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9, No. 1, pp.127-140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Jan 2019
Received 15 Dec 2018 Revised 09 Jan 2019 Accepted 10 Jan 2019
DOI: https://doi.org/10.7233/jksc.2019.69.1.127

아르데코 패션에 나타난 도가적(道家的) 패션미학

정호진 ; 간호섭
홍익대학교 대학원 디자인공예학과 의상학전공 박사수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
Taoistic Fashion Aesthetics in Art Deco Fashion
Hojin Jung ; Hosup Kan
Ph.D. Candidate, Dept. of Fashion design, Hongik University
Professor, Dept. Textile ArtㆍFashion Design, College of Fine Art, Hongik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Hosup Kan, e-mail: hosupkan@hongik.ac.kr

Abstract

This research is the way in which the Art Deco period reflects the Aesthetic in Taoism and verify that the Art Deco fashion represent the Taoistic physical and spiritual world view. The research demonstrates that the Art Deco style from the interaction Taoistic artistic spirits occurring a century ago and suggests another view of analyzing Art Deco fashion.

The research through fashions in 1920s and 1930s when Art Deco style flourished and the methodology includes both literature search and case study. Reviewing related books, relics and preceding researches, I described the concept and origins of Art Deco, defined the concept and scope of the modernism and concluded that the Aesthetics of Art Deco connects to the Taoistic philosophy.

The Art Deco style which widely flourished between World War 1 and World War 2 was actively accepted among styles which were broad and diverse due to the historical reasons of the time. The Art Deco style was the major design trend in European and American art and architecture for 10 years between two World Wars. The name "Art Deco" has been used since 1960s when the style was first revived. Art Deco style was known as the Modern style in its golden days in 1920s and 1930s.

The practical, broad and popular style spreaded to every life in European countries especially in France, focusing on the practical aspect rather than the aesthetic aspect. The decorative art movement succeeding and developing Art Nouveau style when the massive system evolved began at the international exhibition held in Paris in 1925 and reached its zenith at the time when it widely spreaded in various ways influencing as far as America.

The art trend in Europe becoming popular in the 20th century such as Jugendstil in Germany, Art Nouveau in France, Modern style in UK and De Stijl in Netherlands have a common feature as follows. Since text, painting and graphic designs are created in one decoration, literature and formative art are combined in the new way and are given as a decorative totality which cannot be separated to spectators and readers. In this period, the art feature of the turning point of a century transcending the nation used decoration as the universal means of forming organized totality. The decoration combined individual, the power and strength of lines embedded in the Taoistic art around Japan motivated the European art creating the new aesthetic. The aesthetic of line existing in Japanese art was enough arise the new awareness of the beauty for the Western artists of the time and provides the recognition of returning to the nature to the Western people losing the humanity in the industrial society which are exactly the same as the Taoistic art spirit.

Art Deco means the practical, broad and popular style focusing on the practical aspect rather than the aesthetic aspect, and many scholars define the "simple and functional articles" of the Art Deco style as modernism. Modernism is the cultural variant secondarily created by the introduction of value of relative philosophy of the Eastern culture into the West. In addition, modernism makes the expression by the means of reduction. The purpose of expression of the design aims to the immaterial, paradox and converging properties which can be explained with the Taoistic worldview.

Keywords:

aesthetics, Art deco, fashion, modernism, Taoism, worldview

키워드:

미학, 아르데코, 패션, 모더니즘, 도가, 세계관

Ⅰ. 서론

아르데코 양식은 모든 디자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1920년대와 1930년대를 폭넓게 아우르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양식으로 정착하였다. 수공예적 가치에 주목하여 곡선적 선율의 표현을 강조하는 아르 누보 양식과는 대조적으로 아르데코는 예술과 공업 생산을 결합하여 미술과 공예의 대중화를 통해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명료하고 단순한 형태와 컬러의 아르데코 디자인은 세계대전을 치르며 지쳐왔던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미학적 관점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아르데코 양식의 시대정신은 기존의 익숙하고 낡은 양식을 새롭게 탈바꿈하여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양식 즉 모더니즘이었다. 아르데코 양식을 추구하던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것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창작의 원동력으로 동양적 영감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당시 서구 예술계를 자극하던 새로운 미학은 동양적 예술정신인 도가 사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아르데코 시대의 모더니즘이 동양적 세계관을 담아내는 방식을 고찰하고 아르데코 패션이 동양의 물질적, 정신적 세계관 표현하고 있음을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 한 세기 전에 동양과 서양의 예술정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아르데코 양식으로 꽃피워졌음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아르 데코 패션을 분석하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 범위는 아르데코 양식이 꽃을 피운 1920년대부터 1930년대의 패션으로 하였고, 연구 방법은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였다. 패션서적, 미술 전문서적, 미학 및 예술학 서적, 철학서적과 선행연구를 통하여 아르데코의 개념과 형성 배경을 서술하고, 모더니즘의 개념과 범위를 정리하여 아르데코의 모더니즘이 동양사상과 닿아 있음을 도출하였다. 이를 토대로 극동아시아의 지배적인 사상인 도가 사상을 고찰하고 예술적 특성을 고찰하였다. 이러한 특성을 분석틀로 삼아 공신력 있는 패션전문 사이트와 국내외 미술관 사이트에서 수집한 사진자료, 미술ㆍ패션 서적을 통해 수집한 사진자료를 통합하여 사례연구를 하였다.


