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0, No. 3, pp.132-147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Jun 2020
Received 31 Mar 2020 Revised 22 May 2020 Accepted 23 May 2020
DOI: https://doi.org/10.7233/jksc.2020.70.3.133

사극 영화 「역린(逆鱗)」의상 디자인 과정의 재매개(Remediation) 방식 연구

임정미 ; 이종훈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패션디자인전공 강사
대덕대학교 연극영상과 조교수
Applying the Remediation Method to the Design Framework in Historical Film: 「The Fatal Encounter
Leem, Jeong Mee ; Lee, Jong Hoon
Lecturer, Dept of Fashion Design, College of Arts, Chung-Ang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Theater and Film, Dae-duk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Lee Jong Hoon, e-mail: leelim3@naver.com

Abstract

Historical dramas set in Korea have developed into K-content that the world is paying attention to. Historical dramas have a dichotomous structure, combining history and drama; but recently, they have been reborn as a form of complex media content called convergence historical drama. In this study, historical dramas are recognized as content that is set against the backdrop of history and intended to faithfully reproduce the clothing of the time. Historical drama costume design has evolved from a modified form of traditional costumes, to serve as an important visual medium for conveying information about the character, situation, etc. This paper uses Jay David Bolter and Richard Grusin’ remediation, theory of visual media to create a framework of creativity to understand the process of costume design in the Korean historical film 「The Fatal Encounter」. The design framework was presented in the form of representation, Absorption, refashion, Extension, which are remediation. It hope that this will help in the field of Korean traditional costumes research for K contents.

Keywords:

absorption, extension, historical drama, refashion, remediation, representation

키워드:

흡수, 확장, 사극, 개조, 재매개, 재현

Ⅰ. 서론

2000년대 초에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대장금(MBC, 2003)을 시작으로 최근의 킹덤(Netflix, 2019)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은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로 발전하였다. Kim(2002)에 따르면 사극은 ‘Historical Drama’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로서의 사극은 ‘역사’와 ‘드라마’의 접합인데, 역사가는 전자의 관점, 제작자는 후자의 관점에 치우쳐 평행선을 유지한다 설명한다. 사극은 역사와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오늘날에는 역사와 드라마가 융합하여 복합적 미디어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Lee & Kang(2011)은 2000년대 이후 사극은 다양한 장르간의 융합이 가속화되었는가 하면 역사적 사실이나 고증에 얽매이지 않고 창조적인 상상력과 역사적 재해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하였다. 이렇듯 사극의 텍스트는 포스트모던의 흐름이 반영되어 역사를 재현하는 고증의 부담에서 벗어나 풍부한 상상력에 기반 한 드라마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극을 위한 여러 가지 장치 즉 의상이나 소품, 무대세트 등은 고증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상도 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이나 환타지 영화 등의 영향으로 고증이나 극적 장치로서 역할과 무관한 무분별한 디자인의 의상이 사극에 등장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들은 콘텐츠에 극적 요소로 작용하는 의상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나 중요성의 간과에 따른 결과들이다. 그러나 영상콘텐츠의 산업적 성장과 완성도에 대한 관객의 눈높이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연구의 축적이 필요한 시기이다.

본 연구에서는 사극을 기존의 이분법적인 가치판단 기준에 따른 역사와 드라마의 단순한 결합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를 배경으로 현재적으로 재현되는 콘텐츠로 인식하고 콘텐츠 창작 요소인 의상 디자인 과정을 분석하고 제시하고자 한다.

의상은 사극의 시간적 배경을 구현하는 장치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사극 안에서 과거의 시공간을 현대에 실재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미디어가 사극 의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의상은 등장인물의 다양한 상황을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한다. 본 연구에서는 사극 의상의 미디어적 속성에 주안점을 두어 디자인 과정을 연구하고자 한다.

McLuhan(2007)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주장으로 미디어 개념을 확장하였으며, 의복을 인간과 외부를 연결시키는 미디어로 정의하여 복식의 개념과 디자인 연구의 장을 확장시켰다. Bolter & Grusin(2006)은 McLuhan의 연구를 근거로 재매개(remediation)란 하나의 미디어가 내용과 형식 차원에서 다른 미디어의 테크놀로지, 표현양식, 사회적 관습 등을 답습, 개선, 개조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재매개 과정은 비매개(Immediacy)와 하이퍼매개(Hypermedia)가 공존하여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그 사이에 재현, 개선, 흡수, 개조, 확장 등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였다.

