시적인 역할을 한다.

몸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 운동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몸 긍정주의’는 타인의 시선, 획일화된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서 타자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시선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만큼 타인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다양성과 다름을 수용하는 문화현상이다. 또한 정형화된 미 대신에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면서 신체의 콤플렉스를 당당히 드러내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경향으로 보인다(Kim, 2021). 최근 들어 런웨이(runway)에서도 ‘이상화된 몸’으로부터 소외되고 일반적인 신체 조건에서 벗어난 모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패션계에서 이러한 몸의 수용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며 이는 몸 본질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해된다.

이와 같은 몸 긍정주의 문화현상의 중심에는 리차드 슈스터만(Richard Shusterman)에 의해 주장된 프라그마티즘(Pragmatism, 실용주의)의 몸 미학이 있다. 슈스터만은 자신의 몸 미학을 존 듀이(John Dewey)의 프라그마티즘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신체적 지각과 실천의 작용에 대한 이론적 배경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다루었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탐구나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의 일원론적 몸 담론을 담아내어 보다 몸 중심적인 ‘경험의 미학’으로 발전시켰다(Shusterman, 2012; Jeong, 2013). 물론 이들 간에는 탈근대적 몸 철학으로서 공유 지점도 있겠지만 슈스터만의 몸 담론이 후기구조주의자들에 비해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이들의 철학적·미학적 인식의 차이를 통해 복잡하고 난해한 현대패션의 심미적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탈근대적 관점에서 현대패션에 나타난 몸에 관한 선행연구(Huh & Geum, 2004; Jeong & Kim, 2013; Kim, 2018; Lee & Kim, 2002; Yim, 2006; Yim, 2007a; Yim, 2007b; Yim, 2007c; Yim & Kim, 2006)는 주로 ‘탈신체화, 탈고정화, 몸의 사실성 변질, 몸의 파편화, 몸의 왜곡과 변형’ 등으로 패션의 확장된 매체로서의 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연구는 주로 후기구조주의자의 해체론적 ‘몸 이론’에 국한되며 21세기에 새롭게 대두된 몸 담론으로서 슈스터만의 몸 미학과 견주어 패션 심미적 변화를 탐색한 연구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탈근대적 패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틀로 최근 회자되고 있는 ‘몸 긍정주의’ 현상에 내재된 몸 담론을 이해하고 현대패션의 미의식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후기구조주의와 실용주의 철학자의 몸 미학을 비교해서 살펴보고 이들의 몸 미학에 내재된 미학적 특성을 예술작품을 통해 도출하여 이를 토대로 현대패션에 나타난 패션화된 몸에 나타난 미적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 및 범위는 국내외 단행본 및 선행 연구를 중심으로 몸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탈근대적 몸 담론을 메를로퐁티, 푸코, 보드리야르 등의 20세기 후기구조주의 철학자들과 21세기 실용주의 철학자 슈스터만을 중심으로 몸에 대한 철학적 인식의 확장을 고찰한 후, 몸 미학을 토대로 한 미학적 특성을 도출하고자 몸 미학과 관련된 예술장르에서 인간의 몸을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을 살펴보았다. 시각적 예술작품은 선행연구(Jeong, 2018; Jung & Park, 2012; Lee, 2018; Park, 2013; Shusterman, 2012)를 참고해서 몸과 예술의 관계를 논했던 메를로퐁티와 관련있는 입체주의와 미니멀리즘,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고정화된 예술을 비판했던 푸코의 예술철학과 연결될 수 있는 여성 주의적 경향의 신체미술, 소비기호로써 보드리야르의 예술문화 코드를 읽을 수 있는 초현실주의, 일상적 삶을 위한 예술의 지향하는 슈스터만의 대중예술과 포스트휴먼예술 등의 작품에서 몸을 매개로 한 이미지를 추출하였다. 그리고 현대패션에 나타난 패션화된 몸의 미적 특성을 분석하기 위한 패션자료는 몸 담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02년부터 2021년까지의 컬렉션 사진을 패션 사이트(www.vogue.com, www.elle.com, www.thefashioninsider.com)를 통해 수집한 총 120점의 디자인을 토대로 미적 특성으로 도출된 몸의 해체성과 타자성이 부각된 사례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서구사회에서 정신과 신체를 이원론적으로 구분할 때 사용한 ‘신체’라는 용어보다는 신체와 정신의 통합체에 해당되는 일원론적 사고를 갖는 ‘몸’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또한 ‘패션화된 몸’은 패션의 형식에 나타난 시대적 특수성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가치로 수용되어 시대적 이상미가 반영된 몸으로 정의하였다.


Ⅱ. 몸에 대한 철학적 인식

1960년대를 기점으로 몸에 대한 철학적 인식은 메를로퐁티를 필두로 후기구조주의자인 푸코, 보드리야르 등에 의해 다양한 해석이 회자되면서 몸에 대한 실존적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졌다(Art and study, 2020). 그리고 최근에는 후기구조주의자들의 몸 철학에 영향을 받은 슈스터만의 실용주의 몸 담론으로 확장되어 몸 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이들의 몸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 : 지각주체로서의 몸

일원론에 입각하여 몸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메를로퐁티는 “우리 몸은 데카르트식 정신의 하부구조가 아니라 정신보다 우위에 있으며, 몸은 인간의 지각(Perception)과 연결된 존재 자체다. 모든 인식의 완성은 몸-지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Choi & Yeo, 2020). 그는 몸을 지각의 주체로서 세상과 소통하는 매체로 보고, 지각을 이성적인 활동이 아니라 감각과 동일시하였다. 감각에서 비롯된 지각을 우리 몸이 세상(사물)과 접촉할 때 느껴지는 ‘체험된 순간(몸)’으로 인식한 것이다. 또한 감각의 세계를 복원하여 이성적인 지각은 이차적인 것이고 감각자체를 지각으로 보고 가장 원초적인 감각 지각을 몸-지각으로 간주하였다(Park, 2019).