Ⅱ. 일반적 고찰

1. 아르데코의 형성배경

1) 아르데코의 개념

아르데코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5년 파리 박람회였다. 아르데코는 특정한 스타일을 지칭하기보다는 파리박람회가 지향하던 ‘모던한’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대변하는 용어였다(Heide and Gilman, 1991). 1920년대 아르데코 예술은 곧 ‘모던’, ‘모더니즘’ 등의 낱말들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데코 양식의 총 집결지라고 할 수 있는 파리박람회는 프랑스를 가장 ‘모던’한 나라로, 또 ‘모던’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프랑스의 우위성을 보여주기 위해 개최되었다(C. Benton, T. Benton and Wood, 2003). 아르데코의 정신은 낡고 익숙한 것을 새롭게 활용하고 변화시킨 현대인 정신을 대변하는 새로운 양식이었다.

아르데코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20~1930년대에는 Modem Style로만 알려졌던 아르데코 양식은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식예술운동(Decorative Art Movement)으로서 유럽과 미국의 예술ㆍ건축을 비롯한 모든 창작 영역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행해지던 아르데코 양식은 중요한 디자인 경향이었다. 속도감에 대한 찬양을 기하학적 모티브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아시아, 이집트, 아즈텍 문화 등 이국적 예술에 대한 열광을 표현하였다(Arwas, 1992). 베비스 힐러(Bevis Heller)는 아르데코를 일컬어 아르누보(Art Nouveau), 입체파(Cubism), 러시아 발레, 바우하우스 등의 다양한 원천에 근거를 둔 절충주의와 고전주의양식으로 대칭과 기하학적 직선이 추요 오브제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아르데코는 철근, 콘크리트, 플라스틱, 유리 등을 재료로 도입하고 기계적 대량생산체제로 디자인을 접목시키려한 운동으로 예술과 공업 및 예술가와 기술자간의 협동을 목표로 한 운동으로 정의 내려지고 있다(Hillier and Escritt, 1997).

미적인 측면 보다는 실용성을 중심으로 하여 광범위하고 대중적 양식을 띠었기 때문에 전 유럽과 미국인들의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여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였던 아르데코 양식은 당대의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예술적 취향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2) 아르데코의 시대적 배경

세계 제1차 대전 이후부터 20세기 초는 인류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들이 연달아 나타난 변혁의 시기였다. 세계 대전과 러시아 혁명이 촉발한 정치적 파장들과 세계 대공황이 야기한 사회적 혼란으로 진보적 역사관에 대두되고, 지식인들은 더욱 첨예화 되었다(Suh, 2006). 현대적인 의미의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고, 공업적 생산방식과 결합한 예술은 가격합리성을 갖추면서 거의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대중적 공예품으로 탈바꿈되고 전쟁으로 지쳐있던 대중들의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상속의 예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르데코 양식처럼 모든 방면에 걸쳐서 대중들의 일상 생활을 장식하고 미적 수준을 높인 양식은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르데코 운동은 미술과 건축 뿐 아니라 실내디자인, 공업디자인, 가구 디자인, 의상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라이프스타일의 디자인 영역을 강력하게 지배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아갔다.

아르데코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동양과 서양의 상호 교류와 영향력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 동양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전제 조건으로서는 다음 세 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첫째로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한 교통수단의 발달로 동서 교류의 활성화, 파리 박람회를 통한 아시아 예술에 대한 관심 고조로 인한 아시아 문학에 대한 번역 작품의 증가와 아시아 공예품의 수입 증가를 들 수 있다. 둘째로 유럽의 정신사적 측면에서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기존 역사주의와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서구인들이 고수해 왔던 서구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회의에서 발생한 서구문화 염세주의(Kulturpessimismus)를 지적할 수 있다. 셋째로 예술사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서양의 사실주의적 화법에 충실한 예술사조의 전통으로부터 탈피하여 참신한 예술 사조를 창조하기 위해 도입한 신비주의 경향, 원시주의(primitivism) 그리고 이국지향성(Exoticism)을 들 수 있다(Jin, 2011).

다시 말해, 아르데코 양식은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요구 속에서 아시아의 영향을 받아들이며 형성되었다. 서구 중심적 가치체계에 대한 자기 반성적 태도, 그리고 예술에 대한 새로운 창작욕구가 이국적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파리박람회를 통한 아시아 문화예술에 대한 호감도 증대와 맞물려 동ㆍ서양의 문화적 융합으로 아르데코 양식이 만들어져 갔다.