재매개 이론을 의상디자인과 연계한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Yoon(2013)은 패션분야에서 패션광고사진에 나타난 재매개화의 미적 특성을 연구하였다. 미디어로서의 의복의 속성에 주목하여 디자인 과정의 상호 관계성을 재매개 이론으로 설명한 Kim & Kang(2012)의 연구가 있다. 사극 관련 연구로, TV사극 드라마의 디지털 이미지가 재매개 과정을 거치면서 하이퍼리얼리티를 형성하는 과정에 관한 Lee(2009)의 연구, 미디어와 텍스트의 상호작용성에 초점을 두고, 텍스트의 내러티브구조와 사회문화적 의미가 재매개 되는 방식을 고찰한 Kim & Kim(2012)의 연구가 있다. 전통 공연 복식에 관한 연구로 Im & Soh(2014)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부각을 위해 전통복식이 강조, 변형, 왜곡의 디자인 개발이 요구된다고 했으나 방법적인 면은 제시하시 못하였다. 이처럼 시각 디자인의 여러 가지 분야에서 디자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사이의 상호 작용 등이 연구되었지만, 복식 분야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등의 창작콘텐츠에 등장하는 의상 디자인 분야에서 복식고증 자료인 올드미디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사극의상 디자인에 대한 연구는 향후의 콘텐츠 의상디자인 방법론의 체계화에 일조를 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국내의 영화나 드라마의 의상에 관한 직접적인 연구는 매우 미진하다. 영화 「역린(逆鱗)」의 경우에도 주제나 플롯전개 캐릭터 등과 같이 전통적으로 영화의 주요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 부분에 대한 연구는 있지만 아직 의상이나 미술에 관한 연구는 없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콘텐츠가 빠르게 산업화 되고 성장하면서 의상이나 세트, 미술 등 시각적 완성도를 좌우하는 영역의 질적, 양적 규모와 완성도가 중요해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서 콘텐츠의 의상에 대한 학문적 탐구와 축적이 산업의 성장에 병행하여 진행되어야하는 과제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본 연구자가 직접 작업에 참여하였던 영화 「역린(逆鱗)」의 의상은 2014년 51회 대종상 영화제 의상부분에 영화 「명량」, 「해적」과 함께 후보에 올랐으며, 2015년에는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서도 의상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비록 의상상을 수상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시각적 미장센을 인정받아 미술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캐릭터의 심리가 묻어나는 묵직한 의상 등 프로덕션 디자인은 신선하고 아름답다’(Yong, 2014), ‘이야기에 못지않게 의상이 주목받은 '역린'의 첫 관람 포인트는 출연진의 옷 색감이다’(Jin, 2014) 등과 같은 호평에서 보듯이 작품의 주제와 캐릭터에 대한 연출의 의도를 반영하면서도 관객의 시각적 유희를 자극할 수 있는 의상디자인이 주목을 받았다. 영화 「역린(逆鱗)」의 의상팀은 고증과 창작의 경계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았다. 이러한 디자인 방향과 방법의 연구는 K-콘텐츠의 대표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극 콘텐츠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사극 의상을 의미 전달의 미디어로 규정하고 볼터와 그루신의 재매개 이론을 창작의 틀로 삼아 사극 영화 「역린(逆鱗)」의 의상 디자인에 적용해 봄으로써 그 디자인 과정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의 범위는 사극 영화 「역린(逆鱗)」의 디자인 과정을 대상으로 하며, 시각 디자인 이론인 재매개 이론을 영화 의상 디자인 과정에 적용하고, 이론 관련 문헌자료, 복식사 자료, 인터넷과 영상매체자료를 사용하여 정리하였다.


Ⅱ. 재매개화 개념 및 특징

1. 재매개화의 개념

Bolter & Grusin(2006)은 ‘새로운 미디어가 앞선 미디어 형식들을 개조하는 형식 논리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어떤 미디어의 경우에 있어서도 ‘내용’은 항상 또 다른 미디어가 된다는 McLuhan(2007)의 연구에 기반 하여 ‘한 미디어를 다른 미디어에서 표상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즉 재매개란 ‘하나의 미디어가 내용과 형식 차원에서 다른 미디어의 테크놀로지, 표현양식, 사회적 관습 등을 재현(representation), 개선(improve)하거나 개조(refashion)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의미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개임과 그래픽, 디지털 사진, 영화, 가상현실, 월드와이드 웹(world wide web), 유비쿼터스(ubiquitous)등이 과거 원근법의 회화, 사진, 영화, TV와 같은 올드미디어들을 변형, 개조하면서 스스로의 문화적 의미를 획득한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과정을 재매개라 명명하였다.

미디어의 시각화 과정 즉 재매개 과정에서 현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담아내는 실재적인 것의 투명한 표현을 비매개라 하고, 현실 불가능한 환상적인 장면을 제공하는 불투명한 표현을 하이퍼매개라 하는데, 비매개와 하이퍼매개는 별도의 구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공명하는 것이다.

한 미디어를 다른 미디어에서 표상하는 재매개현상은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존재해왔으며, 다만 재매개를 기술적으로 용이하게 만드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이 두드러지면서 최근에 이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 간의 재매개가 비매개와 하이퍼매개 사이를 진동하면서 작동하는 과정에 대한 분석은 선행 미디어에 대한 당대 미디어의 개선 또는 개조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Kim & Kim, 2012).