메를로퐁티 철학의 중요한 논점인 몸 지각은 후설(Edmund Husserl)과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현상학과 연결하여 ‘몸 현상학’으로 이어졌는데, 몸, 지각, 세계와 상호관계를 맺어가는 경험에 관한 이론이다. 여기에서 몸은 객체가 아니라 지각의 주체로서 객체와 관계를 맺게 하는 조건이자 매개로서 살아가고 경험을 형성하는 것이다(Jeong, 2013). 이러한 지각의 주체로서의 몸을 ‘체험된 몸(lived-body)’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체험된 몸’이란 객관적 대상으로서 신체가 아니라 세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몸주체를 말한다. 메를로퐁티는 몸 ‘체험’을 ‘기하학자’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기하학자는 추상적인 도형을 추상적인 공간에 투영할 뿐 아니라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자기 신체로 그 도형을 묘사함으로써만 자신이 관련된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는 기하학자의 ‘체험된 몸’을 기하학의 참된 ‘데미우르고스(dēmiourgos; 조물주)’라고 표현하였다(Art and study, 2020). 여기서 메를로퐁티는 몸주체와 주변 사물의 키아즘(chiasme; 상호얽힘, 상호맞물림)이라는 관계성에 주목하고 사물이 놓인 환경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Jung & Park, 2012).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메를로퐁티가 강조한 지각주체로서 몸은 의식의 주체가 아니라 지각의 주체로 객관적 대상이 아닌 주변세계와 상호관계 속에서 ‘체험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2.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 권력대상으로서의 몸

몸과 사회적 힘의 관계를 섬세하게 분석한 푸코는 개인은 이성의 주체가 아니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주체라고 말한다. 메를로퐁티가 몸을 현상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였다면, 푸코의 몸 담론은 오히려 ‘몸’의 사회학적 측면이나 정치학적 측면과 밀접하다. 푸코는 몸을 사회권력에 ‘훈육된 관행’의 담지체로 보고 사회 구조와 제도가 직접적으로 개인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몸을 훈육하고 제도에 순응하는 몸을 만듦으로써 권력을 생산하는 지점을 비판한다(Kim, 2013).

푸코가 말하는 권력은 제도나 구조 속에서 지배층과 피지배층을 의미하는 거시적인 실체가 아니다. 개인을 훈련시키고 순응하는 신체로 만들려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권력관계 속에 그물망처럼 존재하는 힘이다(Choi, 2016). 푸코에게 권력은 주권적 방식으로 존재하기보다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에서 미시적으로 존재한다. 그는 이러한 미시권력이 작동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통제를 받는 사람들은 스스로 그 규범에 길들여져서 잘 움직이는 자동인형 같은 존재가 되며, 규범을 권력의 시선으로 부터 내면화시켜 데카르트가 말하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유순한 몸주체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National Election Commission[NEC], 2020).

이와 같은 미시권력을 분석한 푸코는 대체로 몸을 ‘사회 통제의 대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근대 이전에 권력은 신체형벌을 대중 앞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행사했다면 근대 이후 권력은 그 실체를 가시화하지 않으면서 굉장히 세련되고 우아한 감시 장치로 작동하였다. 때문에 개인은 감시당하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 채 규율권력이 그들의 내면에 정착됨으로써 ‘훈육적 몸’으로 변화되었고 이렇게 권력의 시선으로부터 규범이 내면화된 몸, 즉 ‘훈육된 몸’에 대한 저항적 개념을 『성의 역사』를 통해서 밝힌다. 여기서 푸코는 인간에게서 자율적인 부분, 주체성이 있기 때문에 주체는 권력에 감시당하고 억압받아왔지만 여기에 끊임없이 ‘저항’하면서 자유라는 것을 발견하고 권력과 억압에 저항하는 몸주체도 계속 생산되어 왔다고 말한다(An, 2006; Gong, 2011).

이상으로 살펴본 푸코의 권력대상으로서 몸은 미시권력으로 훈육된 ‘통제된 몸’이며, 비판적 시각에서 훈육된 관행에 의해 조작되고 체화된 육체양식을 거부하고 저항함으로써 권력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3.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 소비기호로서의 몸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로 규정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미디어가 자본의 욕망에 따라 서로 연결되는 기호체계 안에 빠져들게 한다고 말한다. 기의는 사라지고 기표만 존재하며 지시대상의 순수한 재현(representation)대신에 현실세계는 기호가 끌고 다니는 이미지만 난무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사물이 아니라 기호(이미지)를 소비한다. 존재하는 것은 사물이나 개인이 아니라 기호인 것이다. 소비 목적은 상품의 사용가치나 만족이 아니라 문화적 기호가 된다(Bae, 2005; Choi, 2010). 현대인은 필요에 의해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학적 가치를 구입한다. 현대소비사회에서 상품 물화의 궁극적인 형태는 바로 기호 자체인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가장 아름답고 귀중하며 멋진 소비 상품을 몸으로 보았고 소비사회에서 몸은 차별적, 사회적 의미를 담아내는 기호이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의도적으로 투자되고, 동시에 물신숭배(Fetishism)된다고 하였다. 상품이 그 자체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기호로써 소비되는 것을 ‘이미지 물신적 스타일’라고 하였다. 소비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물신 숭배되는 소비대상으로서 몸은 경쟁적으로 욕망과 환상을 쫒는다(Jeong, 2013; Seo, 1999; Shin & Lee, 2010).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에서 소비대상으로서 몸의 원본은 사라진 지 오래고 실재의 몸보다 더 실재 같은 새롭게 창조된 몸 시뮬라크르(simulacre; 이미지)가 실재적인 힘을 갖는다고 말한다. 원본이 없어진 이미지들이 더욱 실재 같은 가상의 실재(hyper-reality, 파생실재)를 생산해낸다. 실재로 몸 이미지의 절대적 의미는 사라진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내포할 가능성이 있다. 실재에 이미지 가상성이 개입하여 실재같은 세상으로 전도되면서 실제적인 몸주체는 소외되고 새롭게 창조된 몸 이미지는 의미의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가둬둔다(Kim, 2008; Kwon, 2016). 몸의 이미지는 심오한 실재를 감추고 독자성을 갖는 창조적 변형으로 재탄생한다.

이상으로 살펴본 보드리야르의 소비기호로서의 몸은 소비대상으로서 물신화된 몸 이며 물신화된 몸은 파생실재로서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힘을 갖는 가상이 개입된 이미지로 탈의미화 된 파생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4. 리처드 슈스터만(Richard Shusterman) : 실천주체로서의 몸

최근에 이르러 몸 담론은 후기구조주의자들의 몸 철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리처드 슈스터만의 실용주의 몸 담론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슈스터만이 주장한 몸 미학의 좀 더 근원적 토대는 듀이의 프라그마티즘에 바탕을 둔 유용한 지식을 개인의 삶과 사회를 개선시킬 수 있 수 있는 ‘도구’로 보는 개선주의적 세계관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것이다(Chung, 2015).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자를 욕망하는 장소로서 몸은 이미지 가상성이 실재에 개입하여 실재같은 세상으로 전도되면서 실제적인 몸주체는 소외된다. 이러한 병폐에 대해 데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와 같은 철학자들은 몸이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맥락을 모두 흡수하는 매개체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슈스터만은 소외된 몸주체를 복원하였는데, 몸이 대상화 되고 물신화 되었을지언정 반대로 지각의 매체로서 의식과 적극적으로 연결되어 인간의 차원 높은 삶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몸의 부정적 표상을 몸에 대한 의식 개선과 실천을 통해서 교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Kwon, 2016).