2. 모더니즘과 도가적 세계관

1) 모더니즘의 정의와 배경

모더니즘 시기에 대한 의견은 분야별로 조금씩 다르지 대부분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1920년대 중후반부터를 모더니즘 시기라고 말한다(Kim, 2011). 미술사가인 던컨은 아르데코 양식이 외양상의 모순되는 요소들, 다양한 스타일, 규정하기 어려운 범위 등으로 그 원류와 의미. 영향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로 점철되어져왔다고 정의했다. 그러한 주장은 야수파, 러시아 구축주의, 입체파, 데 스틸, 이탈리아 미래주의 등의 다양한 아방가르드 회화 운동과 러시아 발레 등의 익히 알려진 영향들뿐만 아니라, 1922년에 발견된 투탕카멘 무덤으로 인한 이국적 열풍을 배경으로 한다. 던컨은 특히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가봉, 다호메이왕국, 코트디부아르, 가나, 콩가등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유럽의 식민지 영토로부터 수입된 이국적 정취의 물품들이 서유럽으로 흘러들어와 아르데코 양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그는 1925년 파리 장식미술박람회에서 전시되었던 대량생산된 제품들도 아르데코의 범주에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훗날 디자인 분야에서 모더니즘 디자인 이라고 명명한 이러한 소박하고 기능적인 물건들 역시 아르데코의 정의 안에 포함된다.”고 말하며 던컨은 아르데코가 당시 파리지앵의 ‘High style’과 그와 대척점에 있었던 ‘Modernism’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Alastair Duncan, 2003).

일본의 미술사가인 히로유키는 모더니즘의의 조형성과 심플한 아르데코의 경계는 매우 구별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던컨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던컨은 ‘소박하고 기능적인 물건들’로, 히로유키는 ‘모던디자인과 심플한 아르데코의 경계(Hiroyuki, 2003)’를 들며 모더니즘에 대한자신들의 개념을 드러냈다.

2) 모더니즘 속의 도가적 세계관

모더니즘은 동양권의 문화가 지닌 상대적 철학의 가치가 서양에 유입되어 이차적으로 가공된 문화적 변종이라 할 수 있다(Yoo, 2008). 예술사가에 따라 혹은 디자인 분야별로 모더니즘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단순함’이라는 모더니즘 예술의 형태적 공통 특질을 고려해보면 동양적 세계관과의 상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요컨대 모더니즘 예술은 동양으로부터의 문화적 유입이 서양의 사고 변환을 유발하여 태동되었고, 고정적이고 기하학적이던 양적 공간 개념이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조형사상으로 변화하여 형성 되었다.

(1) 소박함과 융합의 세계관

모더니즘은 근본적으로 ‘감소화’를 표현수단으로 삼는다. 형태, 컬러, 재료 등의 절제를 통한 표면적 의미의 감소로 나타나는 최소 형태는 모더니즘 조형물의 공통적인 형태표현이라 할 수 있다(Cho, 2002). 디자인의 단순성은 비물질적 경향으로 합리적 세계관에서 역설적 세계관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또한 외향적ㆍ발산적 세계로부터 내면적ㆍ수렴적 세계로 지향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동양 사상인 노자의 도가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Kim, 2017).

20세기 유럽의 사상가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은 동양사상 중의 하나인 도가사상이다. 독일계 도사상 연구가 크누트 발프(Knut Walf)는 서구인들을 위해서 도가사상에 대한 연구 성과물을 서지학적 관점에서 총정리 한 바 있다. 이것은 서구인에서 끼친 도가사상의 영향이 얼마나 지대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서구인들에서 큰 영향을 주었던 도가사상의 본질이 되는 도의 개념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노자는 도를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는 똑같은 하나이다. 하나는 무형과 유형, 존재와 비존재를 통합한다. 하나는, 그러므로 이원성과 다양성의 통일이다. 그것은 대극이 없는 무한정의 다함없는 하나인 것이다(Chang, 1996).” 다시 말해 노자가 말하는 ‘도’란 만물에 앞서는 존재이며 영원불멸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무’에서 ‘도’의 본질을 찾아내야 하며 ‘유’에서도 ‘도’의 드러남을 보아야 한다. 이러한 도의 순환적이고 유기적인 개념은 거짓이 없고 변하지 않는 자연을 중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노자는 도의 개념을 소박이라는 의미로 표현한다. 소박이란 근본적인 의미는 주조되지 않은 덩어리처럼 단순하고 순수하며 색깔이나 인위가 가해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만물들 속에서 자유롭게 합일을 이루는 세계를 의미하고 각자가 타인과 동화하고 모든 사람이 하나로 더불어 사는 세계이다. 즉 이러한 도의 세계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인 것이다. 즉 인위적으로 일을 완성하려 들지 않는 무위를 통해 자연스러운 것이 지닌 덕성을 깨닫고 우주를 이루는 한 구성 요소인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데 있다. 이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성과 감성 및 모든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어 궁극적으로 인간의 완전한 자유를 성취하려 함을 뜻한다(Jin, 2011). 노자의 도의 개념은 다양성 속에서 일체성, 부분들의 전원성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도는 내재적이면서 초월적이며, 불가분의 것이면서 일체의 이원성과 많음이 그로부터 생성하는 원리로 설명되고 있다.