이들을 종합해 보면, 어떠한 미디어든 올드 미디어의 방식을 완전히 지울 수 없음을 말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재현, 개선, 개조, 흡수하여 새로운 것을 표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매개를 사극의상 디자인에 적용해 보면, 사극의상은 주로 두 가지의 이전 미디어를 재매개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사극의 바탕이 되는 역사서술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발표된 사극이나 의상, 시각 매체들이다.

2. 재매개의 특징

Bolter & Grusin(2006)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재매개가 이루어지는 두 가지 논리로 비매개(immediacy)와 하이퍼매개(hypermedi acy)를 제시하고 이를 재매개의 이중논리라고 설명한다.

1) 재매개의 방향

(1) 비매개(immediacy)

비매개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성(transparency) 즉 미디어가 보이지 않음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 목적은 미디어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투명성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눈앞에 있는 미디어를 잊게 하는 것이며, 이로 인한 몰입은 관람자의 현전감을 강화시킨다. Bolter & Grusin(2006)은 선형원근법 회화와 이에 기반을 둔 사진, 영화, 컴퓨터 그래픽을 비매개의 예로 제시하였다. 비매개성은 실재 세계의 물리적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현실과 연속된 공간으로써 리얼리티를 창출하고, 동시에 재현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미디어와 기술의 개입을 은폐시킴으로써 수용자에게 직접경험과 같은 현전감을 제공한다고 하였다. 영상미디어,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이 실제로 수용자에게 현전감을 주기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자해 로케이션 촬영을 하거나 특정 시대의 의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2) 하이퍼매개(hypermediacy)

하이퍼매개는 미디어를 드러내고 강조함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매혹을 표상하는 것으로, 문자 이 외에 그림과 지도 등을 포함하는 중세 채색서적과 버튼과 윈도우로 구성되는 멀티미디어 응용체계가 여기에 속한다.

하이퍼매개는 ‘보는 자에게 미디어를 환기시켜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각적 표상 양식’으로 정의된다. 하이퍼매개성은 리얼리티의 재현에서 재매개화 과정을 분명하게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보다 충만한 현존감과 현실 세계에서 성취 될 수 없는 환상의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 준다. 하이퍼매개는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이 보여 주는 다중성과 이질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비매개와 마찬가지로 하이퍼매개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세 채색서적, 르네상스 제단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바로크 장식장, 모더니스트콜라주와 사진 몽타주는 하이퍼매개의 논리를 보여 주는 역사적 사례들이다. 비매개 논리가 서구적 표상에서 특히 르네상스 이후 모더니즘의 출현까지 지배적이었다면, 하이퍼매개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2차적 위상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퍼매개가 때때로 비매개에 대한 욕망을 인정하기도 하고 동시에 공격하기도 하면서 이 두 가지 논리는 공존해 왔다.

비매개적 매체와 하이퍼매개적 매체는 대립 혹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서로 재현, 인용, 차용, 융합된다고 하고, 역사적 선후관계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올드 미디어도 뉴미디어를 차용하여 변화 할 수 있다. 이렇게 재매개화의 과정은 다양성을 가지고 이루어진다(Boter & Grusin, 2006).

2) 재매개의 표현 방식

Boter & Grusin이 제시한 재매개화의 표현방식은 재매개화의 외적특성으로 재현성, 흡수성, 개조성, 확장성으로 분류하여 정리할 수 있다(Yoon, 2013). 본 연구에서는 Boter & Grusin의 재매개 표현 방식의 구분에 따라 사극의상의 디자인 과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재현성(Representation)

재현성은 기존 미디어의 표현상의 특성을 그래도 반영하여 그 형태를 복원하여 나타내는 특성을 의미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기존 미디어와의 경험으로 인해 익숙함을 갖으며 미디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해 과정의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을 갖는 다. Boter & Grusin(2006)은 재현성이란 실재 세계의 물리적 공간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성취된다고 설명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에서부터 오늘날 컴퓨터 그래픽까지 이르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구현되었다(Yoon, 2013).

극의 의상 디자인에서 재현의 방식은 역사적 사실의 고증이나 관람자들에게 익숙한 디자인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식은 관람자들을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시대적 배경으로 쉽게 진입시킬 수 있으며,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색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2) 흡수성(Absorption)

흡수성이란 미디어가 미디어나 기술의 개입을 은폐하거나 삭제함으로써 수용자에게 매개되지 않은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입된 미디어와 기술은 현실감의 강화를 가져와 이미지의 리얼리티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갖게 한다.

흡수성의 방식은 다른 미디어의 의미나 이미지를 참조하면서도 전체 시대배경에서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사극 의상 디자인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캐릭터의 구축이나 사건의 의미 강화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극적 몰입을 강화할 수 있다.