슈스터만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부재, 과열된 경쟁, 인간성 결여 등 정신적 가치에 대한 회복을 ‘몸’에서 찾는다. 그에게 ‘몸’은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진 대상일 뿐 만 아니라 몸과 마음이 연결된 내면의 ‘살아있는 아름다움(living beauty)’을 실행하는 실천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Chung, 2015; Mun, 2019). 이러한 슈스터만의 ‘몸’에 대한 시각은 다름을 존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으며 ‘틀림’을 강요하는 사회를 거부한다(Kim, 2012).

슈스터만이 언급했던 ‘지배와 모욕 없이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문화적 이상의 상징’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몸 철학은 다원주의적 미학이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 문화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다. 슈스터만의 몸과 마음이 통합된 몸주체(soma)는 ‘다원성으로 열림’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슈스터만의 몸 철학은 현대소비사회에서 몸의 물신화로 인한 자기부정의 신체이미지를 소통 지향적인 신체로서 이기적인 자기의 고집과 편견을 넘어서 우리 안에 내재된 타자성을 이해함으로써 자기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자기 긍정의 철학이다(Chung, 2015).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몸 담론의 중심에 있는 ‘몸 긍정주의’ 운동은 ‘공동체 일원으로서 자기(몸)’라는 공동체 삶을 지향하면서 개성을 살리는 슈스터만의 실천적 몸 철학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슈스터만에게 몸은 문화다원론(multiculturalism)으로서 개인의 취미와 스타일을 통해 자기개선과 변형을 꾀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의 삶을 개선하고 긍정하는 공간이다. 슈스터만이 말하는 몸주체는 몸의 실천적 해석으로서 ‘문화적 자기’와 ‘문화적 타자’가 어우러져 있다(Chung, 2015; Huh, 2005). 따라서 개인 뿐 아니라 공공의 가치와 공생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슈스터만의 문화적 타자성(문화다원론)에는 윤리주의 철학적 입장이 관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몸 연구가인 토마스 하나(Tomas Hanna)가 ‘체험하는 자아로서의 몸’으로 우리 내면의 직접 체험에 의해 감지되는 의식 있는 몸과 마음이 통합된 것을 소마(soma)라고 표현한 것처럼(Kim, 2015), 슈스터만의 실천주체로서의 몸은 몸과 마음이 연결된 내면의 살아있는 아름다움을 실행하는 실천의 장으로 공동체 삶을 지향하면서 개성을 살리는 몸이며 문화적 다원성과 타자성이 중시하는 몸과 마음이 통합된 열려있는 몸으로서 소마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후기구조주의와 실용주의의 몸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Philosophical Perception of the Body


Ⅲ. 몸 미학의 유형별 특징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탈근대적 몸 미학으로서 후기구조주의와 실용주의의 몸을 보는 관점에서 도출된 몸 미학의 유형은 후기구조주의는 ‘체험된 몸’, ‘통제된 몸’, ‘파생된 몸’으로, 실용주의 몸 미학은 ‘실천적 몸’ 등으로 나타났다. 본 장에서는 이들의 몸 유형이 표현된 예술 작품을 통해 미학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체험된 몸

메를로퐁티의 몸 미학은 예술세계에서 논란을 일으킨 주제였으며 현상적이고 존재론적인 사고와 추상을 지향한 금세기 전환기의 지적 경험을 종합하는 새로운 아방가르드였다(M. Lee, 2012). 메를로퐁티는 특수한 공간에 있는 몸의 움직임이 지각 경험을 재규정한다고 보았다. 즉 움직이는 몸은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지각경험이 다르게 느껴지고 바라보는 사물의 형태가 변형되어 다르게 현출된다는 것이다(Lee, 2017).

이러한 주체의 몸의 경험에 의한 ‘체험된 몸’에 따라 드러나는 대상의 탈고정화는 입체주의 예술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다. 메를로퐁티의 몸 미학과 관련된 최적화된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아비뇽의 처녀(Les Demoiselles d'Avignon), 1907」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전통회화에서 중요시된 원근법을 무시하고 사물 형태를 해체하여 기하학적 추상으로 단순화하였다. 특히 몸적 시선은 대상을 다시점(Multiview)에서 바라본 것처럼 다양하게 파편화된 대상들의 면이 중첩되어 전체 통일을 이루며 평면 속에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Fig. 1>. 이러한 아방가르드한 창조 원리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파편적으로 나열하는 미니멀리즘 예술을 탄생시켰다(M. Lee, 2012).

<Fig. 1>

Pablo Picasso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Beth Harris & Steven Zucker, 2015)

메를로퐁티는 예술에서 원근감의 해체 현상들이 환상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직접적인 대상을 지향하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대상이 여러 면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Lee, 2017). 예술에서 현상학적 경험은 몸과 대상이 분리되었다고 보는 이원론을 극복하고 작품은 더 이상 완결된 의미를 지닌 즉자적 존재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 놓인 몸적 시선(몸의 움직임)에 따른 시점의 변화에 매순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상호소통적 관계에 놓인다(Jung & Park, 2012; Yang & Lee, 2021). Yang & Lee(2021)가 지적한 것처럼 세계(대상)와의 상호얽힘(교차)에 놓인 ‘체험된 몸’은 항상 시공간의 시점에 따라 의미가 창조되며 본질은 변화에 열려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서 세계를 향해 탈고정화된 몸으로 간주될 수 있다.

2. 통제된 몸

푸코가 모든 권력은 도처에 존재하며 권력은 모든 사회관계에 존재한다고 보았던 것처럼 권력은 예술이라는 문화를 통하여 시대를 떠나 사회 곳곳에서 각각 정치적 이미지화가 되어 나타난다(Jeong, 2018). 푸코의 권력으로부터 저항 메시지는 여성주의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여성주의자들은 전통적 육체양식을 유도하는 훈육적 관행에 저항하고 고정화된 이상적인 몸을 변형, 왜곡하는 작업을 통해 탈신체화 시킴으로써 여성의 환상적 외피를 거부하였다.