(2) 빈 공간의 함축적 세계관

모더니즘에서의 ‘빈 공간’은 채움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한 비움을 의미하며 ‘의도적으로 비워진 공간’이고 다분히 내향적이며 목적적이다. 비움은 미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목적 그 자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채움을 허용하려 들지 않는다(Kim, 2017).

모더니즘의 조형예술에서 경계는 비워진 공간을 한정하는 견고한 성격을 지니고, ‘반복’과 ‘여백’의 두 가지 수단을 통해 그 경계를 넘어 확장된다. 반복은 무언가를 나타내는 상관 구도로서의 전체에 예속되는 부분이 아니라 '단지 연속적으로 하나가 하나를 뒤따르는 단순한 순서‘이다. 반복은 부분을 파기하여 전체성을 추구하는 환경적 상황을 이용하여 관찰자로 하여금 주위환경을 의식하게 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만든다. 또한 채움과 비움의 상대적 비례로 만들어지는 여백은 시각의 완충을 통해 공간적 확장을 이룬다(Yoo, 2008).

단순화와 여백의 미를 지향하는 모더니즘 예술은 본질로 회귀하고자 하는 환원주의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노자의 도가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비움으로써 채워서 완성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역설적 세계관은 당시 서구의 전통가치였던 합리적 세계관과 대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빈 공간의 위상에 주목하는 여백의 미학은 비울수록 본연의 진실함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Shin, 2000). 따라서 간소화를 주요 표현 수단으로 하는 모더니즘 조형 예술은 여백의 미학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동양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3) 경계 없음과 확장적 세계관

의상을 비롯한 조형 예술 공간에서 경계는 중요한 형태 구축의 수단이다. 경계는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관점에서 보면 환경을 한정하는 역할이지만,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관점에서라면 공간의 확장을 이루는 수단이 된다(Kim, 2017).

도가 철학에서는 가장 큰 것은 경계의 의미가 없다고 하였다. 경계가 없으면 공간을 구분하거나 지각하지 못하게 되지만 무한히 확장되는 환경성을 지닌다. 20세기 초반 유럽 지성인들의 의식구조에 깊이 영향을 주었던 동양적 자연관은 인간의 조화에 대한 도가적 세계관이다. 특히 장자는 인간을 작은 우주로 보고 천지를 이루는 만물이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대우주인 자연이 소우주인 인간의 몸속에 존재한다고 보았고, 결국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양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련성을 통해 나와 우주가 합일을 이루며 확장되어 간다고 생각한다(Jin, 2011).

도가 사상의 핵심인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인위적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천지 만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스스로를 맡기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경계 없이 넘나들게 되며 존재를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Ⅲ. 아르데코 패션에 나타난 도가적 세계관

1. 검정 색채미의 초월성

아르데코의 색채의 특성 중 중요한 것이 ‘검은색의 미: Black-Beauty’ 이다. 검은색은 아르데코 이전까지는 관심 밖의 색이었기에 검은색은 20세기의 새로운 컬러가 되었다. 16세기의 스페인에서 시작된 검은 옷의 유행이 잠시 보여이기는 했으나 일시적 이었다. 또한 18세기의 동양 특히 일본에서는 흑칠을 한 바탕에 금색을 조화시킨 時絵(마끼에)<Fig. 1>’를 일부에서 검정색의 미로 보기도 한다(Lee, 1998). 하지만 이것은 이국적인 예술품에 대한 호기심에서 촉발된 미에 그쳤을 뿐이다<Fig. 2>.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검은색은 야성미와 세련미 있는 하나의 유행색으로 정착 되었다<Fig. 3>.

<Fig. 1>

Lacquered box, 18c Japan (Japansociety, n.d.)

<Fig. 2>

Room screen, Donald Deskey, 1927-1931 (americanstudiocrafthistory, n.d.)

<Fig. 3>

Le gout des laques, George Barbier, 1925 (Britishlibraryprint, n.d.)

검은색의 의미가 현대의 미로 정착하는 데는 원시적 소박함을 추구하는 이국적 예술요소의 도입과 기능주의 영향을 지적할 수 있다. 장식을 절제하고 색을 부정하려던 기능주의의 영향이 더 높은 수준의 장식미로 변하여 절제미를 강조하는 세련된 색으로 정착되었다(Howell, 1977).

당시 유럽은 자연스럽게 간결한 선, 날카롭게 예리한 각, 그리고 muted color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베비스 힐리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세계대전을 치른 뒤 궁핍한 경제적 상황이 반영되었다고 말한다.(Hillier, 1983). 그러나 패션디자인의 영역에서는 힐리어의 지적처럼 기능적인 배경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검은 색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Fig. 4>, <Fig. 5>에서 보여지듯 샤넬과 같은 당대의 디자이너들이 검정색의 매력에 빠져들며 검정색이 주는 단순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단순함(simplicity)을 강조하여 표현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검은색의 사용은 현대시대로의 진입을 뜻하고 검정의 색채미는 현대적 미학으로 연결된다<Fig. 6>.