(3) 개조성(Refashion)

개조성은 하나의 미디어 장르의 형식이나 속성을 차용하여 다른 미디어에서 재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자는 두 미디어를 비교하면서 익숙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경험하고, 테크놀로지를 통한 발전된 표현의 형태는 실재하는 일상의 결점을 개선하여 완벽한 대안적 세계를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적절한 사실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독창적인 작품의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성격, 의미 등을 부각하는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

(4) 확장성(Extension)

확장성은 개입된 미디어와 기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진보된 표현 형태를 강조한다. 확장성은 실현 불가능한 모습을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완벽히 그려내어 수용자에게 다중적이고 개방된 이해과정을 유도한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창조하고 현실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판타지를 표현하며 실재 세계의 재현을 넘어서 개념적일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사극 의상 디자인에서는 극적 환상성을 확보하고, 관람자들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극이라는 환성의 세계를 진입할 수 있게 한다. 현실이나 사실에 기반을 두지는 않지만 개별 사극의 독창적인 예술적 확장을 만들어 내고 작품성을 확보하며, 더 나아가 창의적 작품세계를 구축한다.


Ⅲ. 사극 영화 <역린(逆鱗)>의 의상 디자인 과정

1. <역린(逆鱗)> 시대적 배경과 시놉시스

영화<역린>은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 즉위 초기, 홍씨 일파의 정조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다. 정조 1년(1777년) 7월~8월 정조의 침전 존현각에 괴이한 흉적들이 침입한 사건 정유역변(丁酉逆變)의 역사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창작하였다. 형식적인 면에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정통사극 형식을 차용하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24시간이라는 표현으로 역사적 상상력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

당파의 세력다툼이 극심하던 시기에 왕위에 오른 정조는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고 그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 상책갑수는 이러한 정조의 곁을 지킨다. 노론 최고의 수장인 정순왕후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으로 정조를 압박해 들어가고, 정조의 친모인 혜경궁은 아들 정조의 안위를 걱정해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낸다. 구선복 장군을 필두로 한 노론의 사주를 받고 정조를 죽이려 하는 암살배후 광백은 왕의 신임을 얻게 된 갑수와 조선최고의 살수인 을수 그리고 세답방 나인 월혜를 수년간의 잔인한 방법으로 길러낸다. 그러나 정조의 신뢰와 신임으로 마음을 바꾼 갑수, 을수, 월혜는 정조를 구내해고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2. <역린(逆鱗)>의 의상 제작 콘셉트

영화<역린>은 제 51회 대종상 영화제 미술상수상작으로, 의상을 비롯하여 시각적인 디자인의 수준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영상 이미지를 회화작품처럼 재창조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가 연관된 이전 콘텐츠들의 연구를 통해 창작하였다.

영화<역린>은 ‘역사를 공간과 미술, 의상, 무술을 통해 재해석’한다는 평가를 받았다(Jang, 2014). 역사의 기록을 재매개 하여 여러 시각적 장치들을 연출의 의도에 따라서 새롭게 창작하였다는 평가이다. 작품의 여러 미장센은 임금의 암살이라는 어두운 사건의 분위기를 생성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향한다. 공간의 경우에 살수의 공간과 정조의 공간 존현각이 공통분모를 가지며 사건과 캐릭터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그리고 ‘살수가 강을 건너는 장면은 황천강을 건너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주요한 사건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컨셉은 의상 컨셉에도 반영이 되었다. 정통사극 형식을 갖춘 상상력 기반의 가상현실이라는 영화의 콘셉트에 맞추어, 조선시대 전통 의상의 형태는 그대로 두면서 기존의 틀을 깨는 컬러와 소재를 사용하며, 전체적인 그림의 균형미를 위해 컬러의 사용을 절제하고, 인물의 입체화를 위해 안감, 겉감에 다른 원단과 컬러를 사용하였으며, 이색적인 소재사용을 통해 상징성과 디테일을 살리는 것으로 하였다.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고증의 측면에서는 검소함을 추구한 당시의 정책을 반영하였다. 1749년(영조 25) 영조가 어사 박문수(朴文秀)에게 명하여 ≪탁지정례(度支定例)≫에 이어 국혼정례(國婚定例)가 작성되었는데, 당시의 대소혼의(大小婚儀)가 사치부화(奢侈浮華)에 흘러 예물기용(禮物器用)에 많은 비용이 허비되는 것을 보고, 이 폐단을 시정하여 국민의 결혼비용 지출을 절감시킬 목적으로 편찬하였다(Son & Kim, 1982).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하여 궁중의상의 기품 있고 중후하지만 동시에 검소한 이미지도 함께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컨셉을 설정하였다. <Table 1>은 극중 전체 인물의 목록, 특징, 복식의 종류를 정리한 것이다.

Characters Description and Item of Costumes in History Drama 「The fatal encounter」


Ⅳ. 사극 영화 역린 의상 디자인 과정의 재매개 방식

본 연구의 대상인 사극영화 「역린(逆鱗)」의 의상 디자인 과정에 창작의 틀로 적용된 재매개의 네 가지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지면상의 한계로 <Table 1>에서 제시하는 인물 중 주요 인물의 디자인 과정만을 제시하였다.