여성주의자인 샌드라 리 바트키(Sandra Lee Bartky)는 여성의 육체를 평가하는 사회적 규범들이 어떻게 여성의 몸을 억압해왔는지 분석한 후 훈육적 관행을 통해 ‘이상적인 여성성은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고 이렇게 미시권력의 시선으로부터 내면화된 여성성을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Choi, 2016). 바트키가 견지하는 ‘훈육적 규범’에 의해 이상적인 여성미로 고정된 ‘육체적 양식’의해체는 현대 패션에 투영되어 패션의 사실적 형태 왜곡과 파괴를 통한 탈고정화, 탈신체화의 특성으로 나타난다. 현대패션에서 몸을 은폐하거나 분할, 구속하는 형태, 그리고 왜곡과 변형은 이상화된 몸에 대한 양식의 거부(저항)인 동시에 인간의 몸을 해방하고자 하는 시도로 파악될 수 있다(Lee & Kim, 2002; Yim, 2007a).

권력에 의해 통제된 몸에 대한 사회적 저항(고발)을 드러내는데 최적화된 예술은 신체미술에서 찾아 볼 수 있다(Huh & Geum, 2004). <Fig. 2>는 1960년대 말 등장했던 신체미술 중에 제인 알렉산더(Jane Alexander)의 「정육점 소년들(Butcher Boys), 1985」이라는 작품인데, 사회비판적인 이 작품은 모더니즘적 남성들이 만들어낸 힘(권력)을 상징하는 몸을 조롱하듯 그들의 몸을 그로테스크하게 모델링하였다. 신체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남성권력이 작동하는 사회를 은유적 표현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몸의 사실적 형태의 파괴는 인간의 몸을 인간과 동물의 이종적 결합으로 혼종시킴으로써 시각적으로 성적 정체성을 모호하고 불확실한 신체공간으로 변형하여 억압되고 소외되고 숨겨야만 했던 몸성을 탈신체화시켜 버린다.

<Fig. 2>

Jane Alexander 'Butcher Boys'(1985) (Mickelson, 2020)

3. 파생된 몸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에서 소비대상으로서 몸의 원본은 사라지고 실재의 몸보다 더 실재 같은 새롭게 창조된 몸의 시뮬라이크르(이미지)가 더 실재적인 힘을 갖는다고 보고, 재현된 몸은 그 절대적 의미는 사라지고 기호로서 몸의 이미지는 차별적으로 물신적 스타일로 소비되며 이렇게 소비사회에서 물신숭배되는 대상으로서 몸은 경쟁적으로 욕망과 환상을 쫓는다고 하였다. 새롭게 창조된 파생실재로서 몸은 실재에 이미지 가상성이 개입하여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펼친 수 있는 공간이 된다(Jeong & Kim, 2013; Kim, 2008; Kwon, 2016).

이러한 소비사회의 몸과 관련된 물신적 기호의 세계가 개입된 최적화된 예술 작품은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장롱속의 철학(La philosophie danslex boudoir), 1947」을 꼽을 수 있다<Fig. 3>. 이 작품에서 표현된 몸 이미지는 실재화 과정에서 주관적 감정이 이입되는 추상의 단계로 시각적 조작이 이루어진 새롭게 창조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파생된 몸은 특히 소비사회에서 물신화된 이상적 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해학적으로 표현해 낸 것으로 보인다. 「장롱속의 철학」이미지를 보면 감추어져야 할 물신화된 여성의 몸과 복식을 결합하여 두 사물을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시켰다. 이렇게 몸에 대한 재현을 조작하고 몸의 실재성을 해체하여 새롭게 창조된 몸 기호는 엉뚱하고 기발하면서도 페티시적 환영을 일으킨다. 성적 대체물로서 페티시한 잠옷, 하이힐과 같은 소비의 기호로서 물신화된 복식을 패러디하고 차용하여 몸과 연결시킴으로써 여성의 몸도 복식과 함께 물신화되어버린다. 그러나 잠옷과 하이힐 같은 일상적 오브제를 신체의 특정부위와 합성되고 조작되어 새롭게 창조된 몸은 물신화된 이상적 몸이 아닌 파생된 실재이므로 절대적 의미가 사라진 탈의미화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Fig. 3>

René Magritte ‘La Philosophie Danslex Boudoir' (1947) (Preziosi, 2009, p. 312)

4. 실천적 몸

슈스터만은 예술도 개선적인 삶의 예술로서 고려될 때, 다문화적 이해의 관념이 ‘자기 스타일화’의 기획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믿었다. 예술에서 자기 스타일화는 비범한 예술적 천재의 아우라가 있는 삶보다는 삶의 구체적인 현장에서 ‘생생한 활동’을 통해 얻어진 ‘살아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이러한 생생한 활동은 삶의 현장에서 일을 완수함으로써 진정한 만족감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Chung, 2015; Huh, 2005). 그가 추구한 삶을 위한 예술의 지향성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일상적 삶에서 경험된 대중예술에 맞닿아있다. 슈스터만이 말한 실천적 몸은 순수예술 영역을 넘어서서 일상에서 저급하다 치부되어온 대중문화의 긍정적 활성화를 통해서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타자와의 합일을 욕망하는 몸주체를 지향한다(Shusterman, 2012). 예컨대 대중예술로서 컨트리 음악은 계보학적으로 흑인 음악 등의 다원적 문화에 맥이 닿아 있으며, 내용에 있어서도 잃어버린 순진무구함, 붕괴된 가치, 배반의 사랑, 낙담한 희망, 인생의 실패,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상실에 대한 보편적 실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심원한 공동체적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Shusterman, 2012).

슈스터만의 몸 미학은 휴머니즘 이후 인간의 실존과 실제적 삶에 관한 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의 철학적 지향점과 일맥상통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서구를 기준으로 한 인간, 백인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동물, 자연환경, 생명 없는 로봇이나 사이보그까지도 같이 고려하려는 휴머니즘적 인간의 겸손한 태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Shin, 2020). 포스트휴머니즘의 몸주체는 근본적으로 타자를 지향함으로써 제기되는 ‘윤리적 장소(ethical site)’이기 때문에 타자성(인간/동물/기계)이 융합된 몸주체는 자신의 실존을 경험함으로써 진리신체로 거듭나게 된다. 분리된 입장들은 서로 공존하고 공생하는 상황을 드러냄으로써 어떤 진실한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Lee, 2018). 즉 몸은 타자성이 가시화되는 장소로서 그 자체가 윤리적 장소다. 따라서 포스트 휴머니즘과 슈스터만의 ‘타자성’은 나와 다름을 받아 들이며 인정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배려(care)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 다원론적 관점에서 타자와 공생하는 몸주체와 관련있는 예술장르는 포스트휴머니즘 예술까지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작품은 행위예술에서 신체와 기계의 결합한 사이보그 퍼포먼스를 시도했던 스텔락(Stelarc)의 「제3의 손(Third Hand), 1996」을 꼽을 수 있다<Fig. 4>. 사이보그 신체인 ‘제3의 손’을 자신의 몸에 장착하여 진행된 이 퍼포먼스 작품은 배와 다리의 근전도(EMG)신호에 의해서 작동하는 ‘제3의 손’과 양쪽 손을 사용해서 ‘EVOLUTION(진화)’이라고 쓰는 행위예술이다. 스텔락은 미래에는 인간의 사유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러한 과정이 인간의 진화의 진정한 길임을 주장한다(Lee, 2018). 이 작품은 인간-기계간의 잡종 기획을 통해 인간적인 에이전트와 시스템 사이의 경계를 없앴다. 또한 신체와 자아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타자와의 상호작용, 공생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몸(감각)의 확장을 보여준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Fig. 4>