<Fig. 4>

Delphos, Mariano Portuny, c.1920 (Vam, n.d.-a)

<Fig. 5>

Dress, Gabriel Chanel, 1926 (Ngv, n.d.-a)

<Fig. 6>

Dress, Madeleine Vionnet, 1920 Madparis, n.d.)

검정색은 동양에서도 소중하게 다뤄지던 색이었다. 동양에서 검정색은 한자로 현색(玄色), 묵색(墨色), 흑색(黑色)으로 풀이되는데 이것은 서구의 색채개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동양에서 보이는 흑색(黑色)의 현상은 오히려 ‘무색(無色)’의 개념이다. 또한 흑색(黑色)과 현색(玄色)은 관점이 다르다. 노장의 무(無)의 개념와 관련된 색은 현색(玄色)이라고 봐야하고, 굳이 예술적 관점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동양의 묵색(墨色)에 해당한다<Fig. 7>. 흑색(黑色)은 현상적으로 드러난 하나의 색이지만 현색(玄色)은 우주의 색이다. 즉 도(道)의 색이다. 현상으로서의 흑색(黑色)과 철학적 차원으로서 현색(玄色)의 차이점에 유의하여 묵색(墨色)이 갖는 철학적ㆍ미학적 의미를 밝힐 필요가 있다. 즉 오색(五色)을 갖추었다는 묵색(墨色)은 본질적으로 흑색(黑色)이라기보다는 현색(玄色)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Kim, 2015).

<Fig. 7>

Gosagwansudo, Kang, Huian, 15c Korea (museum, n.d.)

서양의 색채관은 과학적ㆍ이성적 색채관이라면 동양의 색채관은 철학적ㆍ관념적 색채관이다. 동양에서 색채의 상징적 의미는 우주적 질서와 밀접하게 관계된다. 동양의 고대 사상에 근거해서 색채를 정리하면, 청(靑)ㆍ적(赤)ㆍ황(黃)ㆍ백(白)ㆍ흑(黑)의 다섯 가지 색상(五色)이다. 五色중 검정색은 물, 붉은 색은 불, 청색은 나무, 백색은 쇠, 황색은 땅과 대응되며 자연계와 인간사회를 상징한다(Kim, 2015).

동양의 예술, 특히 서화 창작측면에서는 주로 검정색으로 치우친다. 이때 검정색, 즉 묵색(墨色)은 동양인의 관념 중에서는 착색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런 관념의 뿌리는 노자의 玄사상과 관련이 있다. 동양 예술에서 검정색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의 것, 모든 색채의 초월한‘無’이다.

2. 동양적 상징의 차용성

20세기에 들어서며 성행했던 유럽대륙의 예술 사조들 가령 독일의 유겐트스틸(Jugendstil), 프랑스의 아르누보(Art Nouveau), 영국의 모던 스타일(Modern Style),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데 스틸(De Stijl) 등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텍스트, 회화, 그래픽 장식은 하나의 장식물로 여겨지고 문학과 조형예술이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되고 서로 분리되지 않는 장식무의 자체로 전체성을 띤다. 세기 전환기에 유럽과 미국을 통틀어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예술적 특징은 장식의 사용으로 전체적 유기성을 만든다는 것이다. 장식은 기하학적이거나 때로는 부드럽게 흔들리는 선의 흐름으로 개별적인 것들은 결합하여 조화를 이룬다(Lee, 2005). 이러한 특징은 뒤이어 나타난 지 배적 예술 사조였던 아르데코 양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시기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을 사로잡은 동양의 미학과 예술창작의 원리는 전 유럽으로 확산되어 갔다.

동양 예술품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서로운 상징들로 가득한 충전문은 개별적 의미와 상징을 전체로 묶어 유기적 통합을 이룬다<Fig. 8>. 이러한 경향은 자연으로 귀의하는 속성, 공예품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고 대하는 태도, 그리고 동양적 자연관이 반영된 것이다<Fig. 9>.

<Fig. 8>

Dress fabric of Qing dynasty, China (Skinnerinc, n.d.)