1. 재현성(Representation)

재현성은 기존 미디어의 표현상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그 형태를 복원하여 나타내는 특성을 의미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기존 미디어와의 경험으로 인해 익숙함을 갖으며 미디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해 과정의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을 갖는다. <Fig. 1>는 중요 민속 문화재 제 103호 전(傳) 왕비당의(傳王妃)로 추정되는 1800년대의 복식으로 컬러와 형태, 비율, 길이 80cm정도, 좁은 소매와 완만한 배래, 흰색 거들지가 특징이다. <Fig. 2>은 극 중에 구현된 정순왕후의 의상으로 조선시대 왕실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인 어깨와 가슴에 보가 달린 녹당의와 붉은색 치마이로 <Fig. 1>의 형태와 디테일을 재현하였다. <Fig. 4>은 올드미디어와 흡사하게 재현하였다. <Fig. 3>은 을수의 평상복으로 소색 도포와 갓을 쓴 모습으로 조선 중, 후기 양반 복식의 재현이다. 시기와 신분이 유사한 <Fig. 4>는 하남시 춘궁동 이연응(1818~1879)묘 출토복식을 참조하여 넓은 소매통과 컬러, 깃, 동정의 모양을 재현하였다.

<Fig. 2>, <Fig. 4>와 같이 기록이나 유물 등의 구체적인 올드 미디어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디자인하는 방법은 영화 안에서 사극으로서의 안정감을 가지게 하는 기능을 한다. 관람자들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역사적 시대에 대한 익숙함을 활용한 디자인을 통하여 관람자들은 작품의 시대배경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다. <Table 2> 는 재현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제시한 표이다.

Representation

2. 흡수성(Absorption)

흡수성의 방식은 주로 캐릭터의 성격과 특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사용하였다. 작품의 시대배경에 크게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극 중의 인물을 부각하는 효과를 목적으로 하였다. 기술의 완벽함으로 인위적 개입을 잊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리얼리티를 믿게 하는 것으로 의상으로서 내적 정서를 가진 완벽한 인물을 형상화하였다.

<Fig. 6>의 혜경궁 홍씨는 무한한 모성애의 상징이며 동시에 온화한 성품의 왕후임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문양을 사용한 유럽의 로코코 시대의 로브아라프랑세즈<Fig. 5>를 재매개화 하였다. 당의의 꽃문양 사용 여부 보다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 부합하는 환상적 이미지에 주목하였다.

<Fig. 8>의 철릭 입은 정조의 의상은 <Fig. 7> 은 프랑소와즈 1세의 위풍당당한 기마자세의 올드미디어를 재매개화 함으로써 위풍당당하고도 긴밀한 작전 수행을 위해 달려가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조선왕조실록사전에 의하면 ‘왕의 철릭은 곤룡포의 색상과 통일하며, 다홍색 철릭에 오조룡 흉배를 달았으며, 국상 중에는 참포에 해당하는 융복을 입었다’고 하였다. 정조의 기마장면을 위한 철릭에는 기존의 다홍색을 대신하여 홑겹의 흑색노방을 사용하고 정교한 주름을 잡은 후 은박 장식을 하고, 곤룡포 위의 용보 보다는 작은 크기의 오조룡보를 장식하고, 주름 자락에 옆트임을 주어기마 시 철릭의 주름이 기동성 있으면서도 우아하게 휘날릴 수 형태의 의상을 디자인 하였다.

흡수의 방식은 수용자가 의상이 고증에서 벗어남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인물의 성격이나, 장면의 아름다움에 몰입하여, 이미지의 리얼리티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 <Table 3>은 흡수 방식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이다.

Absorption

3. 개조성(Refashion)

개조의 방식을 활용한 디자인은 사극 의상이라는 형태적인 면의 신뢰는 유지하면서도 의상으로서 캐릭터의 성격 또는 특별한 장면의 의미 등을 부각하는 효과를 가지게 하는데 에 사용되었다.

<Fig. 11>의 소색 곤룡포는 팩션 사극에서도 전무후무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사극의 곤룡포는 주로 다홍색을 사용하였다. 역린에서는 영조 승하 후 즉위 1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선왕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참최(斬衰)를 착용하였을 것으로 예상하고 참최의 색을 개조하여 곤룡포를 제작하였다. 또한 <Fig. 9>나폴레옹이나, <Fig. 10> 의 덴마크 왕의 대관식에서 입은 백색 의상의 이미지를 재매개하여, 형태는 곤룡포의 형태이나 소색을 사용하였으며, 실크와 울이 혼합되어 강렬한 질감을 가진 원단으로 곤룡포를 제작하였다. 완성된 곤룡포 위에 거친 면사를 사용하여 한땀 한땀 스티치 장식을 하여, 정조의 검약한 생활, 상중의 슬픔, 노론과의 대치상황에서의 고독함을 표현하였다. 이 디자인에 사용된 올드 미디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나 유럽 왕의 복식 형식을 차용하여 개조한 예이다.