Stelarc ‘Third Hand’(1996) (C. Lee, 2012)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탈현대적 후기구조주의와 실용주의 시각에서의 몸 미학의 유형이 표현된 예술작품을 통해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전자는 해체되고 탈결합되어 새롭게 재구성되어진 탈고정화된 몸, 탈신체화된 몸, 탈의미화된 몸이라면 후자는 타자와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면서 개성을 살리는 공생의 열려있는 긍정의 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상으로 ‘몸’ 미학의 유형이 표현된 예술작품을 통해 도출된 미적 특성을 요약하면 <Table 2>와 같다.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the Body in Contemporary Art


Ⅳ. 현대패션에서 나타난 패션화된 몸의 미적 특성

몸 미학에서 도출된 미적 특성은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 실재의 저항성, 페티시적 유희성, 휴먼적 다원성 등으로 귀결되었다. 이를 토대로 현대패션에서 나타난 패션화된 몸의 미적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1.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

메를로퐁티의 지각주체로서의 몸은 객관적 대상이 아닌 주변세계와 상호관계 속에서 ‘체험된 몸’이다. 여기서 드러난 특징은 특수한 공간에 있는 몸의 움직임이 지각경험을 재규정하여 몸주체와 주변사물의 키아즘이라는 관계 속에서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지각경험이 다르게 느껴지고 바라보는 사물의 형태가 변형되어 다르게 현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험된 몸’에 따라 드러나는 대상의 탈고정화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사물 형태를 해체하여 기하학적 추상으로 단순화시킨 입체주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표현되었는데, 특히 몸적 시선은 대상을 다시점에서 바라본 것처럼 다양하게 파편화된 대상들의 면이 중첩되어 3차원적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체험된 몸’ 미학의 주요한 특성은 몸의 움직임이 대상과 상호얽힘을 통한 지각경험을 재규정함으로써 드러난다. 몸주체는 의미본질의 변화에 열려 있으며 새로운 가능성의 존재로서 탈고정화된 몸이며, 몸적 시선은 다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파편화된 추상적 형태의 중첩(교차)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미적 특성을 종합하면 기하학적 형태가 추상적으로 상호 관계함으로 표현되는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의 미적 특성은 파편적인 몸(대상)의 정체성들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들의 반복적인 배열과 이들이 서로 얽히고 중첩되어 공간성을 이루며, 모호한 환영이 제거된 미적 실루엣을 창조한다. 따라서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은 파편화된 몸들의 상호얽힘으로 정형화된 기하학적 형태들이 추상적으로 배열되어 서로 관계성을 이루면서 중첩되고 교차되어 3차원적 공간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미적 특성은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종이의상<Fig. 5>에서 엿 볼 수 있다. 패브릭 테이프를 기하학적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덧대어서 제작한 화이트 재킷은 몸을 중심축으로 한 가닥의 종이테이프를 서로 대칭적으로 교차하고 중첩시킴으로써 파편조각처럼 연출하여 기하학적, 추상적 형태를 통한 3차원적 공간성이 표현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특성은 빅터앤롤프(Victor & Rolf)의 캔버스 프레임 스커트<Fig. 6>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스커트 주름을 구겨지고 산산 조각난 파손된 그림 액자를 모티브로 표현하였는데, 이러한 아트워크적 스커트에서 기하학적 형태가 반복적으로 겹쳐져서 입체적인 공간성을 보여준다. 세일러 스트라이프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점퍼 수트<Fig. 7>는 어깨가 날카로운 모서리 구조의 작살소매가 특징적인데 두쌍의 기하학적 도형이 서로 대칭으로 교차하고 어깨의 모서리에서 공간성을 연출하며 몸의 파편화를 보여준다. <Fig. 8>의 와타나베(Junya Watanabe)의 패치워크를 활용한 그래픽적 원피스도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에 의한 몸의 해체를 엿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형태의 도형들이 중첩되고 얽히고 설켜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여 표면에서 공간으로 마샬링(marshalling; 변환)되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며, 특히 다양한 크기의 원형들이 볼륨감을 부여함으로써 무한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Fig. 5>

Issey Miyake 2011 F/W (Vogue, n.d.-a)

<Fig. 6>

Viktor & Rolf 2015 F/W (Vogue, n.d.-b)

<Fig. 7>

Jean Paul Gaultier 2019 S/S (Vogue, n.d.-c)

<Fig. 8>

Junya Watanabe 2015 S/S (Vogue, n.d.-d)

2. 실재의 저항성

푸코의 권력대상으로서의 몸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통제된 몸으로 훈육된 관행에 의해 조작된 육체양식의 거부와 몸에 가해진 권력의 방식에 대한 저항은 이상적인 여성미로 고정된 몸을 변형, 왜곡하는 작업을 통해 탈신체화시킴으로써 여성의 환상적 외피를 거부하는 여성주의자들에게 투영되었다. 이러한 ‘통제된 몸’에 따라 드러나는 몸의 탈신체화는 신체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남성권력이 작동하는 사회를 은유적 표현으로 저항하는 신체예술 「정육점 소년들」에서 잘 나타난다.

‘통제된 몸’ 미학의 주요한 특성은 훈육된 권력의 담지체인 이상화된 몸에 대한 저항적 기제로서 드러난 몸은 전통적인 육체 양식을 해체하고 성(性)의 불명료성으로 몸을 하나의 구조물로 인식하고 비정형적인 신체로 나타난다. 복식의 형태는 왜곡, 변형시킴으로써 몸을 은폐하거나 분할, 구속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며 Yim(2007a)은 이것을 이상화된 몸에 대한 양식의 저항인 동시에 통제된 몸을 해방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미적 특성을 종합하면 ‘실재의 저항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실재의 저항성의 미적 특성은 성의 구분을 모호하도록 성적 이미지가 부재된 형태, 즉 성적부위로 인식되는 신체 일부의 크기를 변형시킨것이 아니라 몸 형상 자체를 변형시킴으로써 탈신체화 표현방식으로 성을 불분명하게 한다. 패션에서 실재성 파괴는 몸의 사실적 의미를 감추고 과감히 확대하여 몸의 실재성을 은폐하고 비정형화된 기형적 형태를 통해 권력에 체화된 이상적인 미를 해체시킨다.