<Fig. 9>

Detail of Evening Coat, Gabriel Chanel, 1930 (metmuseum, n.d.-a)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해, 달, 구름 등 상서로운 자연물과 학, 거북이, 사슴 등 장수한다고 알려진 동식물을 십장생(十長生)이라 일컫고 ‘충만함’과 ‘영원함’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해왔다. 특히 천년을 살며 상서로운 구름사이를 날아다닌다고 믿었던 선학(仙鶴)의 문양은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며 동양 전통 복식에 사용되었는데, 동양 문화의 영향을 받은 아르데코 양식의 의상에서도 이러한 상징적 문양을 볼 수 있다<Fig. 10>. 또한 <Fig. 11>의 항상 푸름을 유지하는 소나무는 장수와 건강, <Fig, 12>의 모란은 부귀를 의미하는 등 만물의 장점을 부각하고 스스로를 겸허히 낮춰 늘 배우는 길 위에서 있는 태도는 취한다. 이런 동양적 태도는 예술에서 자연물을 주제로 삼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동양적 영감을 차용한 아르데코 시기의 의상에서도 많은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Fig. 10>

Detail of Evening gown Unknown designer, 1920's,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a)

<Fig. 11>

Detail of dress, Jean Patou, 1922 (fidmmuseum, n.d.-b)

<Fig. 12>

Fabric of Evening dress, Callot Soeurs, c.1925 (fidmmuseum, n.d.-c)

동양 예술 속에 나타나는 선의 미학은 당대 서구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미의식의 눈을 일깨워 주는데 충분했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산업 사회에서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서구인들에게 자연회귀 의식을 불어 넣어 주었으며 이것은 정확히 동양의 예술정신과 일치한다. 동양 예술은 선의 예술이다. 선속에 잠재되어 있는 힘과 강도는 굳셈과 부드러움을 모두 가지고 있는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표현방식이다. 동양의 예술은 이러한 선의 다양한 모습으로 자연 풍광을 담아내고 있고, <Fig. 13>, <Fig. 14>에서 보듯 이 시기 동양의 영향을 받은 의상에서도 이런 기법이 드러난다.

<Fig. 13>

Evening dress, Unknown designer, 1920's , Downton Abbey Exhibition in New York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b)

<Fig. 14>

Detail of dress, Callot Soeurs, c.1920 (fidmmuseum, n.d.-a)

3. 비움과 채움의 환원성

서양에서는 이성적 논리를 통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가치가 형성되어 가는 동안, 동양에서는 상대적인 가치관, 즉 ‘관계’에 집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갔다. 동양 사상의 상대주의 가장 확실한 예는 동양의 고대철학인 음양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음과 양 두 개의 반대되는 ‘기’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상호의존적이면서 하나 되기 위해 존재하는 관계로 보고 있다. 상대적인 가치관 외에도 동양문화의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비움’이다. 인도에서는 숫자 0이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이 동양 문화에서 비움이란 단순히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노자는 비움에 큰 가치를 둔 철학을 설파하며 손에 잡히는 존재가 가득 차게 되면 오히려 성장의 잠재적인 가능성은 소진된다고 말했다.

서양화에 비워진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도입한 것은 피트 몬드리안, 테오 반 두스부르흐, 조안 미로였다. 데 스틸 그룹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두스부르흐는 이차원적 회화가 삼차원의 공간적인 차원으로 어떻게 변화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던 인물이다. 이후 추상주의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은 알렉산더 콜더는 조각품에 새로운 개념의 빈 공간을 도입한다(Yoo, 2008).

이후 콜더는 빈 공간을 인식하고 이해해야 전체가 보이는 관계성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Fig. 15>. 이러한 모호한 경계를 통한 ‘비움’과 ‘관계성’은 동양문화의 특징이다. <Fig. 16>의 록펠러 센터 내부의 장식에서도 보이드로 표현된 부분은 솔리드 부분인 드로잉 선 만큼, 혹은 그 이상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마치 동양화에서 비워진 여백이 그려진 대상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과 맥을 함께 한다. 이러한 비움과 채움의 미학이 가장 잘 들어나는 동양인의 생활 예술품은 전통 창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창호는 간결한 선과 여백공간이 만들어내는 조화로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Fig. 17>, <Fig. 18>. 여백을 통해 자연을 품고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정신은 도가적 사상과 연결된다. 이러한 보이드과 관계성의 미학적 관점은 아르데코 패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Fig. 19>와 <Fig. 20>, <Fig. 21>처럼 반복되는 개별적 형태는 비움과 채움의 비례를 통해 전체가 하나의 형태가 된다. 또한 쟌느 랑방의 실크 드레스에서는 검정색 프린트로 표현되지 않는 곳 즉 빈 공간을 인식해야 드레스 전체의 형태가 이해되는 관계성을 통하여 공간적 확장을 이루게 된다<Fig. 22>.

<Fig. 15>

Portrait of a Man, Alexander Calder, c.1928 (metmuseum, n.d.-b)

<Fig. 16>

Floor of Rockefeller Center, New York, 1928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c)

<Fig. 17>

Traditional Korean window, Inside of Chang-Duk-Goong, World cultural heritage ,1847. South Korea (cdg, n.d.)

<Fig. 18>

“Sekisuiin” Traditional Japanese window, Inside view of Kosanzi, 1889, Kyoto (kosanji, n.d.)