정순왕후는 노론의 수장으로 정치적 욕망, 권세와 능력을 가지면서도 나이 어리며 여성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배우의 작은 체구와 여린 선 안에 감춰진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서 의상 안에 여러 가지 요소를 혼합시켜야만 했다. <Fig. 14>은 상복을 입은 모습으로, 여성성과 정교함을 드러내기 위하여 남편 영조의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삼베대신 고운 모시를 사용하였으며, 장의(葬衣)는 몸의 형태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당의 형태로 디자인 하였다. 또한 <Fig. 12>, <Fig. 13>의 안데르센의 동화<빨간 구두>의 욕망을 가진 여성성과 그의 욕망을 대변하는 빨간 구두를 재매개화 하였으며 이는 사회적 인식을 시각 이미지인 의상 디자인으로 재매개화 한 예로 볼 수 있다. 빨간색 무지기 속치마라는 인위적 시각 장치의 개입을 통해 수용자가 익숙함, 낯설음을 경험하면서 또한 정조와 대척점인 정순왕후의 성격을 완벽하게 이해하도록 의도하여 디자인 하였다.

<Fig. 16>의 홍원삼도 궁중 예복으로서의 기능보다는 권력과 욕망의 컬러 레드의 상징성을 개조하여 제작되었다. <Fig. 15>의 알렉산더 맥퀸의 2008년 F/W작품 중 하나로 강렬한 레드컬러에 실크를 사용하여 위용 있는 분위기를 창조한 올드미디어를 사용하였는데 이를 개조하여 원삼의 형태를 가지나 소배부분의 배색과 백색 한삼을 강렬한 검은색 배색과 붉은색 한삼으로 개조하여 디자인 하였다. 거칠게 직조된 로우실크(Row silk)를 사용하여 그녀의 권세와 야욕을 표현하였다.

개조의 디자인 방식은 고증의 방식에서 벗어나 디자인의 독창성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지며, 캐릭터의 성격을 부각시키거나 시각적 특별함을 가지게 한다. 형태적 익숙함과 소재나, 컬러의 낯설음을 동시에 느끼게 하면서도 시각적인 완성도를 가지는 특징을 지닌다. <Table 4>는 개조방식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이다.

Refashion

4. 확장성(Extension)

확장성의 방식을 활용한 디자인은 주로 역동적인 액션과 스펙타클을 보여주는 남성 인물들의 의상에 적용하였다. 선이 굵은 남성의 대결과 무술 등의 장면에서 환상성을 배가 시킬 수 있는 효과를 목적으로 적용하였다.

<Fig. 18>홍국영과 <Fig. 19>구선복의 갑옷이다. 이들은 조선시대 융복과는 완전히 이질적인 소재의 가죽, PVC소재 의상을 제작하였다. 이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게임, <Fig. 17>영화 반지의 제왕 중 갑옷이라는 올드 미디어를 극중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고 장면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확장하여 재매개 하였다.

<Fig. 21>은 을수와 정조의 대치장면이며 <Fig. 22>은 을수가 자객으로 변신한 장면이다. 을수는 원래 정조암살을 목적으로 키워진 인물이지만, 정조를 죽여야 하는 자와 살려야하는 자의 이중성을 감성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성격이다. 이를 위해 의상으로 우수에 찬 자객을 멋스럽게 표현해야 했다. 시각적으로 멋있는 자객의 이미지를 위해 <Fig. 20>어세신 크리드 게임(Assassin Creed game)의 자객 이미지를 재매개하였다. 을수는 검은색 직령과 중치막, 답호를 겹쳐 입었는데, 가죽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거친 느낌과 면과 인조가죽 원단을 겹쳐서 그 위에 칼자국으로 찢어진 효과를 살린 긴 답호 형태의 겉옷을 착용하였다. 또한 을수가 클로즈업 되었을 때 다층적인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서, 제작된 의상 위에 유성물감을 이용하여 유화를 그리듯 중복된 터치를 만들었다. 이로써 중치막을 입은 조선시대의 중인의 느낌보다는 우수에 찬 자객으로의 이미지로 확장 하였다.

<Fig. 24>정순왕후의 목욕 장면에서 입은 의상은 고증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디자인 기획단계에서 극의 배경이 정조 1년임으로, ‘정조실록(正祖實錄) 7卷3年2月에 사치 금제령이 내려진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정하였다(Chung, 2003). 정치적 욕망에 사로잡힌 최고 권력가의 극도로 화려한 생활을 표현하기 위해 <Fig. 23>로브가운을 재매개화 하여 극도의 판타지를 표현하였다.

수용자는 조선시대 의상이 아닌 게임이나 영화미디어에서 익숙해진 의상의 형태로 재매개 된 의상을 통해 환상적인 전투 장면을 경험하였으며 이를 통해 판타지의 세계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Table 5>은 확장의 과정을 보여준다.

Extension


Ⅴ. 결론

본 연구에서는 체계적인 의상 디자인 방법론을 탐색하고자 Boter & Grusin(2006)의 재매개 이론을 디자인 방법론으로 적용하여 사극 의상의 디자인 과정을 제시하였다. 사극 의상이 고증의 결과물로만 디자인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한복의 디자인 영역으로 보아서 이전 미디어를 재매개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하나의 창작 작품 속에서 작품의 세계와 등장인물을 구축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창작물인 사극 의상에는 극중 인물의 성격과 상황 등을 전달하는 미디어적인 속성이 극대화 되어 반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매개화의 방식인 재현, 흡수, 개조, 확장을 고찰하고, 이러한 방식이 보여 지는 디자인 과정을 제시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재현성은 기존 미디어의 표현상 특성을 반영하여 그 형태를 복원하여 나타내는 특성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기존 미디어와의 경험으로 인해 익숙함을 갖으며 미디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해 과정의 어려움이 없는 시각적 효과를 가진다.