<Fig. 9>는 거대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맥시멀한 드레스로 몸의 실재성이 파괴된 탈신체화 특성을 보여준다. 흰색의 보자기를 자유로운 크기로 오브제화하여 신체에 불균제적으로 콜라주하고 과도하게 부풀려서 신체를 변형시킴으로써 성 이미지가 부재된 탈신체화 경향이 나타난다. <Fig. 10>은 마치 비너스 조각의 황금비율을 해체해 버린 듯한 부조화스러운 오버사이즈 드레스인데 암홀이 생략되어 어깨를 구속시키고 이상적인 신체 비율이 해체된 기형적 형태의 실루엣에서 이상화된 몸의 실재성이 파괴되어 보인다. <Fig. 11>은 몸통 아래에 통통한 패딩 백과 그 위에 마치 거미줄같이 거즈천으로 덮은 비대칭 드레스로 몸의 실재성이 해체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무질서하게 위치시킨 패딩 백과 그 위를 덮은 천의 불규칙함과 충돌하여 불협화음의 비정형화된 실루엣은 탈신체화를 극대화시킨다. <Fig. 12>는 모델의 얼굴을 완전히 감싼 변형된 코쿤 실루엣의 파란색 꽃무늬 원피스로 몸의 이상적 실루엣은 물론 얼굴까지도 볼 수 없게 은폐시키고 몸 자체의 형태를 불분명하게 하여 성적 이미지가 부재된 탈신체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Fig. 9>

Comme des Garçons 2015 F/W (Vogue, n.d.-e)

<Fig. 10>

Comme des Garçons 2017 F/W (Vogue, n.d.-f)

<Fig. 11>

Rick Owens 2018 S/S (Vogue, n.d.-g)

<Fig. 12>

Hussein Chalayan 2020 S/S (Vogue, n.d.-h)

3. 페티시적 유희성

보드리야르의 소비기호로서 몸은 소비대상으로서 물신화된 몸이며 물신화된 몸은 파생실재로서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힘을 갖는 가상이 개입된 이미지로 이렇게 시각적 조작이 개입되어 새롭게 파생된 몸은 그 절대적 의미는 사라지고 소비기호로서 욕망과 환상을 쫓는 탈의미화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파생된 몸’에 따라 드러나는 몸의 탈의미화는 소비사회에서 물신화된 이상적 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초현실주의 작품 「장롱속의 철학」에서 잘 나타난다. 잠옷과 하이힐 같은 일상적 오브제를 신체의 특정부위와 합성되고 조작되어 여기서 창조된 몸은 물신화된 이상적 몸이 아닌 파생된 실재이므로 절대적 의미가 사라진 탈의미화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파생된 몸’ 미학의 특성은 몸에 대한 비판적 기제로 물신화의 대상으로서 파생실재적 몸을 페티시적 환영을 일으키는 대상으로 패러디하고 차용하여 비일상적 몸으로 치환한다. 이러한 미적특성을 종합하면 ‘페티시적 유희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페티시적 유희성은 에로틱한 신체 일부나 상징적인 물건을 유희적으로 모방하고 차용함으로써 신체를 이러한 디자인에 통합시켜 해체시켜 버린다. 이러한 특성은 현대패션에서 물신적 대상으로서 육체적 이미지를 패러디하고 도외시되었던 도착적 성을 인간성의 일면으로 인정받게 하는 중요한 테마로 활용되고 있다. Yang & Lee(2020)에 의하면 페티시는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성적 대체물을 말하며, 대부분 대상은 여체 또는 여성 의류에 관련된 것이며 긴 머리카락, 발, 입술 같은 선정성을 유발시키는 신체 부위를 대상물로 패러디하여 즐거움, 쾌락의 코드와 결합하여 ‘페티시적 유희성’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Fig. 13>은 신체의 성적 부위를 연상시키고 성적 대체물인 입술을 키스, 하트 등의 모티브로 상징화하여 특정 부위에 위치시킴으로써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킨다. <Fig. 14>에서도 페티시적 유희성이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는데, 거대한 하트 선물상자를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하여 페티시적 환영을 일으키는 몸으로 치환하여 일상적 몸을 해체시킨다. <Fig. 15>는 해군복에서 영감을 받은 블루컬러의 재킷과 소녀 얼굴을 형상화한 미니스커트로 구성된 페티시한 룩으로, 특히 유머러스한 스커트는 특정한 신체 부위인 얼굴과 머리카락 오브제가 차용되어 다리 라인의 에로틱함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Fig. 16>의 드레스는 현대 소비사회의 이상적인 몸을 조롱하는 듯이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고 선정성을 유발시키는 여성의 나체 형상을 유머러스한 몸 형상으로 차용하여 이상적 몸을 해체시킨다.

<Fig. 13>

Agatha Ruiz de la Prada 2009 F/W (Elle, n.d.-a)

<Fig. 14>

Agatha Ruiz de la Prada 2017 F/W (QUANJEL, 2017)

<Fig. 15>

Castalbajac 2010 S/S (Elle, n.d.-b)

<Fig. 16>

Thom Browne 2018 S/S (Vogue, n.d.-i)

4. 휴먼적 다원성

슈스터만의 실천주체로서의 몸은 몸과 마음이 연결된 내면의 살아있는 아름다움을 실행하는 실천의 장으로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면서 개성을 살리는 몸이며 문화적 다원성과 타자성이 중시하는 몸과 마음이 통합된 열려있는 몸, 즉 소마라고 할 수 있다. 슈스터만이 추구한 삶을 위한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일상적 삶에서 경험된 대중예술에 맞닿아있으며, 휴머니즘 이후 인간의 실존과 실제적 삶에 관한 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 철학과 맥락적으로 유사성을 갖는다. 따라서 일상성이 녹아있는 대중예술 뿐만 아니라 신체와 자아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타자와의 상호작용, 공생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몸의 확장을 보여준 행위예술 「제3의 손」에서 잘 나타난다. 이러한 ‘실천적 몸’에 따라 드러나는 몸의 타자성은 편견, 다름, 불평등 같은 인간 내면에 잠재하는 부정 의식을 해체하고 타자와 다름을 인정하며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면서 개성을 살리는 공생의 열려있는 긍정의 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천적 몸’ 미학의 주요한 특성은 일상적 삶에서 소외된 타자와의 합일을 욕망하는 몸주체를 지향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의 문화를 균형 있게 다루는 문화다원론의 시각에서 개인과 더불어 공동체의 가치를 살리는 실천적인 몸을 긍정하며 휴머니즘에 기반 한 윤리적 장소로서 몸은 인간의 실존적 삶과 연결된다. 이를 종합하여 도출된 미적 특성을 ‘휴먼적 다원성’으로 간주하였다. 이상적 몸에 대한 기준은 각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날씬하고 젊은 몸, 건강한 몸, 섹슈얼한 몸을 강조하는 등 몸에 대한 요구는 달랐고 미디어의 발달은 이상적 몸에 관한 고정관념을 심화시켰다. 그러나 다문화 이해라는 타자성과 휴머니즘이 결합된 ‘휴먼적 다원성’은 타인의 시선, 획일화된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타자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시선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며, 나아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만큼 타인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다양성과 다름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형화된 미대신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면서, 신체 콤플렉스를 당당히 드러내어 자기 정체성을 찾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미적 특성은 현대패션에서 ‘이상화된 몸’으로부터 소외되어왔고, 일반적인 신체 조건에서 벗어난 몸을 포용함으로써 배려와 휴머니즘이 부재된 이상화된 몸을 해체시킨다.