<Fig. 19>

Detail of Tennis Dress, Hepburn Stott, 1926 (Vam, n.d.-b)

<Fig. 20>

Detail of Evening Dress, Unkown designer, 1920's, Museum at FIT, New York,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d)

<Fig. 21>

Detail of Evening Dress, 1926 (ngv, n.d.-b)

<Fig. 22>

Silk Dress, Jeanne Lanvin, c.1924 (metmuseum, n.d.-c)

4. 자연과 인간의 유기성

동양 사회의 전통을 이루는 유가, 도가, 불교사상에서 자연을 설명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여 사고하지 않는 점은 모두 같다. 동양에서는 모든 존재들은 근원적으로는 하나이며 ‘주체와 객체’ 또는 ‘인간과 자연’이 모두 동일한 것으로 보는 세계관이 지배적이다(Hong, 2015). 도가 사상에서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이자 동시에 전체로 보았다. 모든 존재는 일체로서 모두 태어날 때부터 근본적으로 하나인 것이다. 저절로 태어난 만물은 존재는 일체의 본성은 지니며, 자연 그 자체로 모든 것에 존재하고 있다. 모든 존재는 자연과 관련되어 우주를 담고 있으며 ‘도’의 가치를 지니므로 인간 역시 자연과 분리되지 않는다(Park, 2009).

不出戶知天下, 不窺牖見天道.
문 밖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창밖으로 엿보지 않아도 천도를 안다
                (Jeong, 2002).

노자는 외부에서 찾지 않아도 이미 인간의 내부에 자연이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인간은 자연의 부분이며 저절로 타고난 도의 본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연스러운 상태를 향하는 것은 자연과 합일을 이루는 방법이 된다. 이렇듯 내 속에 내재된 도를 깨닫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 것이 도가의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인위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무위의 본성으로 돌아가서 다른 생명과 보완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Park, 2009).

동양 예술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되지 않은 통합적 사고로 대한다. 모든 존재는 자연 안에 귀속된 일부이자 자연 그 자체로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Fig. 23>에서는 거대한 자연 속의 인간을 묘사하며 자연과 그 안에 포함되는 존재 모두 근원적으로 일체성을 지닌 것으로 표현한다. 이와 같이 동양적 세계관에서는 인꽈 자연은 서로 부분이자 전체를 이루며 조재하는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동양의 예술이 자연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자연 친화적인 일원론적 세계관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고<Fig. 24>, 소위 동양의 영향을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아르데코 시기의 공예품과 패션의 모티브도 이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Fig. 25>.

<Fig. 23>

Inwang jesaekdo(After Rain at Mt. Inwang), Gyeomjae Jeong Seon, 1751 (museum, n.d.)

<Fig. 24>

Japanese traditional fabric, 19c (kimono-clothing, n.d.)

<Fig. 25>

Dress fabric, Tricots Chanel, 1928 (Vam, n.d.-c)

<Fig. 26>, <Fig. 27>, <Fig. 28>같이 식물이나 동물, 또는 파도나 자연풍광을 표현함에 있어서 모티브가 강하고 이질적으로 두드러지지 않고 전체와 융합되도록 표현하는 기법은 동양에서 자연과 인간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세계관과 관계가 깊다.

<Fig. 26>

Detail of dress, 1920’s (ngv, n.d.-c)

<Fig. 27>

Detail of dress, 1920’s (ngv, n.d.-c)

<Fig. 28>

Detial of dress, 1920's (antiques-atlas, n.d.)


Ⅳ. 결론

아르데코는 실용성과 간결함을 중시하며 미술과 기계적 공업생산의 결합으로 탄생하여 거의 모든 디자인 분야에 걸쳐 인간의 생활 곳곳을 강력히 지배하던 양식이었다. 여러 학자들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소박하고 기능적인 물건들’을 모더니즘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모더니즘은 동양문화의 상대적 가치가 서양에 유입되어 이차적으로 가공된 일종의 문화적 변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모더니즘은 감소화를 표현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단순성이라는 디자인의 형태적 표현의 목적은 비물질적, 역설적, 수렴적 성향으로 지향하며 이는 동양적 세계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앞서 논의한 아르데코 패션에 나타난 모더니즘과 동양적 세계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검정 색채의 초월성이다. 20세기에 이르러 소박함과 간결함을 드러내기 위한 검정색은 세련된 모더니즘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검정색은 동양인의 관념 중에 묵색(墨色)으로 표현되는데 착색하지 않은 순수한 색이며 초월의 색채로 ‘무(無)’이다.

둘째, 동양적 상징의 차용성이다. 존재하는 만물의 장점과 덕성을 기리고 상징을 담아 표현하는 동양적 세계관을 아르데코 양식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자연을 주제로 한 모티브, 대담하고 추상적인 평면 문양, 예술에 가까운 섬세한 자수는 이를 잘 드러낸다.

셋째, 비움과 채움의 환원성이다. 모더니즘 조형물은 환원주의로 요약되는 본질로의 회귀 성향을 중요한 특성으로 하며, 이는 동양적인 사유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비움과 채움을 통한 역설적 세계관은 서구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세계관과 대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졌고, 당시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했다.