극중에서는 정순왕후, 을수 의상에 재현 방식 디자인을 함으로써, 의상은 관객에게 조선 정조1년 시대를 신뢰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재현의 방식은 사극의상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의 고증에 가까운 의상을 제작하였으며, 이는 수용자에게 시대적 배경을 인지시키고 드라마의 사실성에 대한 동의를 얻게 의도하였다. 즉 재현의 방식은 의상으로 사극 영화에 안정감을 가지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둘째, 흡수성이란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나 기술의 개입을 은폐하거나 삭제함으로써 수용자에게 매개되지 않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입된 미디어와 기술은 현실감의 강화를 가져와 이미지의 리얼리티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갖게 한다.

극중 혜경궁홍씨 당의, 정조의 기마장면 철릭 의상은 흡수의 방식을 적용하였다. 수용자는 인물의 성격을 전달하는 꽃무늬 당의나, 역동적인 기마 장면에 사용된 철릭이 고증과는 일치하지 않더라고, 그러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미지의 리얼리티에 대한 신뢰를 가진다.

셋째, 개조성은 하나의 미디어 장르의 형식이나 속성을 차용하여 다른 미디어에서 재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자는 두 미디어를 비교하면서 익숙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경험하고, 테크놀로지를 통한 발전된 표현의 형태는 실재하는 일상의 결점을 개선하여 완벽한 대안적 세계를 제공한다.

극중 정조의 백색 곤룡포, 정순왕후의 상복 안에 입은 붉은색 무지기치마, 그리고 붉은색 한삼을 달은 화려한 원삼은 일정부분 고증에 바탕을 둔 형태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정순왕후의 강렬한 성격 표현, 정조의 고뇌에 찬 성격 표현을 위하여 의상에 있어 익숙함과 낯 설음 속에서 극적 몰입을 강화하도록 개조하였다.

넷째, 확장성은 개입된 미디어와 기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진보된 표현 형태를 강조한다. 확장성은 실현 불가능한 모습을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완벽히 그려내어 수용자에게 다중적이고 개방된 이해과정을 유도한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시, 공간을 창조하고 현실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판타지를 표현하며 실재 세계의 재현을 넘어서 개념적인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극중 정조와 대척점에 있는 노론수장 구선복의 위세 등등한 갑옷, 정조를 죽이려는 을수의 게임 캐릭터 같은 의상, 정순왕후의 서양식 베쓰가운 등은 고증과는 거리가 멀지만 의상을 통해 실현불가능한 판타지의 세계로 극을 확장시켜 나갔다.

디자인의 개발 중 조선시대 의복을 디자인 하는 과정에 해외 사례를 올드미디어로 선정하여 재매개한 경우는 고증보다는 극적 효과를 위한 입체적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해외의 자료들을 활용하였다. 첫째, 역사화와 인물에 대한 시각적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국내의 사정을 극복하려는 창작 과정의 방법이었다. 둘째, 작품의 연출 방향과 미장센의 효과적인 창작을 고려하였다. 다양한 국내외 사진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성격과 극적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외국자료, 외국의 영화 장면 등이 올드미디어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사극의 의상디자인이 고증에 매몰되지 않고 역사라는 고증자료와 작품의 연출방향과 미장센의 창작이 조화를 이룬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재매개 방식을 창작의 틀로 디자인 된 사극 영화 「역린」의 의상 디자인 과정을 제시 하였다. 사극의 이분법적 구조의 한 축인 고증의 과정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의 장이 펼쳐지는 판타지의 축이 공명하는 재매개의 틀은 디자인의 과정을 정리 하는데 에 효과적이었다. 사극 의상의 과정이 반드시 이러한 틀을 가지고 디자인 되는 것은 아니지만, K콘텐츠가 주목받는 시점에 창작자의 일원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의상의 디자인에 관한 이론을 도입하여 디자인 과정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사극의 의상 디자인을 비롯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K콘텐츠를 위한 의상 디자인 연구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개별사례에 그치고 있어서 체계적인 디자인 방법론의 일반화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적인 작업들에 대한 정리와 분석들 포함한 연구들이 향후의 연구과제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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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Characters Description and Item of Costumes in History Drama 「The fatal encounter」