<Fig. 17>의 검은 안경, 모피 코트, 펜슬 스커트를 착용한 주름진 은발의 시니어 모델은 여성 모델의 이상적 몸의 고정관념을 깬다. 문화와 여가를 즐기며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액티브한 노년층을 대변해 주며 실천적 몸을 지향하는 몸 긍정주의 반영으로 휴먼적 단원성이 표출된다. 또한 패션 내에서 자기 신체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몸 긍정의 메시지는 <Fig. 18>과 <Fig. 19> 같이 런웨이에서 전형적인 모델 체형에서 벗어난 장애인이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 등 패션의 일부가 된 적이 없는 몸을 참여시킴으로써 패션영역에서 기존의 규격화된 미의 표준을 해체시키고 있다. <Fig. 20>은 남성 모델이 가죽 미니스커트를 착용하여 기존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Gender binary)을 벗어난 논바이너리(Non-binary)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사회로부터 소외된 성 소수자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다양성과 다름을 수용하는 휴먼적 다원성이 내포되어 있다.

<Fig. 17>

Vetements 2017 F/W (Vogue, n.d.-j)

<Fig. 18>

Chromat 2019 F/W (Vogue, n.d.-k)

<Fig. 19>

Versace 2021 S/S (Vogue, n.d.-l)

<Fig. 20>

Art School 2021 S/S (Vogue, n.d.-m)


Ⅴ. 결론

본 연구는 몸 인식론의 변화를 통해 몸과 합일된 패션의 현상을 이해하고자 후기구조주의 철학자인 메를로퐁티, 푸코, 보드리야르 등과 실용주의 철학자인 슈스터 만의 몸 미학 특성을 토대로 현대패션에 나타난 패션화된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몸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후기구조주의 ‘지각주체로서의 몸’, ‘권력대상으로서의 몸’, ‘소비기호로서의 몸’과 실용주의의 ‘실천주체로서의 몸’ 나누어 살펴본 결과, 몸 미학의 유형은 ‘체험된 몸’, ‘통제된 몸’, ‘파생된 몸’, ‘실천적 몸’으로 대별되었으며 이러한 몸 유형을 예술작품을 통해 도출한 미적 특성은 크게 몸의 해체성과 몸의 타자성으로 구분되었다. 몸의 해체적 특성은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 실재의 저항성, 페티시적 유희성으로, 몸의 타자성은 휴먼적 다원성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현대패션에 나타난 ‘패션화된 몸’의 미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체험된 몸’ 미학에서 도출된 기하학적 공간의 추상성은 고정화된 몸을 탈고정화시키기 위한 패션화된 몸의 해체이다. 다양한 기하학적 도형들을 대칭적으로 혹은 불균제적으로 반복 배열하고 이것들이 상호 관계성을 이루며 추상적 파편 조각들을 중첩시키고 교차하여 부피감을 줌으로써 3차원의 공간성으로 표현된다. 현대패션에서는 패브릭을 파편조각처럼 기하학적 추상적 형태를 서로 대칭되도록 교차하고 중첩시킴으로써 3차원적 공간성을 표현한다. 파편화된 기하학적 도형들이 반복적으로 겹쳐져서 입체적인 공간성을 부여하며 서로 다른 형태의 도형들이 중첩되고 얽히고 설켜서 무한한 공간감을 부여함으로써 패션화된 몸을 해체시킨다.

둘째, ‘통제된 몸’ 미학에서 도출된 ‘실재의 저항성’은 이상화된 몸에 대한 저항으로서 패션화된 몸의 해체이며 훈육된 권력의 담지체인 이상화된 몸을 향한 저항적 기제다. 드러난 몸은 전통적인 육체 양식을 해체하고 성의 불명료성으로 몸을 하나의 구조물로 인식하고 비정형적인 신체로 나타난다. 현대패션에서는 옷을 과도하게 변형, 왜곡하여 신체비율이 해체된 불규칙하고 기형적 형태의 실루엣으로 인간의 환상적 외피를 탈피하는 탈신체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상화된 몸뿐만 아니라 얼굴과 몸통을 모두 은폐시켜 성적 이미지가 부재된 불명료함으로써 패션화된 몸을 해체시킨다.

셋째, ‘파생된 몸’ 미학에서 도출된 ‘페티시적 유희성’은 물신화된 몸의 탈의미화를 표현하기 위한 패션화된 몸의 해체다. 몸에 대한 비판적 기제로 물신화의 대상으로서 파생된 몸을 패티시적 환영을 일으키는 대상으로 패러디하고 차용하여 비일상적 몸으로 치환한다. 페티시적 유희성은 에로틱한 신체 일부나 상징적인 물건을 유희적으로 모방하고 차용함으로써 신체를 해체시킨다. 현대패션에서는 페티시적 환영을 일으키는 머리카락, 입술, 얼굴, 가슴, 배 등과 같은 에로틱한 신체 일부나 성적 소비기호로서 상징적인 물건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하고 이를 오브제로 콜라주하여 비일상적 몸으로 치환시킴으로써 패션화된 몸을 해체시킨다.