넷째, 인간과 자연의 유기성이다. 동양 사상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근원적으로 하나이며 ‘주체와 객체’, ‘인간과 자연’이 모두 하나라고 여기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자연과의 합일을 강조하는 모티브로 아르데코 패션에 표현되고 있다.

본 연구를 통해 아르 데코 패션이 동양적 예술정신의 영향을 받았으며, 모더니즘은 도가사상으로 설명되는 동양의 물질적, 정신적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표면적 표현의 내면을 관통하는 예술정신과 시대적 맥락을 고찰하는 것은 현상의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수단임을 전제로 할 때, 본 연구가 아르데코 패션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심도 있는 관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16 년도 홍익대학교 학술연구진흥비 지원 사업에 의해 행해졌음

Reference

Research base relics

  • Brady, J. E., Reasearch and Collections Librarian, Fine Arts Library of the Harvard University.
  • Connor, W., Visual Resources Librarian, Lamont Library of the Harvard University.
  • Hauglan, K., The Le Vine Associate Curator of Costume and Textile and Supervising Curator for the Study Room, Philadelphia Museum of Art.
  • Steele, V., Director, The Museum at FIT.

<Fig. 1>

<Fig. 1>
Lacquered box, 18c Japan (Japansociety, n.d.)

<Fig. 2>

<Fig. 2>
Room screen, Donald Deskey, 1927-1931 (americanstudiocrafthistory, n.d.)

<Fig. 3>

<Fig. 3>
Le gout des laques, George Barbier, 1925 (Britishlibraryprint, n.d.)

<Fig. 4>

<Fig. 4>
Delphos, Mariano Portuny, c.1920 (Vam, n.d.-a)

<Fig. 5>

<Fig. 5>
Dress, Gabriel Chanel, 1926 (Ngv, n.d.-a)

<Fig. 6>

<Fig. 6>
Dress, Madeleine Vionnet, 1920 Madparis, n.d.)

<Fig. 7>

<Fig. 7>
Gosagwansudo, Kang, Huian, 15c Korea (museum, n.d.)

<Fig. 8>

<Fig. 8>
Dress fabric of Qing dynasty, China (Skinnerinc, n.d.)

<Fig. 9>

<Fig. 9>
Detail of Evening Coat, Gabriel Chanel, 1930 (metmuseum, n.d.-a)

<Fig. 10>

<Fig. 10>
Detail of Evening gown Unknown designer, 1920's,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a)

<Fig. 11>

<Fig. 11>
Detail of dress, Jean Patou, 1922 (fidmmuseum, n.d.-b)

<Fig. 12>

<Fig. 12>
Fabric of Evening dress, Callot Soeurs, c.1925 (fidmmuseum, n.d.-c)

<Fig. 13>

<Fig. 13>
Evening dress, Unknown designer, 1920's , Downton Abbey Exhibition in New York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b)

<Fig. 14>

<Fig. 14>
Detail of dress, Callot Soeurs, c.1920 (fidmmuseum, n.d.-a)

<Fig. 15>

<Fig. 15>
Portrait of a Man, Alexander Calder, c.1928 (metmuseum, n.d.-b)

<Fig. 16>

<Fig. 16>
Floor of Rockefeller Center, New York, 1928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c)

<Fig. 17>

<Fig. 17>
Traditional Korean window, Inside of Chang-Duk-Goong, World cultural heritage ,1847. South Korea (cdg, n.d.)

<Fig. 18>

<Fig. 18>
“Sekisuiin” Traditional Japanese window, Inside view of Kosanzi, 1889, Kyoto (kosanji, n.d.)

<Fig. 19>

<Fig. 19>
Detail of Tennis Dress, Hepburn Stott, 1926 (Vam, n.d.-b)

<Fig. 20>

<Fig. 20>
Detail of Evening Dress, Unkown designer, 1920's, Museum at FIT, New York, (Photograph by researcher, 2017-d)

<Fig. 21>

<Fig. 21>
Detail of Evening Dress, 1926 (ngv, n.d.-b)

<Fig. 22>

<Fig. 22>
Silk Dress, Jeanne Lanvin, c.1924 (metmuseum, n.d.-c)

<Fig. 23>

<Fig. 23>
Inwang jesaekdo(After Rain at Mt. Inwang), Gyeomjae Jeong Seon, 1751 (museum, n.d.)

<Fig. 24>

<Fig. 24>
Japanese traditional fabric, 19c (kimono-clothing, n.d.)

<Fig. 25>

<Fig. 25>
Dress fabric, Tricots Chanel, 1928 (Vam, n.d.-c)

<Fig. 26>

<Fig. 26>
Detail of dress, 1920’s (ngv, n.d.-c)

<Fig. 27>

<Fig. 27>
Detail of dress, 1920’s (ngv, n.d.-c)

<Fig. 28>

<Fig. 28>
Detial of dress, 1920's (antiques-atlas, n.d.)