Characters Name of actor Key word of Feature Item
king Jung Jo Hyun Bin Upright and frugal king Gonryongpo(袞龍袍), Iksunkwan(翼善冠), Yoongbok(戎服), Jeonlip(戰笠) Chamchoi(斬衰)
Gapsu Jung Jae Young Royal officer Hwankwanbok(宦官服), Dopo(道袍), heuklip(黑笠), costumes for assassin
Eulsu, Jo Jung Suk Assassin, Upper class, Dopo(道袍), heuklip(黑笠), costumes for assassin
Jungsunwanghu Han Ji min Noron, political desire Confrontation with King Jeongjo Dangui(唐衣), Wonsam(圓衫), Chamchoi(斬衰), Robe Gown
Hyegyeonggung Kim Sung Ryung Warm-hearted mother Dangui(唐衣)
Hong Kuk young Park Sung Woong Captain of KeumWiYoung Yoongbok(戎服), Jeonlip(戰笠) Gabot (甲胄)
Goo Sun Bok Song Young Chang Noron, Captain of Uyuongchung Confron tation with KingJeongjo Yoongbok(戎服), Jeonlip(戰笠) Gabot (甲胄)
An Kuk Rea Lee Do Gyeong Eunuch Hwankwanbok(宦官服)
Gwang Beak Cho Jae Hyun The forces behind the assassins Costumes of humble man(襦, 袴)
Kang wol Hye Jung Eun Chae court lady Nainbok(內人服), hat&scarf, costumes for assassin
Ko Su Ae Seo Yi Sook court lady Gungyuibok(宮女服)
Choi Se Bok Kim Min Jae double agent Dopo(道袍), heuklip(黑笠)
Kang Yong Hui Kim Dae Myung officer Yoongbok(戎服), Jeonlip(戰笠) Gabot (甲胄)
Hong Sang Bum Kim Ju Wan fficer Yoongbok(戎服), Jeonlip(戰笠)
Bok Bing Yoo Eun Mi Assist court lady Nainbok(內人服)
The Little JeongJo Koo Seung Hyun Crown prince Gonryongpo(袞龍袍)
little Gapsu Sung Yoo Bin Begger, eunuch Beggar's coat, Hwankwanbok(宦官服)
assassins A number of people Upper class, assassin Dopo(道袍), heuklip(黑笠), Assassin's outfit
Military officers of KeumWiYoung A number of people A close aide to King Jeongjo Yoongbok(戎服), Jeonlip(戰笠)
Military officers of Uyuongchung A number of people the opposition of King Jeongjo Yoongbok(戎服), Jeonlip(戰笠)
Ladies attendant in Sedapbang of the palace A number of people Assist court lady Nainbok(內人服), frugal uniform
Ladies attendant in the palace for jungsoonwanghoo A number of people Court lady Nainbok(內人服), fancy dress
Ladies attendant in royal kitchen A number of people Assist court lady Nainbok(內人服), frugal uniform

<Table 2>

Representation

Remediation
Remediation of Historical film 「The fatal encounter」 Representation In case the form is restored to reflect the old media characteristics.
Build trust through familiarity with inmates
Old Media New Media

<Fig. 1> Dang-ui (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n.d.)

<Fig. 2> Jungsunwanghu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3> Dopo, 19c (Gyeonggi Province Museum, n.d.)

<Fig. 4> Eulsu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Table 3>

Absorption

Remediation
Remediation of Historical film 「The fatal encounter」 Absorption •Forget artificial intervention with the perfection of technology and believe in the reality of fantastic images
Old Media New Media

<Fig. 5> Robe A–La Francaise (Agefotostock, n.d.)

<Fig. 6> Hyegyeonggung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7> François Ier en habit à l’italienne (Communaute-tradition-equestre-francaise, n.d.)

<Fig. 8> Jeongjo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Table 4>

Refashion

Remediation
Remediation of Historical film 『The fatal encounter』 Refashion •Comparing the two media, experiencing familiarity and unfamiliarness at the same time, and developing forms of expression through technology
Old Media New Media

<Fig. 9> Jérome Bonaparte (Akgimage, n.d.)

<Fig. 10> Coronation of Christian VIII of Denmark, from a Contemporary Engraving, 1840 (Pinterest, n.d.-a)

<Fig. 11> Jeongjo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12> The Red Shoes Bookcase (Amazon, n.d.)

<Fig. 13> Red Shoes (Pinterest, n.d.-b)

<Fig. 14> Jungsunwanghu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15> Alexander Mcqueen, 2008 F/W Collection (Woddisreviews, n.d.)

<Fig. 16> Jungsunwanghu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Table 5>

Extension

Remediation
Remediation of Historical film 『The fatal encounter』 Extension •Unrealizable spectacle, unexperienced fantasy expression
•Offers conceptual reality beyond real-life
•Improves immersion through the mixture of strangers and familiarity
Old Media New Media

<Fig. 17> Armor in Film 「Lord of the Rings」 (Jackson, 2001)

<Fig. 18> GooSunBok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19> HongGukYoung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20> Assassin Creed in Game (Fandom, n.d.)

<Fig. 21> Eulsu with Jeongjo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22> Euls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

<Fig. 23> Bath Robe (Pinterest, n.d.-c)

<Fig. 24> Jungsunwanghu in Film 「The Fatal Encounter」 (Lee,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