넷째, ‘실천적 몸’ 미학에서 도출된 ‘휴먼적 다원성’은 일상적 삶에서 소외된 타자를 포용하고 문화다원론의 시각에서 개인과 더불어 공동체의 삶의 가치를 살리는 일상적 몸을 긍정한다. 휴머니즘에 기반 한 타자,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의 상호소통과 공존을 통한 인간의 실존적 삶으로서 패션화된 몸의 해체다. 한편으로는 패션쇼에서 서로 다른 연령, 성별, 사이즈, 장애를 가진 모델들을 등장시켜 인류 화합의 모습을 통한 다양성과 다름을 수용하는 배려의 미학으로서 패션화된 몸을 확장시킨다. 특히 보수적인 패션산업에서 ‘패션화된 몸’과 어울러서 일상적 삶이 녹아있는 실천적 몸을 수용하는 것은 몸 철학에 대한 인식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현대패션에서 몸 미학이 반영된 패션화된 몸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몸의 해체성이 반영된 현대패션은 몸의 외피라고 할 수 있는 패션의 탈고정화, 탈신체화, 탈의미화를 통해 패션화된 몸을 해체시킨다면 몸의 타자성이 반영된 현대패션은 편견, 다름, 불평등 같은 인간 내면에 잠재하는 부정 의식을 해체함으로써 패션화된 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확장시킨다. 패션에서는 후자가 몸과 마음이 결합된 몸주체, 즉 소마로서 패션화된 몸의 진정한 탈중심화로 이해할 수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현대패션에서 패션화된 몸의 새로운 기제로서 나타난 ‘소마’ 현상에 대한 본 연구는 포스트휴먼시대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상호간 소통할 수 있는 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확장으로 패션의 미학적 외연을 넓히고 아울러 패션의 몸 담론으로 정립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9S1A5B5A07093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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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Pablo Picasso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Beth Harris & Steven Zucker, 2015)

<Fig. 2>

<Fig. 2>
Jane Alexander 'Butcher Boys'(1985) (Mickelson, 2020)

<Fig. 3>

<Fig. 3>
René Magritte ‘La Philosophie Danslex Boudoir' (1947) (Preziosi, 2009, p. 312)

<Fig. 4>

<Fig. 4>
Stelarc ‘Third Hand’(1996) (C. Lee, 2012)

<Fig. 5>

<Fig. 5>
Issey Miyake 2011 F/W (Vogue, n.d.-a)

<Fig. 6>

<Fig. 6>
Viktor & Rolf 2015 F/W (Vogue, n.d.-b)

<Fig. 7>

<Fig. 7>
Jean Paul Gaultier 2019 S/S (Vogue, n.d.-c)

<Fig. 8>

<Fig. 8>
Junya Watanabe 2015 S/S (Vogue, n.d.-d)

<Fig. 9>

<Fig. 9>
Comme des Garçons 2015 F/W (Vogue, n.d.-e)

<Fig. 10>

<Fig. 10>
Comme des Garçons 2017 F/W (Vogue, n.d.-f)

<Fig. 11>

<Fig. 11>
Rick Owens 2018 S/S (Vogue, n.d.-g)

<Fig. 12>

<Fig. 12>
Hussein Chalayan 2020 S/S (Vogue, n.d.-h)

<Fig. 13>

<Fig. 13>
Agatha Ruiz de la Prada 2009 F/W (Elle, n.d.-a)

<Fig. 14>

<Fig. 14>
Agatha Ruiz de la Prada 2017 F/W (QUANJEL, 2017)

<Fig. 15>

<Fig. 15>
Castalbajac 2010 S/S (Elle, n.d.-b)

<Fig. 16>

<Fig. 16>
Thom Browne 2018 S/S (Vogue, n.d.-i)

<Fig. 17>

<Fig. 17>
Vetements 2017 F/W (Vogue, n.d.-j)

<Fig. 18>

<Fig. 18>
Chromat 2019 F/W (Vogue, n.d.-k)

<Fig. 19>

<Fig. 19>
Versace 2021 S/S (Vogue, n.d.-l)

<Fig. 20>

<Fig. 20>
Art School 2021 S/S (Vogue, n.d.-m)

<Table 1>

Philosophical Perception of the Body

Philosophical Perception of the Pody
Division 20th Century Post-structuralism 21th Century Pragmatism
Body
Philosopher
Maurice Merleau-Ponty Michel Foucault Jean Baudrillard Richard Schusterman
Body Discourse The Body as a Perceptive Subject The Body as an Object of Power The Body as a Consumer Sign The Body as a Practical Subject
Characteristics of Body Philosophy Phenomenological Perspective Sociopolitical Perspective Socio-Economic Perspective Sociocultural Perspective
-Establishing the concept of the body as a subject of perception rather than a subject of consciousness
-‘Experienced-Body’: Refusal to objectify the body
-Finding the essential meaning of existence through chiasme (interlocking)
-A docile body controlled by a social system in which microscopic powers operate
-‘Controlled-Body’: Rejecting the body embodied in power
-Resistance to idealized body styles manipulated by discipline practices
-The fetishization of the body as a sign of consumption
-Body image as a consumption object worshiped by fetishes(simulacre)
-Hyper-Reality: A newly created image without an original that has more real power than reality
-‘Derived-Body’: A newly created body deconstructed of meaning
-‘Practical Body': The body as a field of practice
-Improvementist worldview reflected
-Soma with body and mind integrated
-Emphasis on cultural pluralism and otherness: A ‘practical body’ that preserves individuality while oriented toward community life
-Ethical consciousness that considers individuals and communities
Body Aesthetic Type Experienced-Body Controlled-Body Derived-Body Practical Body

<Table 2>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the Body in Contemporary Art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the Body in Contemporary Art
Division Deconstruction of the Body Body Otherness
Body
Philosopher
Maurice Merleau-Ponty Michel Foucault Jean Baudrillard Richard Schusterman
Body Aesthetic Type Experienced-Body Controlled-Body Derived-Body Practical Body
Characteristics of Body Aesthetics Cubism/ Minimalism Body Art Surrealism Hyper realistic body: A virtual body image that has more real-world power than the real one Popular Art/Posthuman Art
-De-fixation of the essence of meaning according to the change in the viewpoint of the body experienced through mutual entanglement with the world(chiasme)
-The body gaze overlaps (intersects) fragmented abstract forms as if looking from multiple perspectives
-Eliminate ambiguous illusions
-The dissolution of the idealized body style manipulated by microscopic power: Atypical body as a disciplined practice
-The body as a visualized place for the human/animal hybridization of body art: The obscurity of sex due to the dissolution of the body
-A newly created body through deconstruction
-Parody and borrowing with the body as an object that creates a fetish illusion
-A place where otherness becomes visible with the body experienced in everyday life
-Pursuing the body subject that desires to unite with the alienated other
-The body as a cultural pluralistic ethical place
-Affirmation of popular art experienced in everyday life
-Connected to posthumanism as a matter of human existence and life through interaction and coexistence with others
Aesthetic Characteristics Abstract of Geometric Space Resistance of Reality Fetishistic Playfulness Human Plur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